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센트(Zero Cent)의 유령
2026년 9월,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제3회의실.
실내 공기는 고성능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안면 인식 카메라가 사방에서 번쩍이는 방 한가운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부주임 ‘린칭(林淸)’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 맞은편에는 국가 안보국(MSS) 요원 둘에게 양팔을 붙잡힌 국가중점실험실 소속 ‘황 박사(Dr. Huang)’가 창백하게 질린 채 서 있었다.
린 부주임은 태블릿 PC의 화면을 가볍게 쓸어 넘겼다. 화면에는 황 박사가 세 달 전 비밀 인트라넷을 통해 당 중앙 고위층에 단독 보고한 [초고순도 Au(금) 공급망 독립을 위한 물리적 핵반응 수식 및 실증 결론]이 띄워져 있었다.
“황 동지.”
린 부주임의 목소리는 인공지능 비서처럼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아 더 위협적이었다.
“자네가 장담했지?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금융 제재 속에서 우리 대만 해협 작전 기금을 전적으로 책임질 ‘신형 국산 황금’의 물리적 공식이라고. 당 중앙은 자네의 그 ‘완벽한 정답’을 믿고, 칭하이성 비밀 군사기지에 첨단 양성자 가속기를 건설하는 데 국가 예산 45억 위안(한화 약 8,500억 원)을 즉각 집행했네.”
“부주임님…! 제 보고서는 물리학적으로 단 하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그라운드 트루스(참값)’입니다!”
황 박사의 목소리가 볼품없이 갈라졌다.
린 부주임은 태블릿을 책상 위로 툭 던졌다.
“그래, 자네가 올린 2단계 수식, 아주 아름답더군. ¹⁹⁶₈₀Hg에 중성자를 포획시키고, 전자 포획(EC) 붕괴를 유도해 ¹⁹⁷₇₉Au를 만든다. 양자역학 교과서에 박제해도 될 만큼 깔끔해. 그런데 말이야…”
린 부주임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눈동자에 서늘한 독기가 서렸다.
“오늘 새벽 04시를 기해 가속기 1호기가 완전히 멈춰 섰네. 결과물이 무엇인지 아나? 자네가 호언장담한 ‘순도 99.9%의 전략 황금’은 단 1그램도 나오지 않았어. 대신 가속기 냉각수 전반이 방사성 동위원소로 오염돼 기지 전체에 폐쇄령이 내려졌지. 게다가 원료로 투입한 수은-196은 전 세계 공급망을 다 뒤져도 고작 0.15%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 물질이라, 석 달 만에 전량 고갈되었네. 당 중앙을 이토록 완벽하게 기만한 배후가 누구인가?”
황 박사는 무릎이 꺾여 바닥에 엎어지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기만이라니요! 저는 오직 물리학적 ‘수식(Equation)’ 자체만 보고하라는 위선의 지시를 따랐을 뿐입니다! 경제성이나 방사능 위험 같은 건 학술적인 ‘노이즈(Noise)’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노이즈?”
린 부주임이 비웃으며 황 박사의 턱을 구두 끝으로 짓눌렀다.
“안보국이 자네의 암호화된 개인 클라우드를 복구했네. 거기서 자네가 인공지능(AI) 검열을 피해 초안으로 작성했던 ‘진짜 메모’가 나왔더군. 읽어줄까?”
린 부주임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켜고 담담하게 읊조렸다.
* ‘자연계 수은-196은 0.15% 배합이라 원료 확보 원천 불가능.’
* ‘양성자 가속 가동 전기세 및 메인터넌스 비용 수십억 위안, 가성비 최악.’
* ‘부반응으로 인한 고위험성 방사능 폐기물 처리 불가.’
* ‘결론: 이걸로 국가 비축 금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100% 개소리임.’
황 박사의 눈동자가 공포로 거대하게 확장되었다.
“황 동지, 자네는 당의 조급함을 아주 정밀하게 이용했어.”
린 부주임이 구두를 치우며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고위층이 보고 싶어 하는 ‘수식적 정답’만 서류에 아주 깔끔하게 발라내어 올리고, 국가의 존망이 걸린 ‘현실적 파멸’은 사소한 부작용인 양 철저히 은폐했지. 이것은 단순한 과실이 아니야. 국가 예산을 사취하고 전시 금융 전략을 교란한 최고 등급의 반당(反黨) 및 반국가적 태죄(殆罪)다.”
“부주임님! 살려주십시오! 수식은 진짜입니다! 수식은 정답입니다!”
“종이 위에서만 존재하는 정답은 사회주의 국가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
린 부주임이 뒤를 돌아서며 안보국 요원들에게 짧게 명령했다.
“당 중앙 군사위원회의 특별 명령이다. 피고인 황을 국가반역죄 및 경제 교란죄로 즉각 소추한다. 가혹한 선례를 남기기 위해 감형 없는 교수형을 선고하며, 집행은 30분 내로 처리한다.”
“아니야! 난 정답을 말했을 뿐이야! 정답을 말한 게 무슨 죄란 말인가!!!”
황 박사의 처절한 비명은 입에 물려진 재갈과 함께 어둠 속으로 지워졌다. 2026년의 고도로 발달한 베이징 지하 처형실, 최첨단 리니어 모터로 구동되는 교수대의 밧줄이 서늘한 기계음과 함께 팽팽하게 당겨졌다. 변명 없이 깔끔한 정답만을 보고하려 했던 천재 과학자의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허무할 정도로 정막했다.
다시 조용해진 회의실. 린 부주임은 태블릿에 저장된 황 박사의 보고서 파일을 선택한 뒤, [영구 삭제] 버튼을 눌렀다. 데이터가 0과 1의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데는 채 1초도 걸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