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요원 600명 신상 털렸나…국립외교원 해킹 사건 미스터리
이황희 주간조선 기자
오기영 주간조선 기자
조선일보 2026.09.13.
[주간조선]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립외교원. photo 뉴스1
국립외교원에 보관되어 있던 전·현직 외교관의 신상정보 1만건이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약 1년에 걸쳐
해킹된 사실이 지난 7월에야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 소속 해외 파견관들의 신상정보도 해킹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국정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 측은 현재까지 해킹의 주체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국정원 안팎에서는 북한 측의 소행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 요원들의 정보가 해킹된 것이 사실이라면 이들의 해외 정보 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국가 안보에 큰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 외교부에 따르면 국립외교원 온라인 교육 시스템 서버에 지난해 5월쯤 외부인이 침투해 올해 2월까지 약 10개월간
수시로 접속했다고 한다. 외교부 조사결과 미상의 공격자는 서버 소프트웨어의 미공개 보안 취약점(제로데이 취약점)과
시스템 보안 설정 미비점을 악용해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서버를 장악한 후 이를 토대로 올해 2월까지 접속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 직원과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는 다른 부처 직원 등이 어학과 기본적인 외교 소양에 대한 온라인 강의를 볼 수 있는
이 서버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022년 구축됐다.
서버에는 약 1만건의 아이디(ID)와 해당 아이디를 사용하는 직원 이름, 직책과 소속 부서, 이메일, 암호화된 비밀번호 등이 담겨 있다.
다만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주소 등 민감 정보는 저장돼 있지 않았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최근까지도 정확한 유출 건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외교부는 1만건이 모두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킹 사건 이후 주간조선이 접촉한 복수의 전·현직 국정원 인사들에 따르면 이번에 유출된 명단에 약 5년간 국정원 해외파견
근무자들의 명단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해외 공관에 파견을 나가는 국정원 직원들은 예외 없이 국립외교원에서 교육을 받는
다. 국정원 직원뿐만 아니라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 관계자, 군인, 경찰 등 대사관이나 영사관 파견자들 역시
전부 국립외교원에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국정원 직원들 대상으로는 별도의 교육이 이뤄진다.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외교원 측에 자신의 소속을 비롯한 신상 명세 일체를 국립외교원에 제출한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이 정보가 온라인 교육 서버에도 저장된다.
국정원 요원 600명 유출 가능성
국정원 내부 인사에 따르면, 정부 측에서는 이번 해킹 사건 대상자에 약 600명가량의 국정원 요원 신상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 있는 직원에게 들은 바로는 ‘다 털렸다,
큰일났다’라는 반응이 현지에서 나오고 있고 전·현직 가리지 않고 다 해킹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타 외교관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신상정보가 입력된 후 정무2공사, 참사관 등의 직급에 임의로 보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국정원은 해외 공관에 파견되는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 외교관례상 파견국가에 사전 통보한다.
북한 측 공관이나 정보기관에서도 정무2공사의 경우 관례적으로 국정원 파견 요원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참사관을 비롯해 다른 보직을 받아 가는 경우다.
이럴 경우 일부 우방국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통보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해킹 정보에 이들의 신상정보가 포함됐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해 한 국정원 전직 고위인사는 주간조선에 “화이트 요원이라 하더라도 정보기관의 신원이 노출된 것은 일종의 메뉴판이 노출된 셈”이라며 “상대 적국으로 하여금 정보 접근을 용이하게 만드는 활로를 열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다만 블랙요원의 경우 애초에 국내에서부터 신분을 감추기 때문에 이번 해킹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총영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은 “정무2공사 등 공사급 재외공관 직급에 국정원에서 온
인원들이 많이 배치됐다”
며 “대략적으로 국정원 요원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들의 실제 이름, 나이, 소속 등에 대한 정보는 국내 외교부 직원들이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해킹이 정보기관의 역량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일본 파견관 출신의 한 국정원 전직 인사는 “해외로 나가는 국정원 백색 요원들은 공관에서 공식 외교관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에
이번 해킹 1만명 명단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신분을 위장하고 투입되기 때문에 외교부 측이 공개하는 해킹 자료를 통해서는
국정원 소속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외교부나 국가정보원 등에서는 요원들의 신상정보가 정확히 얼만큼 유출됐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외교부 해킹 관련 답변 자료’에 따르면 이번 국립외교원 해킹으로 누출된
인적 데이터는 약 1만건이다.
또 외교부 본부와 해외공관에 대한 해킹 시도와 사이버 공격 횟수는 2021년부터 매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2021년 9002회, 2022년 1만1112회, 2025년 1만7504회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만6254회의 해킹 시도가 발생했다.
외교부 측은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에 대한 해킹 시도 건수를 분리해서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해킹된 서버는 정부서울청사 별관에 위치한 외교부 본부 안에 있었지만 외교부의 정기 보안점검 대상에선 빠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퇴직 외교관이나 해외 파견 후 원부처로 복귀한 다른 부처 공무원들의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으로 조사됐ㅛ
주간조선은 해킹 대상에 포함된 각 기관별 직원 수, 기관별 분류 자료가 있는지 요청했으나 외교부 측은 “
일원된 보도자료로만 답변드리는 점 양해 바란다”고만 답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국정원 관계자는 “외교부 측에서 각 기관별 해킹 자료를 배포하더라도 공란으로 가려져 있거나 총 해킹 건수와
기관별 해킹 건수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그 대상이 국정원 파견관들의 숫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정원 “역량 노출 우려… 답변 어렵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천호 의원실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정원 측은
“국립외교원 피해 서버에 외교부 본부 직원 및 재외공관 근무자의 개인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악성코드 감염 정황을 고려할 때 유출됐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정원 소속 공무원 개인정보 유출 여부에 대한 질의에는 “관련 상세 내용은 정보기관 역량 노출 우려가 있어 답변드리기 어
려운 점 양해 바란다”고 답했다. 같은 정보위 소속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실 측은 주간조선에 “국정원 해킹과 관련한 답변 자료에 대해
국정원 측이 의원 본인만 열람하도록 하고 수거해 간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측은 국정원 파견관들의 교육 여부에 대한 질의에 “외교원 홈페이지상에 있는 교육 관련 안내사항을 확인하면 된다”고 답했다.
다만 홈페이지상에는 ‘국정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
해킹 대상이 국정원이기 때문에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국립외교원 해킹과 관련해 ‘외교부가 해킹 피해 당사자 중 약 4000명에게 해킹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시사저널 8월 7일자)는 취지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이에 외교부 측은 ‘시스템상 전화번호·이메일 주소 등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해킹 통보를 받지 못한 이들의 연락처가 없는 이유는 대부분이 국정원 파견관들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정원 측이 의도적으로 해킹 관련 정보를 숨기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지점이다.
한편 외교부는 올해 38억원이었던 사이버보안 예산을 내년에는 155억원으로 4배 이상 증액했다.
해당 항목을 포함한 정보보호 및 외교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예산이 올해 116억원에서 262억원으로 대폭 늘었는데,
증액분 대부분이 사이버보안 예산이다. 이는 지난 7월 외부에 알려진 국립외교원 해킹 사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해킹 당시 국립외교원이 실시간 보안관리 탐지 대상에서 빠져 있던 점도 알려진 바 있다.
외교부 측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공격 수법도 고도화되고 있는 사이버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 역량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정보자산과 정보시스템을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고,
안정적인 외교업무 수행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