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마크롱 전략, 한국의 2030에게 안 통한다

 

이재명에게 국내 정치의 가장 불편한 이미지는 무엇일까. 민주당의 강성 개딸들, 사법 리스크 등.. 대통령에 관한 모든 뉴스가 결국 법적 문제로 수렴하는 것이다.

 

“무슨 재판을 받고 있는가.”
“다음 재판은 어떻게 되는가.”
“사법 리스크가 대통령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래서 이재명은 사법 리스크와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문화대통령' 프레임을 만들려고 한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고, AI와 K콘텐츠를 이야기하고, 글로벌 문화산업의 미래를 논한다. 그 자리에 2030 여성들 팬덤이 있는 화사를 데려간다. 한편으로는 이창동 감독을 앞세워 위기에 빠진 한국영화의 지원을 호소한다.

 

하지만 문재인 때는 이런 시도가 성공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다르다.


<< 그때와 달리 지금은 2030이 소위 말하는 '극우화' 되었기 때문이다. >>

 

문재인 정부 당시 한국영화는 정점에 있었다. 이창동 감독은 노무현 정부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이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 됐다. 노무현의 페르소나를 지닌 송강호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권위적 얼굴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30이 유시민 책을 거부한다.

노무현은 일베 밈이 되었다.

이들은 한국 영화 대신 오디세이를 보러간다.

 

실제로 한국영화 산업은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이번 프랑스에서도 이창동 감독은 한국영화 생태계의 위기를 호소했다. 이재명 역시 영화·영상산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흥미로운 역설이다. 과거에는 영화가 한국 문화의 성공을 상징했다면, 유튜브 시대인 지금은 영화가 한국 문화산업의 위기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문화생태계에서 더 흥미로운 변화는 영화에서 출판으로, 그리고 출판과 유튜브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문화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동의 한예종 제자인 배우 박정민을 생각해보자. 배우이면서 출판사를 운영하고, 책을 매개로 젊은 독자들과 연결된다. 최근 등장한 ‘텍스트힙’이라는 현상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배우가 영화에 출연하면 영화가 배우의 세계였다. 지금은 배우가 출판사를 한다. 그 책이 SNS에서 바이럴되고, 사실상 한국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좌표를 움직인다.

 

이재명이 박정민과 절친한 화사를 프랑스 국빈 만찬에 데려간 것도, K-pop, 공연, 유튜브, SNS, 패션, 글로벌 팬덤 주변의 2030 문화소비를 겨냥한 것이다. 올공 대신 싸이 흠뻑 쇼에 가고, 한강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책을 사서 보는 독자층 말이다.

 

그런데 2030은 예전의 2030이 아니다. 더 이상 ‘감성’만으로 움직이는 세대가 아니다. 그래서 예전 촛불시위 때의 김제동과 김미화, 유시민으로 대표되는 '노무현 감성'을 거부한다.

 

이들은 K-pop을 좋아할 수 있다. 좋은 영화를 볼 수도 있다. 책을 사고 텍스트힙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대통령에게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래서 내 집은?”
“내 일자리는?”
“대체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라는 거임?"
“너네가 사다리 걷어 찬거 아님?”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서울에 살라는거임?”

문화적 취향과 정치적 선택은 이제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K-pop을 좋아한다고 진보적인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다고 중도적인 것도 아니다.

영화를 사랑한다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오늘의 젊은 세대는 문화적으로는 상당히 개방적이면서 경제적으로는 극도로 불안하고, 정치적으로는 냉소적이다.

 

프랑스 역시 주거비가 문제고, 물가가 문제고, 일자리가 문제고, 계층 이동이 문제다. 이민과 치안도 정치적 쟁점이다. 지역 격차도 존재한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세련된 정부가 존재한다고 해서 젊은 세대가 거기 호응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에서 국민연합(RN)이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도 강한 지지를 얻은 것은 이 점에서 중요한 신호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프랑스 젊은층에서 RN의 지지가 두드러졌다.

 

이것은 ‘젊은 세대=진보’라는 오래된 가정을 깨뜨린다.

 

마크롱은 헌법상 3선에 도전할 수 없다. 2027년에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 지금 프랑스 2030은 “그래서 젊은이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묻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의 마크롱 전략에는 역설이 있다. 이재명이 정말 마크롱의 이미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면, 마크롱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문화’가 아니라 오히려 문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함초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