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들 분노가 삼킨 프랑스, '퍼주기 중독' 한국의 미래다
조선일보
입력 2026.10.19.
요약
17일(현지 시각)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가 방화·약탈·폭력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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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교생들이 교사 부족과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며 시작한 시위가 전국적인 총궐기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치솟은 생활비와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노조와 반정부 시위대 등이 가세하면서 수십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시청 점거와 방화, 상점 약탈 등 폭력 시위도 벌어졌다.
시위의 뿌리는 방만한 재정이다.
프랑스의 공공 지출은 GDP(국내총생산)의 57.2%로 유로존 평균(49.8%)보다 높고, 국가 부채는 GDP의 120%에 달한다.
연금 등 사회보장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역대 정부의 개혁 시도는 노조와 정치권의 반발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최근 2년간 3명의 총리가 긴축 재정을 추진하다 의회 반발로 물러났을 정도다.
프랑스 정치권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감세와 연금 수령 연령 하향 등 포퓰리즘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걸었다.
결국 정치권 벽에 막힌 마크롱 정부가 선택한 것은 가장 저항이 적을 것이라 여겼던 교육 예산의 긴축이었다.
투표권이나 대변해 줄 정치 세력이 없는 학생들의 미래가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된 것이다.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고 냉난방도 되지 않는 교실에 방치된 학생들의 분노가 폭동의 불씨가 된 것이다.
시위로 체포된 6800여 명 가운데 86%가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였다.
국제 금융시장은 프랑스를 이탈리아·그리스처럼 재정 위기를 겪는 남유럽 국가 수준으로 취급하고 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연 5%에 육박해 이탈리아보다 높아졌다.
프랑스발(發) 국채 시장의 도미노 붕괴로 프랑스가 세계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예술과 낭만의 대명사였던 경제 강국 프랑스가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제·사회 위기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국가 채무는 최근 매년 100조원 이상씩 늘어 올해 처음으로 GDP의 50%를 돌파한다.
비율 자체는 프랑스보다 낮지만, 속도가 문제다.
최근 10여 년간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 상승 폭은 기축 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앞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최저 출산율이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연금·복지 지출을 급증시킬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퍼주기 중독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수십조 원의 현금 살포 공약이 난무하고, 표가 떨어질까 두려워 정부 지출 삭감은 외면한다.
지금은 반도체 호황이 국가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호황이 끝나는 순간 빚으로 지탱해 온 포퓰리즘 경제가 허물어질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벌어준 시간을 한국 경제 재도약의 골든타임으로 활용해 노동·교육·규제 등 구조 개혁에 매진하지 않는다면,
지금 프랑스 학생들이 겪는 일을 한국의 미래 세대가 겪게 될 것dlek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