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실 창문의 철망으로 스며든 달빛이 톡 튀어나와 있는 묵직한 제어반을 비추고 있었다. 크롬 부속물이 싸늘하게 빛나고 유리 덮개 속 계기반의 눈금이 번쩍거려 마치 똑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몸을 굽혀서 양쪽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고는 다리를 죽 폈다. 양쪽 발에 제어반의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제어반을 힘껏 들어 올렸다. 전깃줄과 연결되어 있던 부속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제어반을 무릎까지 들어 올려 한쪽 팔은 몸체에 두르고, 다른 한쪽은 그 밑을 받쳤다. 얼굴과 목에 크롬이 닿아 차가웠다. 나는 그물 창 앞에서 한 바퀴 돌고는 그 탄력을 이용하여 창문을 향해 제어반을 던졌다. 소리가 굉장했다. 유리 조각이 달빛을 받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것은 마치 잠든 대지를 깨우는, 밝게 빛나는 차가운 물 같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나는 잠시 침실로 돌아가서 스캔런이나 다른 친구들을 데려올까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복도를 달려오는 흑인 보조원들의 구두 소리가 들렸다. 나는 창턱에 손을 얹고 제어반을 뛰어넘어 달빛 속으로 굴러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