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의 도시, 서울
서울은 잠들지 않는다.
그러나 잠들지 않는다는 것은
깨어 있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지
서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은 아니다.
새벽 두 시,
한강은 검은 비닐처럼 누워 있고
강 건너 아파트의 수천 개 창문에는
각자의 작은 우주가 켜져 있다.
어떤 창문에서는
누군가 라면을 먹고,
어떤 창문에서는
누군가 울고,
또 다른 창문에서는
누군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휴대전화를 바라본다.
서울은 이렇게
수백만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사람의 심장에게
안부를 묻지 못한다.
지하철은 사람을 가득 싣고 달리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피한다.
어깨와 어깨가 부딪히고
발끝과 발끝이 스치고
같은 역에서 내리면서도
우리는 끝내 서로의 이름을 모른다.
이 도시에서는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가까이 붙어 있으면서
가장 멀리 떨어져 살아간다.
종로의 오래된 골목에도
강남의 빌딩 숲에도
홍대의 음악 소리에도
신림의 작은 방에도
외로움은 조용히 앉아 있다.
외로움은 가난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비싼 아파트의 가장 높은 층에도
외로움은 산다.
월급날의 통장에도
외로움은 산다.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사람의
휴대전화 화면에도
외로움은 산다.
서울은 사람을 성공시키는 데에는
놀라울 만큼 능숙하지만
한 사람이 무너질 때
그 곁에 앉아 있는 법은
아직 배우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밤의 서울을 걸으며
이상한 생각을 한다.
이 도시가 정말 거대한 것인지,
아니면 외로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거대해 보이는 것인지.
가로등 하나가
빈 골목을 끝까지 비추고 있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본다.
빛은 아무에게도
“왜 혼자냐”고 묻지 않는다.
그저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작은 몸을 내어준다.
아마 사람도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구원하지 못하더라도
잠시 곁에 앉아주는 것.
정답을 말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네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말해주는 것.
서울의 외로움은
사람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 사이에
너무 많은 벽이 세워졌기 때문에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은
거대한 빌딩을 하나 더 세우는 일이 아니라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따뜻하게 웃어주는 일,
늦은 밤 혼자 걷는 사람에게
“잘 들어가세요”라고 말하는 일,
그리고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누군가에게
먼저 이름을 부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새벽 네 시.
서울의 불빛이 하나둘 꺼진다.
그러나 아직 꺼지지 않은
작은 창문 하나가 있다.
그곳에서 누군가
오늘도 혼자 잠들지 못하고 있다.
나는 그 창문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처럼
오래 서 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당신이 혼자라고 느끼는 이 밤에도
서울에는 당신처럼
외로운 사람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내일 아침까지 살아 있어 주기를.
아침이 오면
도시는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찰 테니까.
그리고 언젠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당신에게 다가와
“오늘은 좀 괜찮습니까?”
하고 물어볼지도 모르니까.
서울은 아직
완전히 외로운 도시가 아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지 못한 도시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언젠가 이 도시의 수많은 창문들이
서로에게 작은 별이 되는 날,
서울은 더 이상
외로움의 도시가 아니라
서로의 밤을 밝혀주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