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인가.
우리 큰 딸이 초4학년.둘째가 3학년때로 기억한다.
그래 연년생 딸딸이 아빠다.
시골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는 단순히 애들 운동회가 아니라
마을 잔치다.
특히 우리같은 경북 북부지역 시골 마을은 더 더욱.
매년 운동회기간에 맞추어서 마을 부녀회에서 잔치준비했다.
잡상인부터 마을 장터까지.
잔치에 술이 빠질 수 없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하고 애들 운동회는 뒷전이고
아침부터 술 판 벌인다.
운동회 차례중에 학부모 달리기가 있는데
우리 집사람이 중.고교까지 육상 단거리 선출이라 매년 독식했다.
문제의 2008년도에도 당연히 집사람이 출전준비 했는데
갑자기 아빠들 달리기를 시키네.
진행한 여선생년이 아빠들 운동회는 관심 없고 술 판 벌이는게
꼴사나워서 그랬는데, 문제는 내가 달리기는 진짜 진짜 못 한다.
학창시절부터 군 생활 선착순에도 매번 꼴찌 아도쳤다.
맨정신에도 못 하는데, 술 취해서 어리한데 말해 뭐 하겠냐.
준비도 안 된 상태지. 신발도 딸딸이 신었지.
딸딸이 벗어서 옆에 놓고 출발선에 섯는데 씨바 출발 하자 말자
앞으로 꼬나 박았다. 미끄러져서.
한 쪽에선 두 딸이 목이 터져라 아빠 이겨라. 아빠 이겨라 응원하는데
난 자빠져서 코피 터졌지.
구경꾼들은 웃고 난리지.
진짜 챙피하고 애들 볼 면목이 없어서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에 코피 질질 흘리면서 결승선 도착 했는데
두 딸이 무슨 나라 망한듯이 울어 제끼는데 지 아빠 코피 난다고
집사람은 챙피해서 멀찍이 떨어져 있고 두 딸은 나 부둥켜 앉고
엉엉울고, 난 괘안타고 애들 다독이고.
난리도 씨바 대환장 파티 였다.
그날 집에와서 두 딸 앉혀놓고, 고백했다.
아빠는 슈퍼맨이 아니다.
지금도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시즌 되면 가끔 그 때 일 말하면서
우리 집사람이 놀린다
씨부랄 .
힘든 시기지만 다들 웃고 힘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