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스날 팬이다.

 

누군가에게 축구는 그저 공 하나를 두고 벌이는 경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아스날은 조금 다르다. 그것은 90분 동안 펼쳐지는 경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는 시간이다. 이기던 날의 환희도, 패배하던 날의 허탈함도 결국 하나의 기억이 되어 내 삶의 한 페이지에 남는다.

 

아스날을 좋아한다는 것은 언제나 행복한 일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잘 풀리지 않는 순간에도 같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기대했던 경기에서 무너지고, 우승을 눈앞에 두고 좌절하고, 다음 시즌을 다시 기다리는 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경기가 시작되면 다시 붉은 유니폼을 바라보며 마음이 뛰는 것. 어쩌면 그것이 팬이라는 이름의 가장 솔직한 의미인지도 모른다.

 

나는 아스날의 축구에서 아름다움을 본다. 빠르게 이어지는 패스, 정교한 움직임,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눈빛.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응원 속에서 하나가 되는 사람들을 본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같은 팀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은 순간에 환호하고, 같은 순간에 침묵한다.

 

아스날은 나에게 단순한 승리보다 더 큰 것을 가르쳐주었다.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주었고, 실패한 뒤 다시 일어나는 법을 보여주었다. 오늘의 패배가 내일의 끝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축구에는 다음 경기가 있고, 인생에도 다음 날이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스날 팬이다.

 

트로피가 많아서도 아니고, 언제나 강하기 때문도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완벽한 아스날이 아니라, 때로는 흔들리면서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아스날이다.

 

언젠가 내가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젊은 날처럼 축구를 열정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아마 붉은색과 흰색을 보면 오래전의 마음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아스날 팬이었다가 아니라, 나는 여전히 아스날 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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