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정 운영을 '성남시 수준'으로 하나
- 오창균 선임기자
- 뉴데일리 2026-08-12
한없이 가벼운 세금폭탄 농담 … 국민은 '눈물'
先발표 後번복, 반발 생기면 땜질 처방
무이자 근저당에 다주택 … 국민 염장 지르
나기가 막힌 타이밍에 전격전 … 全大용 아닌가
5000만 민생 달린 청와대, 성남시청과 달라

▲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괴한 장면이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놓고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 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주고받은 농담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세금 만지는 사람은 그것을 아셔야 한다. - 세금을 바꾸면 반드시 욕을 먹게 돼 있다"고 했다. 회의장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 대통령은 이어 "바뀌어서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고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나게 반감을 가지게 된다.
- 그러니까 무조건 기어 다니세요"라고 했다. 장내에선 '하하호호' 또 웃음이 터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부처 간 엇박자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이 대통령은- "앞으로 가도 잘못이고 뒤로 가도 잘못이고 서 있어도 잘못이면 뭐 어쩌라는 거냐"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 "존재 자체가 싫을 때 그렇게 표현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국민 반발과 언론의 지적을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듯한 화법이 하루 새 두 차례나 나온 셈이다.
농담의 소재가 된 세제 개편안은 국무회의장 밖에서는 전혀 웃어 넘길 수 없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뜨거운 감자'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 재경부가 내용을 발표한지 엿새 만에 관련 법안에 대한 국민 의견은 5,000건을 넘어섰다.
-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증세를 멈춰 달라", "부득이한 경우는 실거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 "성실하게 한 집에서 오래 살아온 노년층에게 집 팔고 세금 내고 쫓겨나든가,
- 죽을 때까지 세금 내며 참으라는 현대판 고려장과 다름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야당은 "더 걷고, 덜 주며, 생색만 내는 양두구육 개편"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 . 장동혁 대표는 "국민들 사이에서 '잼대믹'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한다"며
-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최대의 리스크가 됐다고 직격했다.

▲ 김상호 청와대 춘추관장. ⓒ연합뉴스
- #아마추어 같은 졸속 정책 … 묻기라도 했으면
방향 뿐 아니라, 설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같은 공시가 20억원짜리 1주택이라도 실거주자는 세금이 줄고 비거주자는 최대 2배 넘는 - 세금을 내도록 갈라놓았다. 취업, 진학, 질병, 봉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집을 비운 것인지까지 일일이 따져야
- 세액이 정해지는 구조다. 세무사조차 계산기를 몇 번씩 두드리다 포기할 수 있는 복잡한 사안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가장 뒤통수 맞은 건 부부 공동명의"라고 평가했다. -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부부 공동명의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 (정부는 이번에 종부세 기본공제에서 공동명의 1주택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쪽으로 제도를 바꿨다.)
#슬그머니 발 빼는 정부 … "국민이 마루타?"
성난 군중을 마주한 정부는 발표 이후 두 갈래로 물러섰다.
하나는 비거주 1주택자의 거주 인정 요건 확대다. 정부는 불가피한 사유로 다른 시·군에 거주하게 된 경우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해준다고 했지만 이를 두고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국민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 반대 여론이 커지자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7일 "실거주 예외 인정 기간을 3년보다 더 늘릴 수 있다"며 슬그머니 한 발 뺐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안도 비슷한 상황이다. -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대통령은 돌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원칙 없이 내놓고, 반발 크기에 따라 땜질을 하는 '선(先)발표, 후(後)번복'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은 무이자 근저당 … 참모는 다주택자
부동산을 둘러싼 파장은 청와대까지 덮쳤다.- 지난 11일 청와대는 불법 증축 논란이 불거진 김상호 춘추관장을 면직 처리했다.
- 청와대 측은 김 관장을 징계한 뒤 면직 처분했다고 밝혔다. 어떤 수위의 징계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상호 관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5층짜리 다세대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에 '계단실'로 - 신고해놓은 1층을 실제로는 원룸으로 무단 증축해 세입자에게 보증금 1000만원, 월세 85만원을 받아온 사실이 알려졌다.
- 서류상 6세대인 건물에 실제로는 7세대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김 관장은 서울 광진구에도 약 74평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 올해 초 대통령이 다주택자 규제 강화를 예고하자 대치동 주택을 처분 중이라고 밝혔지만
- 결국 아무것도 팔지 못한 채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다주택을 정리하지 못하고 떠난 참모는 김 관장만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다주택자를 악마화하면서 처분을 압박하는데, 정작 청와대 참모들조차 위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대통령은 근저당으로, 참모들은 다주택으로 국민 염장을 지르는 형국이다.

▲ 전남광주 남구 상공에서 바라본 광주 군공항 부지 모습. ⓒ뉴시스
- #가뭄 속 광주 반도체 전격전 … 全大용 아닌가?
광주 반도체 문제 역시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10일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회의에서 "속도전을 넘어 -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일본 구마모토에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하라고 주문했다.
- 국방부엔 2028년 중반까지 광주 군공항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옮기고,
- 250만평에 이르는 부지의 군 시설도 그해 하반기까지 이전을 마치라고 했다.
- 군공항이 옮겨지기 전이라도 탄약고 예정 부지부터 정비해 반도체 팹 착공을 서두르라는 지시도 나왔다.
구마모토에서 배워야 할 것은 '속도' 뿐일까. 구마모토현 TSMC 공장은 중앙·지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 반도체 공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에 완공과 양산 착수에 성공했다.
- 부지·전력·용수 같은 기반시설을 미리 갖춰놓았기 가능했던 성과다. 결코 정치적 결단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팹을 2029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2028년 말 전력 공급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하루 165만t 규모의 용수도 확보한다는 일정을 내놓았다.
- 계획부터 의뭉스럽다. 한국은 345㎸ 송전선로를 기준으로 계획부터 준공까지 평균 약 13년이 걸린다.
- 호남은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식수원 확보조차 비상이 걸린 상태다.
- 반도체는커녕 당장 지역 용수와 송전 문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행정 현실 사이의 간극이 이보다 선명할 수 없다.
우연이라고 봐야 할까. - 이 대통령의 전격전 지시가 나온 날,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됐다
- . 당권을 다투는 정청래·김민석 두 후보는 누적 득표율 1.48%p 차의 초박빙 승부를 벌이며 나란히 호남으로 달려가
-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자신이 가장 잘 이끌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눈치 빠른 사람은 대통령의 행위가 누구에게 유리할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52시간 민노총 동의" … 軍공항은 먼저 빼자
이런 정치적 셈법과 별개로, 같은 회의에서 다뤄진 또 다른 사안은 정반대의 속도로 흐른다.- 메가특구 입주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 등에 주 52시간제 완화 특례를 적용할지를 두고,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는
- 산업 경쟁력과 노동권 보호 사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청와대는 결국 결론을 유보했다.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은 첨단산업 연구개발 인력에 있어 유연근로제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 반면 한국은 메가특구를 구상하는데도 민노총의 승인 없이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하는 형국이다.
- 이런 친노동 행보가 뿌리 깊다 보니, 정반대 방향에서 나온 대통령의 지시는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주 52시간제 문제와는 달리,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는 속전속결이다. - 국방부에는 곧바로 '2028년 중순까지'라는 구체적 시한이 박힌 지시가 내려갔다.
- 정작 군공항을 어디로 옮길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 예비후보지인 무안군은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국제공항 우선 이전, 1조원 규모의 재정 지원,
- 국가산업단지 조성이라는 3대 선결조건을 내걸고 심의위원회에 두 차례나 불참했다.
- 18년을 끌어온 이 갈등은 대통령의 지시 사흘 전에야 광주시장과 무안군수의 비공개 회동으로 간신히 물꼬를 텄다.
- 정부는 오는 11월까지 최종 이전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구상이다.
- 아직 옮겨갈 곳도 정해지지 않고, 주민의 동의도 받지 않은 사업인데, 대통령이 먼저 완료 시한을 못 박아버렸다.
이 세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주 52시간제 완화 특례는 민노총의 동의부터 구하겠다면서,- 노동계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쟁의 범위 문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동부를 채근한다.
- 반대로 지역 갈등이 훨씬 첨예한 군공항 이전은 부지 확정도 전에 시한부터 통보했다.
- 민노총 동의는 구하면서 군 공항 이전은 일방통행이다.
- 심지어 광주 군공항은 공군 제1전투비행단이 사용하는 공군 기지로, 한미가 함께 사용하는 공동운영기지(COB) 중 하나다.
- 주한미군은 정부가 반도체 단지 계획을 발표하자 "우리는 광주 기지에 중요한 군사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한미 관계가 뒤틀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 우려가 적지 않다.
#청와대는 성남시청과 다르다
지난 열흘 남짓을 한 줄로 이어보면 낯익은 패턴이 드러난다.- 정부는 3일 세제 개편안을 던져놓고 여론이 들끓자 7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슬그머니 물러섰다.
- 그 사이 국민동의청원에는 개편안 자체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등장했다.
- 세제 개편 발표 후 8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 반면 밀어붙이기로 작정한 사업 앞에 대해선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 이 대통령은 10일 광주 반도체와 관련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 국방부에 광주 군공항 이전 시한을 2028년 중순으로 못박았다.
- 같은 자리에서 산업부·노동부의 52시간제 이견은 결론 유보로 넘겼고,
- 바로 다음날인 11일 국무회의에서는 노동부에 노란봉투법 지침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 무엇을 서두르고 무엇을 미룰지를 가른 건 사안의 무게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었다.
성남시청을 운영할 때는 이런 방식이 통했을지 모른다. 한정된 몇몇 공무원을 불러 지시하고, - 민원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보완하고,
- 성과가 났다 싶으면 전격전이라 이름 붙이면 그만이었을 수도 있다.
- 그 때와는 달라야 한다. 5,000만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할 청와대의 지금 모습은 어떠한가.
-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한 세금 개편안, 민노총에 발목 잡힌 메가특구 주 52시간제 완화, 주한미군이 우려하는 광주 군공항 이전,
- 끊임없이 터지는 노란봉투법 후폭풍 등 납득하기 어려운 혼란이 한가득이다.
- 세간의 우려를 하나같이 뒤늦게야 마주하고 있다. 애초에 사안의 무게를 가늠하고 시작한 정책인지 의심이 든다.
국무회의장의 농담이 가벼울수록, 그 뒤에서 감당해야 할 국민의 삶과 정부의 신뢰는 무거워진다.- "무조건 기어 다니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수 있으려면, 적어도 국정을 다루는 손놀림 만큼은
- 시청 민원실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장면들은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오창균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