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순위를 매기면 다음과 같다.

1. 도메네크 토렌트 (Domènec Torrent)
2. 로베르토 모레노 (Robert Moreno)
3. 헤수스 카사스 (Jesús Casas)
4. 에르빈 쿠만 (Erwin Koeman)

그동안 한국축구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감독의 디테일한 전술적 능력이 부족해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이른바 '해줘 축구'가 되었다. 하지만 한국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제외하면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그리 높지 않다. 손흥민과 이강인이 봉쇄되면 결국 공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축구보다 수적 우위와 연계 플레이를 통해 공격한다면 에이스 한 명이 빠진다고 해서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2. 체격과 체력이 약해 피지컬이 부족하다. 무의미한 투지와 압박으로 활동량만 늘어나면 후반전에 금방 지쳐 무너지거나 대량 실점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포지셔널 플레이가 필요하며, 무의미하게 뛰어다니기보다 자신에게 할당된 공간을 지키면서 효율적으로 움직여서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스페인식 축구는 "많이 뛰어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약속된 위치를 점하며 공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선수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이 움직이도록 만들어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다. 피지컬이 약해도 패스 타이밍과 위치 선정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항상 2대1, 3대2의 수적 우위를 만든다. 
또한 명확한 위치 원칙(Positioning)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짧은 준비 기간에도 조직력을 갖추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대표팀 환경에 특히 적합하다.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감독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공격 시에는 정해진 위치를 유지하고, 공을 빼앗겼을 때는 무리하게 멀리 추격하지 말고 자신의 주변 5m 공간부터 차단하라."는 구체적인 위치 원칙이다. 이러한 세밀한 포지셔닝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로 스페인 지도자들이 가장 뛰어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롱볼에 의존하는 힘의 축구는 결국 선수들의 피지컬과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축구인데, 한국에는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애초에 포옛 감독은 선정될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은 감독의 디테일한 전술 아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축구를 구사해야 한다. 세부적인 전술이 부족하고, 포지셔널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움직임과 패스 경로가 제시되지 않으면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게 되고, 결국 경기 운영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포지셔널 플레이와 론도(Rondo)를 기반으로 한 전술에 가장 뛰어난 감독은 토렌트이다. 이 정도의 지도자라면 한국 축구를 장기적으로 맡겨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다.

도메네크 토렌트 (전술 설계자형 코치)
펩 과르디올라 감독 옆에서 실제 선수들의 동선 매뉴얼과 훈련 세션을 직접 디자인한 브레인이다. 훈련장에서 cm 단위로 패스 길을 열어주는 공식을 설계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로베르토 모레노 (컴퓨터 분석관형 코치)
데이터와 전술 분석 분야의 개척자이다. 상대의 압박 타이밍과 우리 미드필더의 최적 위치를 시각적 수치와 영상 가이드라인으로 완벽하게 계량화해서 선수들에게 주입하는 능력이 탑 클래스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그동안 감독의 전술적 무능을 선수들의 눈물겨운 활동량과 투지, 그리고 '아웃라이어 3인방(손흥민, 이강인, 김민재)'의 순수한 개인 기량으로 겨우겨우 메워왔다. 이제는 선수가 뛰어다니는 축구가 아니라 구조와 공이 움직이는 축구를 해야 한다. 선수들의 부족한 개인 수준을 메워줄 수 있는 '정밀한 설계도'를 그려줄 수 있는 지도자는 단연 도메네크 토렌트와 로베르토 모레노뿐이다.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에 비해 타고난 피지컬과 개인 기술이 부족할수록, "뛰지 않고 공을 돌려 공간을 만드는" 스페인식 축구는 한국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줄이고 부상을 방지하는 최고의 무기가 된다. 

2022년 1월, 벤투 감독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해외파가 단 한 명도 없는 순수 K리그 선수들만으로 아이슬란드를 5-0으로 완파했다. 당시 조규성, 권창훈, 백승호, 김진규, 엄지성 등이 골을 넣으며 약속된 빌드업과 정교한 패턴 플레이로 피지컬 좋은 유럽 팀을 완벽하게 해체했었다. 한국 선수들은 전술적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된 전술적 '매뉴얼'을 받아보지 못했던 것뿐이다. 

최근 K리그에서 제주의 코스타 감독은 U-22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2002년생 김륜성, 오재혁을 비롯해 2005년생 김준하, 최병욱, 권기민, 박민재, 조인정 등을 모두 활용하고 있으며, 후보든 선발이든 최소 4명 이상의 U-22 선수를 반드시 투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2007년생 강동휘까지 교체 명단에 포함되고 있다. 이러한 선수들은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팀의 주축으로 성장할 자원들이다. 코스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동시에 기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며 팀 성적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이전 김학범, 남기일 감독 시절은 어린 선수들에게 암흑기였다. 전술적인 디테일이 부족해 기존에 기용하던 선수들만 계속 활용했기 때문이다.

왜 국내감독들은 U-22 의무 출전 규정을 지키기 위해 어린 선수들을 극단적으로 짧은 시간만 뛰게 하고 빼버리는 '조기 교체 카드'로 전락시켰을까? 

축구 스타일이 '시스템(전술)' 중심이냐, '선수 개인(피지컬·경험)' 중심이냐에 따라 U-22 유망주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1. 세르지우 코스타 등 스페인 스타일의 시스템 감독: "역할만 소화하면 신인도 주전이다"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와 확실한 세부 전술을 갖춘 팀은 경기장을 잘게 쪼개고, 각 포지션의 선수가 언제,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구조(Structure) 체계가 완벽히 잡혀 있다.

- 유망주 기용이 쉬운 이유
신인 선수가 베테랑만큼의 뛰어난 개인기나 노련미가 없더라도, "자신에게 부여된 전술적 역할과 위치"만 충실히 이행해 주면 팀 시스템 전체가 알아서 굴러간다.

- 체력적 이점
구조가 잘 잡힌 축구는 공과 사람이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불필요한 동선이 줄어든다. 활동량이 좋고 감독의 전술 지시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U-22 선수들이 오히려 이 시스템 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2. 롱볼·피지컬 위주의 전통적 국내 축구: "신인은 체격과 경험에서 밀린다"
반면, 전술적 세부 지침보다는 선수의 피지컬, 투지, 롱볼 경합, 그리고 개인의 임기응변에 의존하는 축구는 경기장 안에서 선수가 짊어져야 할 순수한 '체급(Physical)'의 부담이 너무나 크다.

- 유망주 기용이 어려운 이유
롱볼 위주의 힘의 축구에서는 전방에서 상대 수비수와 거칠게 싸워 공을 지켜내거나(포스트 플레이), 수비 시 노련한 위치 선정으로 상대의 패스 길목을 끊는 '경험적 판단'이 필수적이다. 프로 무대에 이제 막 데뷔한 만 21~22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은 성인 무대의 거친 피지컬 압박을 버텨낼 뼈대가 아직 덜 잡혀 있고, 노련미도 부족하다.

- 리스크 회피 성향
시스템이 아닌 개인 기량에 의존하다 보니, 감독 입장에서는 당연히 신체 조건이 완성되어 있고 노련한 베테랑(주민규, 이창민 등)을 고집할 수밖에 없다. 유망주를 쓰면 곧바로 '개인 체급 싸움'에서 밀려 실점 리스크가 커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술 시스템 없이 베테랑과 피지컬에만 의존하는 축구는 매 시즌 후반기 ‘체력 방전과 동력 상실’이라는 필연적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

포옛 감독 같은 유럽·남미 기반의 지도자들이 K리그에 와서 가장 놀라는 점은 구단의 색깔이나 선수단의 특성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국내 감독들이 똑같은 형태의 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 '선 수비 후 역습'과 롱볼의 획일화
하위권 팀이든, 전력이 강한 상위권 팀이든 세밀한 빌드업 체계 없이 일단 라인을 내린 뒤 전방의 타깃맨을 향해 롱볼을 때리고 측면 크로스에 의존하는 패턴이 거의 똑같다.

- 개인 기량 위주의 '체급 축구'
전술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알아서 버티고, 알아서 뚫어내는" 힘의 축구이다 보니 감독의 전술적 역량보다는 연봉이 높고 피지컬이 좋은 선수를 누가 더 많이 보유했는가로 승패가 갈린다. 포옛 감독 입장에서는 이를 전술이 아닌 '선수 개인의 체급 싸움'으로 보는 것이다.

거스 포옛 감독 축구의 핵심 역시 큰 틀에서는 롱볼과 선 굵은 축구였다. 하지만 그가 추구한 롱볼과 전통적인 국내 감독들의 롱볼은 전술적 '목적'과 '세부 약속'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포옛 감독 입장에서는 K리그의 무계획적인 힘의 축구가 더더욱 답답하고 똑같아 보였던 것이다.


즉,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발전과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토렌트와 모레노 같은 감독이 필수적이다.

심지어 전술의 정밀함(디테일)과 이론적 깊이, 그리고 현대 축구의 최첨단 트렌드를 다루는 스펙 측면에서만 본다면 토렌트와 모레노가 파울루 벤투 감독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된다.

따라서 A대표팀 뿐만 아니라 연령대별 대표팀(U-17 → U-20 → U-23 → A대표팀)에 모두 스페인 출신 지도자를 선임해서 하나의 전술적 철학과 시스템으로 묶어서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 

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전 연령대 축구 교육 매뉴얼이 가장 체계적으로 규격화된 나라이다. 스페인 축구협회(RFEF)의 지도자 자격증 코스는 단순히 전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공간을 인지하고 공을 순환시키는 법’을 단계별로 가르치는 수학 교과서를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문제
U-17에서는 롱볼 축구를 하다가, U-20에서는 역습 축구를 하고, A대표팀에 오니 갑자기 스페인식 포지셔널 빌드업을 하라고 한다. 선수는 나이를 먹고 대표팀 클래스가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축구 수학 공식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비효율을 겪는다.

통합 시스템의 이점
U-17 시절부터 cm 단위의 위치 선정(포지셔닝)과 론도 시스템을 몸에 익힌 선수는, U-23을 거쳐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되더라도 "내가 소집 첫날 어느 자리에 서서 어떻게 공을 돌려야 하는지" 이미 완벽하게 알고 있다. 감독이 바뀐다 한들 국가의 축구 철학(설계도)이 같기 때문에, 소집 첫날부터 100%의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