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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과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내년에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성과급이 2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의 약 5배 규모다.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최대 0.09%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2027년 즉시 현금화 가능한 세후 성과급은 21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올해 4조4000억원의 약 5배이자,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소비쿠폰 13조5000억원의 약 1.6배에 달하는 규모다.
세전 기준으로는 두 회사의 성과급 추정액이 총 62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 DS부문이 39조6000억원, SK하이닉스가 22조4000억원이다. 다만 실제 현금화 가능 금액을 계산할 때는 세금을 제외했고, 내년부터 자사주로 지급되는 삼성전자 특별성과급은 즉시 매각할 수 있는 물량의 3분의 1만 반영했다. 성과급 규모는 증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 등을 토대로 추산했다.
한은은 이처럼 대규모로 늘어나는 성과급이 실제 소비로 이어질 경우 반도체 호황의 내수 파급효과도 내년에 한층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수준의 소비파급률이 내년에도 유지되는 상방 시나리오에서는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경우와 비교해 2027년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0.12%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파급률이 낮아진다고 가정한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도 GDP 제고 효과는 0.08%로 계산됐다. 이를 성장률로 환산하면 내년 성장률을 0.06~0.09%포인트 높이는 효과다.
3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뉴시스
반도체 직원들의 소득 증가가 실제 소비로 옮겨가는 흐름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한은이 지역별 카드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사자의 거주 비중이 높은 이천·화성·청주 등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는 성과급 지급 이후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4%가량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 노출도가 높은 이천·화성·청주 흥덕구 등 3개 지역에서는 비노출 지역 대비 월별 소비 증가폭이 지난해 성과급 지급 이후 1.6%까지 확대됐다. 이후 다소 줄었다가 성과급 규모가 크게 늘어난 올해 초부터 다시 커지면서 지난 6월에는 3.7%까지 벌어졌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금까지의 소비 패턴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누적 증가액은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25~2026년 연평균 증가액 8000억원은 지난해 전체 민간소비 증가액의 약 2% 수준이다.
성과급 가운데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소비파급률은 지난해 27%, 올해 21%로 추정됐다.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비율 자체는 낮아졌지만, 사용기한과 사용처가 정해진 소비쿠폰과 달리 아무 제약이 없는 현금성 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지 않은 수준이라는 게 보고서의 평가다.
8일 부산항 신선대 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경제 전반으로 고르게 퍼졌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현재까지 늘어난 소비는 자동차와 백화점, 가전·가구 등 고가 재량재에 집중됐다. 올해 들어 온라인 소비도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한은은 주요 반도체 수혜지역의 테슬라 차량 인도량이 빠르게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상당 부분 자동차 구매와 관련된 것으로 봤다. 반면 마트·편의점 등 생활소비와 의료·교육 지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고가품 중심의 소비가 국내 경제에 다시 돈을 돌게 하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다. 자동차나 고가 재량재 등은 수입 유발 효과가 크고 국내 근로소득으로 돌아가는 몫이 상대적으로 적어, 한 사람의 지출이 다른 가계의 소득과 소비로 이어지는 ‘소비→소득→소비’의 선순환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도 돈이 흘러간 곳에 따라 소비 효과가 달랐다.
청주 흥덕구에서는 이천보다 소비 증가폭이 크게 나타났다. 반면 이천에서는 성과급 규모가 늘어난 올해 초를 전후해 가구·가전, 주방용품, 부동산중개 서비스 등 주택 관련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한은은 추가 소득이 주택시장보다 소비로 유입되는 비중이 높을수록 내수 파급효과 역시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호황의 효과가 기존 직원들의 ‘성과급 잭팟’을 넘어 경제 전체로 퍼지기 위해서는 고용 확대도 중요하다. 과거 조선·철강·자동차·화학 등 주력 제조업 호황 사례를 분석한 결과 임금총액 증가가 기존 직원의 임금 상승보다 신규 고용 확대를 통해 나타난 지역에서 소비 파급효과가 더 컸다. 글로벌 AI 확산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향후 고용 증가가 뒤따르면 소비 효과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분석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급에 따른 소비 효과만 반영됐다. 다른 IT 기업의 임금 상승이나 반도체 기업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정부 세수 확대 등은 추정치에서 제외됐다.
한은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 호황은 이미 국내 소비에 유의미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향후 성과급 지급 규모가 커지면서 소비경로를 통한 파급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급효과의 크기는 호황의 수혜가 얼마나 많은 고용으로 이어지고, 추가 소득이 자산시장보다 소비로 흘러가며, 소비가 얼마나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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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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