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사람은 결국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다.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지나간다. 부모가 있고, 친구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한때는 서로의 전부였던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까지 대신 들어와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밤이 깊어지고 세상의 소리가 하나둘 꺼지면, 인간은 자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다. 그 방에는 아무도 없다. 거기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살아가는가.

 

그리고 죽음 앞에서 나를 붙들어 줄 것은 무엇인가.

 

나는 오랫동안 그 질문 앞에서 혼자였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고독의 한가운데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불렀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그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세상이 갑자기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가난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고, 사람들의 마음이 내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어제의 상처가 오늘 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적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조금 덜 외로웠다.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인생은 혼자 걷는 길일 수 있지만, 혼자 버려진 길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사람은 나를 떠날 수 있다. 사랑했던 사람도 떠날 수 있고, 믿었던 사람도 실망시킬 수 있다. 친구는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부모도 언젠가는 세상을 떠난다. 내가 붙잡고 싶었던 모든 것은 언젠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러므로 인간을 영원히 붙잡아 줄 수 있는 인간은 없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다르다고 나는 믿는다.

 

그분은 내가 가장 초라할 때도 나를 바라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슬픔을 알고, 내가 스스로에게조차 설명할 수 없는 침묵을 아신다. 사람들이 나의 성공을 보고 나를 사랑할 때가 아니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나를 외면하지 않으신다.

 

그래서 나는 고독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고독은 반드시 저주가 아니다.

 

때로 고독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기 자신에게로 데려가는 긴 복도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자신의 영혼이 내는 작은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 박수와 웃음과 대화 속에서는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떠난 뒤, 홀로 남은 밤에는 이상하게도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누구를 의지하고 있느냐?”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래 침묵한다.

 

그리고 대답한다.

 

“주님을 의지하고 싶습니다.”

 

나는 완전한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다시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누군가가 나를 끝까지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외롭지 않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도 인간의 사랑을 갈망한다.

 

그것이 인간이다.

 

신앙을 가졌다고 해서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믿음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유한한지를 더 선명하게 바라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유한함 속에서 영원을 바라보게 된다.

 

나는 언젠가 죽는다.

 

내가 가진 이름도, 재산도, 명예도, 실패도, 사람들의 평가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작아진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도 언젠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죽음보다 먼저 나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다고.

 

그분이 예수 그리스도라고.

 

그러므로 나는 이제 혼자라는 사실을 두려워하기보다, 혼자인 시간을 통해 하나님을 바라보려고 한다.

 

사람이 없는 밤에도 기도할 수 있다.

 

박수가 없는 인생에서도 사랑할 수 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리에서도 선하게 살아갈 수 있다.

 

누군가 나를 버렸다고 해서 내가 무가치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십자가에서 두 팔을 벌리신 그리스도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그러니 혼자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사람을 사랑하되 사람을 하나님처럼 의지하지 말자.

 

사람을 소중히 여기되 사람에게 내 영혼의 전부를 맡기지는 말자.

 

떠나는 사람을 억지로 붙잡지 말자.

 

그리고 홀로 남은 밤에는 절망하지 말자.

 

그 밤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자.

 

“주님, 저는 혼자입니다.”

 

그러면 어쩌면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대답이 들려올지도 모른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사람이 나를 떠나도 괜찮다.

 

내 인생이 세상의 기준으로 위대한 인생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마지막까지 붙잡아야 할 것은 세상의 박수가 아니라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의 인생이라는 긴 길이 끝나는 날,

 

나는 빈손으로 하나님 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자랑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하고 싶다.

 

예수 그리스도.

 

내가 외로웠던 밤에도 함께하셨던 이름.

 

내가 무너졌을 때 다시 일으켜 세웠던 이름.

 

내가 길을 잃었을 때 바라보았던 이름.

 

그리고 죽음의 문 앞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고 싶은 이름.

 

예수 그리스도.

 

그러므로 오늘도 나는 혼자 걷는다.

 

그러나 버려진 사람처럼 걷지는 않는다.

 

내 앞에는 길이 있고,

 

내 뒤에는 지나온 시간이 있으며,

 

내 곁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이 있고,

 

내 마음에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다.

 

그러나 그리스도와 함께 걷는 사람에게

 

혼자라는 것은

 

더 이상 버림받았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하나님을 향하여

 

홀로 그러나 담대하게 걸어가는

 

한 인간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