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의 입은 왜 멈추지 않는가
- 오창균 선임기자
- 뉴데일리 2026-10-15
소방관들 울린 '빨대 망언', 도백(道伯)의 언어 아니다
김지용 후보자가 아이히만이면 대통령이 히틀러인가
李 지지율 하락에 커지는 秋 목소리, 대권 플랜 가동?
"어머니 도와주세요" 鄭에 화답, 전대 뒤 '추미애의 난'

▲ 추미애 경기지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화학에는 촉매(觸媒)라는 물질이 있다.
- 스스로는 소모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의 반응을 일으키고, 그 속도를 끌어올린다.
- 촉매 한 점이 떨어지면 고요하던 용액은 이내 들끓기 시작하지만, 반응이 다한 뒤 본래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는 것은 촉매뿐이다.
- 정치에도 이와 닮은 존재가 있다. 입을 열 때마다 평지풍파가 일고, 파문이 거셀수록 이름은 울려 퍼진다.
- 소란의 값은 다른 이들이 치르고, 본인은 무대 한복판에 꼿꼿이 선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행보를 돌아보면 촉매라는 용어가 절로 떠오른다. - 한마디 발언으로 정국을 들끓게 하고도 정작 본인은 소용돌이 속에서 건재했던 장면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옛 성현은 사불급설(駟不及舌), 네 필 말이 끄는 수레도 혀끝을 떠난 말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경계했다.
- 자리가 높을수록 그 파장은 더 멀리 퍼지고, 그만큼 주워 담기도 어려운 법이다.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의 수장이 행정의 책임을 국민 앞에 소명하는 엄중한 장(場)이다.- 추미애 지사는 이 자리에서 화마(火魔)와 맞서는 소방공무원의 헌신을 재정의 부담으로 폄훼하는 우를 범했다.
- 13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 예산의 국비 비중을 전반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자,
- 추 지사는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 그러면서 2027년도 소방 인건비만 1조1,000억원, 사업비는 5,000억원 안팎에 이른다고 부연했다.
귀를 의심케 하는 언사다. 소방은 재난 발생 시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 그 예산은 덜어내야 할 비용이 아니라 공동체가 마땅히 치러야 할 안전의 대가다.
- 그럼에도 추미애 지사는 불길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의 목숨값을 계산하고 있다.
- 사람의 목숨 앞에 경중(輕重)을 따질 예산은 없다. 인명을 구하는 일에 값을 매기는 순간, 행정은 그 본령(本領)을 잃는다.
후폭풍은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14일 성명을 내고 추미애 지사의 발언은 전국 소방공무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 모독 행위라고 규탄했다.
- 노조는 7만 소방관 앞에 즉각 사죄하라고 요구하며 재정이 문제라면 정부를 향해 국비 확대를 관철하는 것이야말로
- 도지사의 책무라고 일갈했다. 경
- 기도는 발언의 진의가 곡해됐다며 해명에 나섰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국고 지원은 미흡하고 지방
- 비 부담만 여전히 무겁다는 점을 꼬집으려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경기도의 해명은 오히려 자가당착을 드러낸다. - 해명대로라면 문제의 근원은 국고 지원에 인색한 재정 구조에 있다.
- 그렇다면 비판의 화살은 마땅히 그 구조와 중앙정부를 겨냥했어야 한다.
- 그럼에도 추미애 지사가 빨대로 지목한 것은 제도가 아닌 소방이었다.
- 국비 확대를 관철하는 일은 도지사의 몫이지, 일선 소방관들이 짊어질 짐이 아니다.
- 과녁을 잘못 겨눈 말의 대가는 고스란히 소방관들에게 상처로 돌아갔다.
- 도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도백(道伯)의 언어로는 온당치 않다.

▲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추미애 지사를 둘러싼 설화(舌禍)는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잦다.
- 불과 한 달 전에도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거친 언사로 정국을 들끓게 했다.
- 추 지사는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 '악의 평범성과 중수청장 후보 김지용, 기억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 이 대통령이 지명한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를 밀정(密偵)으로 규정하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 김 후보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당시 지휘 라인에 있었으나, 자신은 최종 결정권자의 위치에
-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추 지사는 이를 책임 회피로 보고,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에 빗댔다.
- 아이히만은 1961년 예루살렘 재판에서 자신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며 책임을 부인했다.
- 이를 지켜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생각 없이 명령을 수행하는 평범한 관료도 거대한 악을 저지를 수 있다며
-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남겼다.
- 결정권자가 아니었다는 김지용 후보자의 말을 아이히만의 항변에 겹쳐 놓고, 지명 철회를 압박한 형국이다.
- 파장은 곧장 여권 심장부로 번졌다.
-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엑스(X)를 통해 김지용 후보자는 친윤(親尹)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반윤(反尹)의 길을
- 걸어온 인물이라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 특히 김 후보자를 검사장으로 발탁한 이는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 시절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었다고 언급했다.
- 이 대통령은 허위를 알면서 흠집을 내려는 억지 주장은 비판이 아닌 비방이자 국정 방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의 시선도 싸늘했다. 추미애 지사가 김지용 후보자를 고리로 이 대통령을 몰아세우자, - 김민석 대표는 당 중진의 언사로 보기 어렵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 다른 의원들도 추 지사가 말을 아껴야 한다고 성토했다.
- "김지용 후보자가 아이히만이면 이재명 대통령이 히틀러라는 것이냐"는 반문까지 나왔다.
- 단순한 말꼬리 잡기로 치부할 수 없는 지적이다.
- 아이히만이 명령을 집행한 관료였다면, 그 정점에는 히틀러가 있었다.
- 결국 추미애 지사의 논리를 따라가면 김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은 히틀러가 될 수밖에 없다.
- 비유가 돌고 돌아 거센 태풍으로 돌아왔다. 김 후보자를 향해 치켜든 도끼가 제 발등에 떨어진 격이다.
추미애 지사의 입이 가장 첨예한 논란을 불러온 것은 단연 법무부 장관 시절이었다. - 2020년 7월 27일 국회 법사위에서 아들의 군(軍) 복무 의혹을 거론한 윤한홍 의원에게 "소설 쓰시네"라고
- 비꼰 장면은 지금도 회자된다.
- 윤 의원이 반발하면서 회의는 파행을 거듭했고, 결국 속개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 야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추 장관이 오만의 끝을 보여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검찰은 그해 9월 추 지사, 아들, 보좌관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 그러나 법적 결론과는 별개로 국무위원이 입법부의 질의를 소설로 깎아내린 장면은 품격에 대한 무거운 물음표를 남겼다.
그해 겨울은 한국 정치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 추미애 지사는 11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와 징계 청구라는 초강수를 뒀다.
- 그러나 다음달 법원이 직무 배제 효력을 정지하면서 윤 총장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 장관과 총장의 정면충돌은 세간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 이후 추 지사가 윤석열 총장을 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밀어올렸는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활동하던 지난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 추 지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다루는 청문회를 강행했고,
- 당 지도부와 교감 없이 독주한다는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 여권 내부에선 경기지사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라는 의구심이 흘러나왔다
- . 법무장관 때도, 법사위원장 때도, 경기지사 때도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 거친 말이 논란을 부르고, 논란이 이름값을 높이며, 높아진 이름값은 한층 과격한 언사로 되돌아온다.
-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악순환(惡循環)의 고리다.
이쯤 되면 물음은 자연히 그 동기(動機)로 향한다. 추미애 지사의 입은 왜 멈추지 않는가.- 정치권에선 가장 유력하게 대권 플랜일 거론된다.
- 집권 2년 차에 불과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 여권 핵심 지지층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자 차기 대권을 염두해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 권력의 구심력(求心力)이 약해지면 차기를 도모하는 이들이 꿈틀대기 마련이다.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김없이 작동해 온 권력의 생리다.
추 지사는 이러한 관측을 단호히 일축했다. - 국정감사에서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030년 대선 출마 의향을 묻자 추 지사는 "그런 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 도정(道政)보다 중앙 정치에 마음이 쏠려 있다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는 오해라고 답했다.
- 경기도 살림을 뒷전으로 미룬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도, 추 지사는 SNS 활동은 주말이나 퇴근 이후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 "대권을 노렸다면 빚을 내서라도 인심을 썼을 것"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난 행적이 남긴 잔상이 너무 짙다. - 김지용 후보자 지명을 두고 한 달 넘게 대통령과 날을 세워온 추 지사가 정작 국정감사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인사에
-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자리와 청중에 따라 달라지는 언사다. 대권에 뜻이 없다는 답변을
-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해도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직접 나설 생각이 아니라면, 무슨 연유로 부지런히 정국을 휘젓는가.

▲ 지난 5월 20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가 경기 여주시 박시선 여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성진 기자
- 권좌에 오를 뜻이 없는 이가 굳이 판을 흔든다면, 그 셈법은 다른 누군가를 자리에 올리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
- 추미애 지사의 과거 이력은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 정치권은 일찍이 추 지사에게 킹메이커(King maker)라는 수식어를 붙여 둔 터다.
- 본인 역시 이를 감추지 않았다.
- 당 대표에 올라 2018년 지방선거를 이끈 추 지사는 2022년 2월 15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재명이 진짜 키웠어?'라는 질문에
- "진짜지"라고 했다. 또한 "모든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전국을 다녔는데 재명이가 좀 외로워보였다.
- 그래서 진하게 연설해주고 손 꽉 잡아주고 파이팅해줬다"고 했다
- . '말 잘 듣는 동생이냐'는 질문에는 "내 말은 아주 잘 듣는다.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내가 멱살 잡는다.
- 이 누나 무서운 거 알지?"라고 했다.
- 반말로 진행되는 가벼운 형식이었지만 이 대통령을 손수 길러낸 것으로 여기는 속내가 행간에 묻어난다.
그런 식으로 따지고 보면 추미애 지사는 이재명 대통령 뿐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도 키운 셈이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으로 대치하던 시절, 추 지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체급을 불려 줬다는
- 풍자가 끊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추 지사를 '보수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 안에서는 새 정권을 창출한 공신으로 꼽히고, 밖에서는 전직 대통령의 산파(産婆)라는 평을 듣는다.
- 피아(彼我)를 가리지 않고 세 정권의 출범에 깊숙이 관여했으니, 추미애 지사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킹메이커'가 아닌가 싶다.
최근에는 정청래 전 대표를 눈여겨보는 듯하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후보는 추미애 지사를 향해 "어머니, 정청래입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다.
- 추 지사는 "지금까지 보여준 개혁의 일관성과 진심을 믿는다"며 힘내라고 화답했다.
- 현직 도지사의 공개 지지가 부적절하다는 당내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 승부는 김민석 후보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것으로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지금
- 김지용 후보자를 향한 공세의 선봉에는 친청계 인사들이 있고, 추 지사의 최근 날 선 언사도 그 대열과 궤를 같이한다.
- 전당대회는 끝났어도 킹메이커의 구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지 궁금하다.
위인작가(爲人作嫁)라는 말이 있다. - 남의 혼례에 입힐 옷을 짓는다는 뜻으로, 공들여 거둔 결실이 다른 이의 몫으로 돌아가는 처지를 이른다.
- 반응을 일으키고도 생성물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지 못하는 촉매의 숙명과 닮았다.
- 추 지사가 지금 누구의 혼례복을 마름질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번만큼은 제 치수에 맞춘 옷을 짓고 있는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 그와 별개로 짚어 둘 대목이 있다. 화종구출(禍從口出), 재앙은 입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경구 역시 같은 가르침을 담고 있다.
- 그 옷이 어느 몸에 걸리든, 옷감에 든 비용은 누군가 감당해야 한다.
- 소방관들의 가슴에 남은 생채기도, 여권 내부에 드리운 균열도 이미 장부에 올라 있다.
- 반응이 끝난 자리에 촉매만 멀쩡히 남는다면, 끓어오른 용액을 받아 마셔야 하는 쪽은 누구인가.
- 추미애 지사의 입은 왜 멈추지 않는가. 이 질문은 결국 그 대가를 누가 치르느냐로 귀결된다.
오창균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