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부터 은교를 음심(淫心)으로 본 것은 아니다. 아니, 나중에도 그랬다. 그 애는 대부분 손녀 같았고, 어린 여자 친구 같았으며, 아주 가끔은 누나나 엄마같이 군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애가 나의 가슴팍에 헤나로 창을 그리던 날 돌연히 페니스가 솟구쳐 일어난 이후부터, 분명히 음심이라고 불러야 할 변태적인 욕망이 내 속에 또아리를 틀고 앉았다. 때에 따라선 그 욕망이 주인 노릇까지 하려 들었다. 아주 고약했다. 나로선 예전에 전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조금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낯설었다. 발기한 페니스의 모양이야 똑같았겠지만, 내게는 예전과 모든 게 점에서 확연히 달랐다. 게다가 그날 이후에는 페니스가 저 혼자 서는 일도 생겼다.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쩔쩔 맸고,
자존심이 상했고,
무참했다.
목이 마르면 물을 찾아 마시면 되고 걷고 싶으면 운동화를 찾아 신으면 그뿐인 것이, 자연이다. 자연의 사이클을 따르면 된다고 여겨온 섹스의 욕망이 나를 긴장시킨 적은, 그러므로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은교를 향한 욕망은 확실히 강도와 빛깔에서 전에 경험한 것과 판이했다. 평생 처음 겪는 강도, 빛깔이었다. 포악스럽고 장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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