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유도 설명도 없는 '돌연 경질', 이번이 몇 명 째인가




 
조선일보
입력 2026.08.17.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 기념 악수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24 ⓒ 뉴스1


지난 7월 24일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 기념 악수를 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이재명 대통령이 통상 사령탑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직권 면직 형태로 경질했다.

여 전 본부장은 경질 전날인 13일에도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등 업무를 정상 수행했다.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직권 면직은 정무직 인사에서 이례적인 조치다. 하지만 청와대도 산업부도 면직 사유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경질 사실이 알려진 것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언론 보도를 통해서였다.

 

통상본부장 경질은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쿠팡 이슈 등 민감한 통상 현안이 산적한 국면에서 이뤄져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근 미 정부가 대미 투자 프로젝트 추진을 서두르라며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산업부는 “정무적 판단 영역”이라며 입을 닫고 있다.
국익을 걸고 외국과 협상하는 사령관을 바꾸고도 설명 한마디 없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자칫 미국 측에서 오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정부 안팎에선 개인적인 사유 때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5월 복지부 1차관이 돌연 경질됐을 때도 청와대와 복지부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온갖 추측이 나왔지만 지금껏 인사 배경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난해 말 농식품부 차관이 임명 5개월만에 갑작스럽게 물러났을 때도, 지난 6월 소방청장이 취임 90일 만에 물러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난주 청와대 춘추관장도 사표를 냈지만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다. 이유도, 설명도 없는 ‘돌연 경질’이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

 

신상필벌은 공직 인사의 기본이다. 배경을 시시콜콜 밝힐 수는 없겠지만 경질 인사를 할 경우 최소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때
공정한 인사인지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 같은 일이 반복되면 공직 사회에 막연한 두려움이 커지고 불필요한 추측만 난무할 수밖에 없다.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렇게 고위 공직자들을 느닷없이 옷 벗게 하면서도 레버리지 ETF 도입을 주도하는 등
경질 사유가 쌓여 있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계속 자리에 앉혀놓고 있다.
이 정부의 인사 기준과 원칙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영문 기사 보기 (View English Article)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