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도쿄에서 월세로 살아보니

 

 

도쿄=류정 특파원
조선일보 2026.10.25









도쿄 고토구에 들어선 고급 맨션 단지./조선일보DB


도쿄 고토구에 들어선 고급 맨션 단지./조선일보DB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월세가 전세보다 많았다고 한다.

진정 ‘월세 시대’의 도래다.
월세 제도가 수백 년에 걸쳐 뿌리내린 일본에서 월세살이 경험을 나눠보고자 한다.

 

도쿄의 월세 비용은 서울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도쿄 23구의 집값이 최근 급등하면서, ‘야칭(家賃)’으로 불리는 월세도 꽤 올랐다.

도심 출퇴근 30~40분 거리에 방 3개짜리 맨션(전용 70㎡)을 구하려면 우리 돈 300만~400만원이 든다.
고소득층·맞벌이가 아니면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도쿄에서 1시간 거리인 사이타마·요코하마 등에 월 100만~150만원 월셋집을 구한다.


 

도쿄 신축 맨션(70㎡) 평균 가격은 최근 3년간 40% 올라 약 13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상승기에도 불안에 휩싸여 ‘영끌 매수’에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리한 매입보다 월세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상도 근거가 없으면 거절할 수 있다. 조정·소송을 거치기도 하지만, 집주인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집주인을 위한 사유재산 보호 장치도 마련돼 있다. 소득·직장·가족 수 등을 심사해 세입자를 골라 받는다

. 월세를 좀 낮춰야 하지만, 원하는 기간만 정한 임대 계약도 가능하다.
실거주 의무 같은 건 없으며, 5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도 절반(40%→20%)으로 깎아준다.

 

하지만 이 정도만으론 집 소유의 장점을 확신할 수 없다.

일본 맨션들은 용적률을 다 채운 단독 건물이 대부분이라 재건축이 어렵다.
건물이 노후될수록 ‘수선 적립금’(월 10만~20만원)과 각종 수리비가 커진다.
10억원짜리 맨션이라면 연 200만~300만원의 보유세도 내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은 주택 공급이 이미 충분하다.
도쿄의 가구 수 대비 주택 수는 113%로 23구 내에도 빈집이 상당하다.
주택 유형은 선호도가 높은 맨션·단독주택이 90%다. 아파트 비중이 절반뿐인 서울과 다르다.

특히 일본 직장인들은 국민연금·후생연금·기업연금 등 ‘3중 안전망’을 통해 노후에도 월세 낼 능력을 갖춘다.
그래서 이곳에선 셋방살이를 ‘월세 난민’이 아니라 ‘월세파(派)’라고 부른다. 스스로의 선택이란 의미다.

 

흔히 일본 부동산은 한국의 미래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동산 거품을 경고하며 일본을 자주 언급한다.

하지만 실제 한일 부동산은 시장 구조나 참여자의 인식, 정책의 차이가 크다.
우리는 과연 월세 시대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나.
막연히 일본의 먼 과거 얘기로 겁주기보다, 우리 현실에 맞는 주거 안정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nglish(영문)日本語(일문)
#특파원 리포트




 
 
도쿄=류정 특파원


도쿄=류정 특파원주일 특파원

2026년 3월 주일 특파원으로 부임해 도쿄에서 일본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