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은 비가 온다
서울은 비가 온다.
사람들은 우산을 펴고
저마다의 하루를 접는다.
광화문을 지나온 바람은
젖은 가로수 잎을 흔들고,
한강은 말없이
도시의 불빛을 품는다.
비가 내리면
서울은 조금 조용해진다.
수많은 자동차의 불빛도
빌딩의 창문도
잠시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다.
나는 작은 창가에 앉아
오늘도 살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누군가는 사랑을 잃었고
누군가는 사랑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는데도
왠지 마음이 허전한 밤.
그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같은 비가 내린다.
서울은 비가 온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의 마음은
조금 더 솔직해진다.
보고 싶었던 사람이 떠오르고
잊었다고 믿었던 이름이 돌아오고
오래전의 꿈 하나가
젖은 골목 끝에서 다시 걸어온다.
나는 오늘
비에게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비는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창문을 두드리며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참 잘 견뎠다고.
서울은 비가 온다.
수많은 인생이 지나가는 이 도시에서
나는 아직 살아 있고,
아직 사랑할 수 있고,
아직 내일을 기다릴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우산을 펴고 다시 길을 걷는다.
비가 그치지 않아도 좋다.
밤이 깊어도 좋다.
언젠가는
이 빗속에서도
나만의 길을 발견할 테니까.
오늘 밤,
서울은 비가 온다.
그리고 나는
비 내리는 서울에서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