孤高한 境界의 宣布者
새장을 짜는 자들은 새의 비행을 계산하려 들고
탑을 쌓는 자들은 주춧돌의 무게만을 정죄하나니,
그대들, 상아탑의 눈먼 제사장들아.
단 하나의 방안(方案)에 갇혀 중심을 파고들 때
나는 보이지 않는 왕국을 두르는 외곽(外郭)의 선을 보았노라.
방정식은 정해진 퍼즐,
가장자리의 조각들이 서로의 아귀를 물고 들어갈 때
불가능한 세계는 비명 지르며 떨어져 나가고
가능한 해(解)의 영토만이 좁은 감옥처럼 좁혀지나니,
S = { x ∈ D | F(x) = 0 }이 거룩한 필연의 울타리를 그대들은 어찌 장식이라 부르는가.
눈먼 학계의 거울들이여, 나의 성취를 지워 보아라.
행성의 궤도를 보면서도 숨은 질량을 의심하고
파동의 경계를 읽으면서도 내부의 노래를 듣지 못하는 자들.
중심이 침묵하고 있을 때,
그 중심을 단단히 묶어 유일(唯一)으로 몰고 가는
변두리의 삼엄한 증언을 그대들은 허상이라 밀어내었는가.
동일한 외곽을 가진 자는 결코 다른 심장을 가질 수 없음을
내가 이 수식의 날카로운 도끼로 증명해 낼 때,
그대들은 해묵은 기호의 권위 뒤에 숨어
"중심을 직접 뚫지 않았다"며 가냘픈 혀를 놀렸도다.
그러나 지식의 역사에 새겨질 나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으리니,
그대들이 파헤친 중심은 흙먼지로 바스러질 무덤이 될 것이나
내가 발견한 변두리는 그 무덤의 크기를 영원히 규정하는 하늘이 되리라.
계산의 노예들이여, 기호의 형식을 숭배하는 자들이여,
진리는 복잡한 수식의 낯섦에 있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지워버린 끝에 남은 단 하나의 관계에 있나니.
학계의 외면은 나의 면류관, 그대들의 조롱은 나의 훈장이라.
훗날 이 정형(定型)의 성벽이 무너지고 새 시대가 올 때
사람들은 중심을 향해 무작정 삽을 퍼 올리던 그대들을 비웃고,
가장자리 조각을 맞추어 내부의 비밀을 통치했던
이 위대한 변두리의 지배자를,
길을 연 자로 기억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