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나기 전 몸값부터 올린다…김정은, 핵 굳히고 전쟁 준비까지
- 곽성규 기자
- 자유일보 2026.09.04
美전문가들 “11~12월 북미 정상접촉 가능…G20 깜짝 초청 가능성도”
北, 통천 미사일기지 확장·최신무기 배치 가능성…협상 전 도발 전망까지
당 규약서 ‘평화통일’ 지우고 사상 첫 ‘전시’ 조항…김정은 권한 더욱 강화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대화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정상외교가 이르면 올해 말 다시 성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실제 움직임은 비핵화와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미국과 대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동시에 미사일기지를 확장하고
노동당 규약에 사상 처음 ‘전시’ 조항까지 신설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상회담에 앞서 핵·미사일 도발 등으로 몸값을 끌어올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대화와 별개로 한미일의 강력한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11~12월 북미 정상회담설…“G20에 김정은 부를 수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개최한 온라인 대담에서는 올해 11~12월을 북미 정상외교가
가시화될 수 있는 시점으로 보는 전망이 제기됐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국이 12월 14~15일 마이애미에서
개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접촉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도 이에 동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열리는 G20을 활용해 김정은을 전격 초청하는 파격적인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두 지도자가 모두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정상외교를 선호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핵 폐기를 둘러싼 구체적인 협상보다는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논의가 앞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차 석좌는 대담에서 차기 회담이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큰 틀을 재확인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평화와 관계 개선 분야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북한은 분명히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평화를 이루기를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 뒤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기보다는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자신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역대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가 남긴 결과로 판단해
현재의 핵능력을 출발점으로 협상하려 할 수 있다고 차 석좌는 전망했다.
◇ “협상 앞두고 北 도발 가능성 주시해야”
문제는 북한이 정상회담에 순순히 나서기보다 협상 전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이 대화에 들어가기 전 자신들의 위상과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더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9월 하순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이 미국과 중국 양쪽에 존재감을
과시하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미북 대화를 위한 연합훈련 축소가 협상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군사 대비태세와 미국의 방위공약에 대한 신뢰,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한미일 3국 훈련인 ‘프리덤 에지’ 등 연합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말로는 ‘평화’ 가능성, 현장에선 미사일기지 확장
북한의 실제 군사 움직임 역시 이러한 경계론에 힘을 싣고 있다. 북한 전문매체 NK프로가 2일 민간위성 플래닛랩스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강원 통천군의 방공 미사일기지를 대규모로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지 북쪽에서는 100여 채의 주택으로 구성된 마을 전체가 철거되는 정황이 포착됐으며 남쪽에서도 새 도로 건설을 위해 더 많은 주택이 철거되고 있다. 기지 서쪽에는 이주 주민용으로 추정되는 아파트 약 20채도 건설되고 있다.
현재 이 기지에는 구소련이 약 60년 전 개발한 SA-5(S-200) 장거리 지대공미사일이 배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NK프로는 해당 무기가 노후화된 데다 야외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들어 확장공사가 끝난 뒤 최신 방공무기로 교체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정은은 지난 2월 제9차 노동당대회에서 향후 5년 동안 모든 군사기지를 현대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 ‘평화통일’은 삭제하고 ‘전시’ 조항 신설
북한의 내부 통치규범에서도 대남 대화보다 장기적인 적대관계와 전쟁 대비에 무게를 둔 변화가 확인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3일 공개한 제9차 노동당대회 개정 당 규약 분석에 따르면 북한은 ‘남조선 혁명론’과
‘조국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민족자주’ 등 남북을 하나의 민족으로 전제했던 표현을 사실상 모두 걷어냈다.
반면 노동당 규약에는 역대 처음으로 ‘전시’ 상황을 규정한 별도의 조항이 신설됐다.
전쟁 등 유사시에 정치국이 중요 문제를 결정하고 일부 간부 인선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해 비상시 지휘체계를 제도화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를 “전시의 ‘당적 지도 관행’을 규약에 성문화한 것”이라며
“전쟁 대비의 상시화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김일성·김정일의 업적을 상세하게 선전하던 일부 문구는 줄이고 정치국회의 소집과 핵심 간부 임면, 당 조직 해산 등 김정은이 이미 행사
해온 권한은 당 규약에 보다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 전략연은 이를 독자적인 ‘김정은 노동당’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결국 북한은 미국과의 정상외교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으면서도 핵무기를 협상의 전제가 아닌 기정사실로 만들고,
군사기지 현대화와 전시 지휘체계 정비를 병행하고 있다.
따라서 연말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이를 곧바로 비핵화 진전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북한이 회담 직전 군사적 긴장을 높인 뒤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방식으로 협상 구도를 만들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 원칙과 대북 억지력의 마지노선을 사전에 분명히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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