

- 이주영-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관련 긴급 기자회견 전문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관련 긴급 기자회견 전문]
어제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가 있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출석해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에 대한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뉴스는
소아응급실 의사 7명이 사직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일곱 명 소아응급실 의사의 사직.
저는 이 일을 겪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CPR 한 번 해 보지 않은
누군가의 책상 위 ‘상상 정책’이었고
이번에는 영장과 카메라를 앞세운 ‘공권력’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신과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사직한 저는
손에 잡히는 위험과 위협 앞에서
더는 어렵다고 말하는 분들께
차마 남아달라, 돌아와달라는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소아 환자들을 염려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는 아이들을 결코 구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압수수색 이전,
사건 당일 환자 진료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경찰과 과학수사대가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국감 전날은 사건 당일 근무자
전체 명단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해당 사건을
‘치료 중 사망, 혹은 소생 불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환자를 죽였다'고 여기는 전제 하에서만
성립 가능한 절차입니다.
아동학대도 의료진을 향한 폭언과 폭행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는데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의료진에게만은
유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참담함은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병원이 중요하지만
아주대병원은 그 의미가 특히 남다릅니다.
보건복지부의
‘2026년 권역응급의료센터 재지정 평가’에 의하면
아주대병원은 환자 치료의 적극성과 전원 수용성에서
전국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아주대병원의 전원 환자 수용 분담률은 전국 1위,
중증 소아 환자 안정화 치료 실적은 전국 2위입니다.
수원과 인근지역은 물론
경기도 전역과 넓게는 전국의 소아 환자를
가장 큰 열정과 적극성으로 용감하게 받고 지켜 온 병원이었습니다.
특정 병원만을 보호하라거나
특혜를 주라는 뜻이 아닙니다.
저 정도로 열심을 다해 일하던 사람들까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면
그 일은 도대체 누가 할 수 있는 일이냐는 질문을 하는 겁니다.
"실패하지 않습니다."
인기있는 드라마의 대사입니다.
결코 실패하지 않는 의사가 존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의료는,
아니, 인체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소아응급실에서 근무한 10년 동안
끝내 살리지 못한 환자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문을 닫고 5분 정도 혼자 웁니다.
그리고 세수를 하고,
기다리고 있는 다음 환자에게 갑니다.
근무가 끝나면 그제서야 다시
잠잠히 며칠, 때로 몇 주를 홀로 애도합니다.
국정감사장에서 광역수사단장이
진료를 방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던 그 순간에도
응급실의 의사들은
대한민국의 어딘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밤 근무를 마친 뒤, 뉴스를 봤겠지요.
정부는 말이 없고
국회는 말만 하고
경찰은 잘못한 게 없다며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안타까움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의 불편까지일 뿐,
의료진들에 대해서는 그럴 생각조차 없다는 것을,
누군가가 병원에서 또 사망한다면
의사들은 앞으로도 유죄추정의 원칙 하에
당연히 다시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거란 뜻을
국정감사장에서 분명히 밝힌 겁니다.
이 와중에도 각 병원들의 집행부는
몸을 사리기에만 급급하고
의료계 단체들은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합니다.
절망적입니다.
소아응급실이 죽임을 당한다면 모두가 공범입니다.
공권력은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원칙 없는 공권력의 집행은
당시 현장에 있던 중증 환아들의 생명을 방해했습니다.
소신껏 일하고 있던
전문가들의 학문적 자유를 방해했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의 치료받을 권리와
내 환자의 진료와 간호에 끝까지 집중할
의료진들의 권리를 방해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내일 환자들의 충분히 치료받을 권리,
내일 의료진들의 용감하게 일할 권리를
지속적으로 박탈할 겁니다.
논점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소아 진료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모든 진료가 그렇습니다.
응급실이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은 물론 병동과 외래에서도
똑같은 무게의 일들이 일어납니다.
의사만의 일도 아닙니다.
간호사도, 간호조무사도, 임상병리, 영상, 물리치료사들도
똑같은 마음으로 일합니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소송은
근무가 끝나고도 환자의 부름에 응답한 간호사였습니다.
해당 환아가 외국인인 것도 본질과는 멉니다.
정책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구별이 있어야겠지만,
환자를 앞에 둔 의사 눈에는 똑 같은 내 환자입니다.
이번 사건은 물이 넘치는 마지막 한 방울이었을 뿐,
의료인들이 겪어 온 공포의 수위는
이미 코끝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낸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들은
모두 훼손되어 끝내 진의를 잃고 말았습니다.
자세하게 규정할수록 자세하게 망하고
정교하게 설계할수록 정교하게 망가집니다.
경찰은 최초 수사와 압수 수색이 결정된
법적 근거와 정황 증거를 명백히 제시하십시오.
실행 과정에서 최종 지시를 내린 결정권자를 적시하고
그의 권한과 책임을 밝히십시오.
말 뿐인 안타까움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분명히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병원은 살인현장이 아니라는 기본적인 인식.
의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일하고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
환자를 일부러 죽이는 의료진은 없다는 상식적인 전제.
그것을 회복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
26.10.28.
개혁신당 이주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