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 상응조치’ 한달째 말뿐…대북 사이버 제재, 정동영이 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26 10 21
[DMZ 北지뢰 폭발 한달]
北지뢰 폭파-‘극초음속’ 시험했지만 대북제재 등은 내부 이견에 공전
北, 접경 전력 증강-확성기 위협 이어 한미-미일훈련 겨냥 “강력한 힘 선택”
軍 “도발땐 단호대응” 감시장비 보강
정부가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북한 지뢰 폭발사건이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도
뚜렷한 ‘상응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잇따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19일 접경지역 전력 증강과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까지 거론한 데 이어 20일에는 한미·미일 연합군사훈련에 “강력한 힘의 선택이
적용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부는 ‘단호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응 조치를 두고는 정부 내 이견으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 軍 감시장비 추가 설치… 북한은 잇단 위협 담화

파주 접경지역의 대남 확성기 20일 오전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 대남 확성기(오른쪽)가 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대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국방부는 이날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강조했다.
파주=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방부는 2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대남확성기 방송 재개 등 적반하장식 위협을 쏟아낸 데 대해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단호히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고 하면 비례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대북 확성기를 포함해 “어떤 수단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진영승 합참의장도 이날 중부전선 군단 사령부에서 작전지휘관 회의를 열고 “군사적 긴장 고조의 책임을 우리 군에 적반하장식으로
전가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DMZ 주도권 강화 작전”을 지시했다. 이는 앞서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담화를 통해 접경지역 추가 전력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다며 위협한 데 따른 것이다.
진 의장이 언급한 ‘DMZ 주도권 강화 작전’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우리 군이 유리한 여건에서 작전을 수행하도록 감시·
기동 능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군은 DMZ 내 수색로 개척 및 감시자산 추가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여정이 전술적 타격수단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언급한 만큼 우리 군의 DMZ 작전에도 변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정은의 입’으로 불리는 김여정은 DMZ 지뢰 폭발 사건 이후 7건의 담화, 발표, 서면 입장 등을 쏟아내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김여정은 지난달 30일에는 폭발 사건이 발생한 서부전선 25사단이 아닌 동부전선 21사단을 지목하며 “반격 증강 조치”를 위협했다.
이어 19일에는 접경지역의 “불안정”을 우리 군 탓으로 돌리며 MDL 침범에 대한 경고 사격이 잦은 헌병초소를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20일에는 영문 논평을 내 현재 진행 중인 한미·미일 연합군사훈련을 두고 “힘의 우위를 노린 적수국들의 무분별한 책동”이라며
“힘의 시연에는 힘의 선택이 적용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 안보리 서한·사이버 제재 등 ‘상응 조치’ 난항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DMZ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취해진 군사 조치는 이달 5일 유엔군사령부와 공조해 실시한 MDL 이남 북한 지뢰 제거 작전과 8일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첫 시험발사 정도다.
외교당국이 검토했던 대북 사이버 독자제재와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결의안 채택, 서한 발송 등은 아직 검토 단계다.
정동영 장관은 이달 7일 통일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금 이 국면에서 사이버 활동 제재와 지뢰 폭발 사고 대응에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대북 독자제재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에는 사건 발생 2주 만에 정부가 주유엔 한국대사 명의로 유엔
안보리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사건 내용을 알리고 북한의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했다.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북한의 책임소재를 알리려던 유엔총회 외교전도 “북한의 고의적 공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정 장관 발언이 북한에 역이용되면서 빛이 바랬다. 8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정부는 긴장 고조 행위 중단과 사과를 촉구했지만
주유엔 북한대표 측은 “정동영도 DPRK(북한의 영문 국명)의 의도적 공격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실토했다”며 받아쳤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