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알래스카 출정식' 들러리 된 한국의 대미투자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조선일보 입력 2026.10.01.
3줄 요약
트럼프, 미확정 한국 투자 알래스카 사업 기정사실화
설리번 상원의원 재선 지원 행사 성격 노출
한국 투자 미확정 속 정치적 성과 활용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투자 내용을 발표하며
알래스카의 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각) 한국의 대미 투자 계획을 앞세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발표한 자리는 사실상 알래스카 공화당 상원의원의 재선 지원 무대였다.
한국 정부가 아직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을 기정사실화하며
성과로 부각했고, 행사장에는 해당 지역구 상원의원이 트럼프 바로 뒤에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제 행정부가 대한민국과 체결한 합의 덕분에 미국 역사상최대 규모 중 하나인 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발표한다”며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사업을 포함해 최대 2000억달러(약 271조원)를 미국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발표의 중심에는 한국 투자보다 알래스카 정치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모두발언 상당 부분을 알래스카 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을 치켜세우는 데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설리번 의원은 이 파이프라인을 거의 20년 동안 추진해왔다”며 “이 거래를 성사시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설리번 의원이 11월 선거에 출마한다는 점을 직접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공화당 우세 지역인 알래스카에서 현역 상원의원이 안심할 수 없는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이 이날 행사의 정치적 배경이다.
알래스카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설리번 의원은 민주당 메리 펠톨라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행사장 구성도 선거 이벤트 성격을 드러냈다.
설리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 자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 직후 각료들이 아닌 설리번 의원에게 첫 발언 기회를 줬다.
한국 투자 발표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무대의 주인공은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 후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이날 설리번 의원의 발언에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설리번 의원은 “이것은 단연코 알래스카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우리 자녀들과 손주들이 알래스카에 계속 머물며
미래를 누릴 수 있게 할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사업이 향후 50~100년간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건설 과정에서 1만2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여러 차례 감사를 표했다.
“대통령께서는 취임 첫날부터 이 사업에 집중했다”며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관계자들의 역할을 언급했지만,
정작 사업 재원 제공 대상으로 발표된 한국 정부나 한국 투자에 대해서는 의례적인 감사 표현은 물론 아예 언급이 없었다.
논란은 한국 정부가 아직 사업 참여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알래스카 LNG는 약 445억~545억달러(약 60조~74조원)가 필요한 초대형 사업이지만,
한국 정부는 최근까지 이 사업의 수익성을 확신하지 못해 추가 검토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이날 백악관 행사는 한국 투자 발표를 명분으로 삼았지만, 실제 메시지는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대형 에너지 사업을 가져온
정치적 성과’를 보여주는 데 집중됐다.
한국이 아직 투자 여부를 확정하지도 않은 사업이 미국 내 선거 국면에서 먼저 정치적 성과로 소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대미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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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희 기자 국제부
정치부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담당했고, 사회부에서는 검찰과 법원을 취재했습니다.
이스라엘과 쿠바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했습니다. 공저로 '서른, 정치를 공부할 시간'을 썼습니다.
현재 트럼프 2기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