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결국 난 모든 것을 잃었다. 그토록 열정을 다했던 직장도......사랑하던 사람도.... 친구도..... 그리고 전재산도......

사실 모든 것을 끝내려고 택한 여행이었다.  전국 촌구석 단기방을 전전하며 살았다. 여인숙, 여관, 모텔, 고시원 그리고 지금 단기 월세.....


그렇게 생면부지의 낯선 시골에서 술만 마시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시간을 반복한다.

몸이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차피 먼지처럼 사라질 인생..... 나는 점점 가라 앉았다.

이 침대 밖으로는 더이상 나가기도 싫었고 두려웠다.

그때부터 남은 통장 잔액을 생각하지도 않고 배달앱으로 정크 푸드들을 시켜 입에다 쑤셔넣기 시작했다

며칠은 자극적이고 포만감이 좋았다. 치킨, 짜장면, 탕수육, 햄버거, 라면, 각종 과자들, 콜라도 제로는 먹질 않았다.

몸무게가 75kg에서 서서히 불더니 두달만에 90키로를 넘어버리더라.  

호흡이 가빠오고 공황장애가 올것 같았다. 그냥 이대로 끝나면 좋겠다고 또 술을 먹고 수면제를 먹고 정크 푸드를 입으로 억지로 쑤셔 넣고

토하고 또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다 약에 취해 잠이 들었다.


어차피.... 이딴 인생....


그러다 어느날 꿈을 꾸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는데 내가 암에 걸려 2주밖에 못산다고 하더라.

너무나 생생해서 깨어나서도 그것이 꿈인지 지금이 꿈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2주라.......

그토록 인생을 끝내고 싶었는데 막상 내게 남은 삶이 14일 밖에 없다고 하니 이 공간이 너무나 갑갑하고 어두워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나갔다. 그때가 새벽 2시였을까.

무작정 걸었다. 상념에 사로 잡히고 내 지난 인생에 사로잡히고... 나의 살들에 사로잡히고

그렇게 사로잡힌 나를 그냥 던져

오롯이 한발 한발 천천히 걸었다. 첫날 나도 모르게 3시간을 걸었을까.

숙소로 돌아오니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있었다. 쓰라리고 아팠지만 웬지 살아있는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었다.


그후 매일 나는 걸었다.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그냥 맑은 공기를 따라 발길 닫는 곳을 향해 그냥 걸었다.

그렇게 3일  5일 8일..... 결국 오늘이 마지막 14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건강하고 정말 행복한 한끼를 준비했다.

그리고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나는 다시 디데이 카운터를 -14일로 고쳐났다.

나에게 다시 주어진 이 14일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이렇게 행복한 한끼를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련다


내일 아침이 오면 나는 다시 문밖으로 나가

나의 길을 걷겠다...

나는 시한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