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안 조이게 하겠다”더니…김정은 15년, 핵·단절·파병만 남아




 
  • 곽성규 기자 
  • 지유일보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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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인민생활 향상” 약속했지만 핵 개발에 국가 역량 집중
2018년 ‘완전한 비핵화’ 약속 뒤집고 남북관계 ‘적대적 두 국가’

국제 고립 돌파 위해 러와 군사협력…파병으로 대규모 인명피해
주민들은 식량난 시달리는데 핵보유 굳히며 미국와 재협상 노려








 
북한은 지난 9일 밤 평양의사당 앞에서 '공화국 창건' 78주년(정권수립 기념일·9·9절)을 기념하는 경축 예술공연을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북한은 지난 9일 밤 평양의사당 앞에서 '공화국 창건' 78주년(정권수립 기념일·9·9절)을 기념하는
경축 예술공연을 열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
 

2012년 4월 집권 초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민들에게 내놓은 약속이다.
그러나 15년 가까이 흐른 현재 북한이 손에 쥔 것은 주민생활 개선보다 고도화된 핵·미사일, 단절된 남북관계,
러시아와의 군사밀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난과 주민 인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핵무력을 체제 생존의 핵심 수단으로 키웠고,
국제적 고립을 러시아 파병과 북중러 연대로 돌파하려는 행보까지 보이면서 김정은 정권이 한반도를 넘
국제사회의 안보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은 북한의 정권수립일인 9·9절 78주년이었다. 본지가 북한 정권수립 78주년을 맞아 김정은 집권 15년을 분석해 본다. 

 

◇ 비핵화 약속했지만 결국 더 강해진 핵무력
 

김정은은 집권 초기 경제와 민생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이후 행보의 중심에는 핵무력이 자리 잡았다.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6년 1월과 9월 4·5차 핵실험,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잇달아 강행했다.
핵·미사일 고도화는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로 이어졌고 북한 경제의 대외활동도 크게 제약받았다.

 

2018년에는 반전이 찾아오는 듯했다.
김정은은 그해 4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만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나면서 협상은 사실상 교착됐다.

이후 북한은 비핵화 대신 핵무력 증강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9일 북한이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다시 트럼프와 만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핵보유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 남북 화해에서 ‘적대적 두 국가’로
 

남북관계도 정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2018년 남북 정상은 비핵화와 관계 개선을 약속했지만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한국과의 관계를 급격히 끊기 시작했다.

 

2020년 6월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이후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통일·민족 담론까지
공식적으로 걷어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대화와 교류 대신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단절을 선택하면서 2018년 한반도에 조성됐던 화해 분위기는 사실상 사라졌다.

 

◇ 고립 돌파구는 러시아…전쟁에 병력까지 보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무너진 뒤 김정은이 선택한 새로운 돌파구는 러시아였다.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이후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1만명 이상의 병력을 파견했고
이 과정에서 북한군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정권수립 78주년을 맞은 올해 9·9절에도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내 협력 강화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정권이 한미일과의 대립 속에서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는 구도가 더욱 선명해진 것이다.

 

◇ 핵은 늘었지만 주민 삶은 제자리
 

김정은이 권력과 핵무력을 강화한 것과 달리 주민생활은 집권 초기 약속과 상당한 거리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초기의 불안정 전망을 깨고 권력 기반을 안정시켰지만 “인민 생활은 개선된 것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양에 건물은 올라가지만 전기, 수도, 가스, 도로 이런 인프라는 전혀 진전이 없다”며 환율 상승과 식량가격 급등도 지적했다.

 

결국 김정은 집권 15년의 가장 뚜렷한 성과는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이 아니라
핵무력과 정권 장악력 강화에 집중돼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민에게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핵개발에 따른 제재와 경제난은 계속됐고,
남북 화해를 선언했다가 ‘적대적 두 국가’로 돌아섰으며,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러시아의 전쟁에 병력까지 투입했다.

 

김정은이 향후 트럼프와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더라도 핵무기 감축이나 폐기가 아닌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지난 15년간 이어진 핵·미사일 고도화와 대외 대결구도가 새로운 형태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곽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