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투자금이 13억 빚으로"… 창업 실패하자 3중 청구서 날아왔다




 

[창업 엔진 꺼진 대한민국] <上>
한 번 쓰러지면 재기 힘든 나라




 

장우정 기자박순찬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6.08.10.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벨리 내에 한 중소 게임 지원 시설(글로벌게임허브센터) 내 공실 모습. 전체 사무실 중 20%가 이날 공실 상태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게임 스타트업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게임 스타트업 사이에서 입주 경쟁률이 높은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공실이 꽤 많아졌다”고 했다. /이영관 기자https://www.chosun.com/resizer/v2/XTLMNDSWR5EY5OTDMQMQBW7KRA.jpg?auth=b5b9784aa3114425668a776dbdeff0be079443f199573dd213e50ae59f528e19&width=464 464w,https://www.chosun.com/resizer/v2/XTLMNDSWR5EY5OTDMQMQBW7KRA.jpg?auth=b5b9784aa3114425668a776dbdeff0be079443f199573dd213e50ae59f528e19&width=616 616w" decoding="async" loading="lazy" src="https://www.chosun.com/resizer/v2/XTLMNDSWR5EY5OTDMQMQBW7KRA.jpg?auth=b5b9784aa3114425668a776dbdeff0be079443f199573dd213e50ae59f528e19&width=616">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벨리 내에 한 중소 게임 지원 시설(글로벌게임허브센터) 내 공실 모습.
전체 사무실 중 20%가 이날 공실 상태로,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에 입주한 게임 스타트업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게임 스타트업 사이에서 입주 경쟁률이 높은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공실이 꽤 많아졌다”고 했다.
/이영관 기자




가상현실(VR) 기반 인테리어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를 창업한 하진우(44) 전 대표는 현재 13억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

. 그는 건축가 겸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전국 아파트 도면의 95%를 확보했고 이를 3D(3차원 입체)로 바꿔, 가상 공간에 다양한 가구를 배치해 보고 구매하는 서비스로 창업했다.

삼성·한화·신세계 등에서 25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일본에도 진출해 ‘100만불 수출의 탑’(2021년)도 받았다. 하지만 예상만큼 3D 도면이 보급되진 못했고 결국 도전은 실패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숱한 ‘스타트업 실패담’이었지만, 다른 대목은 창업자의 빚이었다.
그가 빚더미에 앉은 건 한 투자사의 계약서에 담긴 ‘연대 책임’ 조항 한 줄 때문이었다.

2017년 5억원을 투자한 신한캐피탈은 어반베이스가 2024년 사업 부진으로 회생 절차에 들어가자
연 15% 복리로 총 12억5200여 만원을 하 전 대표에게 청구했다. 현재는 이자가 더 붙어 13억원이다.

 

배임이나 횡령 같은 중대 과실 없는 창업자 개인에게 실패의 책임을 물은 셈이다
하 전 대표는 투자사와의 소송에서 1·2심과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했다. 계약서대로 하라는 것이다.

신한캐피탈 측은 “투자 유치 당시 양측이 명확히 합의한 계약서 조항에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다양한
채권 회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재(再)창업이라는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창업 시대를
선언했지만, 실패를 받아줄 수 없는 환경에서 청년을 창업으로 내모는 것은 안전줄도 없이 번지점프를 뛰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래픽=박상훈https://www.chosun.com/resizer/v2/2LH3ADPQ7BAL5KIBG3YHHXP4WE.png?auth=02c27629d5506705f9b0626b101e00ea59bdf9e09ddcadf661afce4cf143cf64&width=464 464w,https://www.chosun.com/resizer/v2/2LH3ADPQ7BAL5KIBG3YHHXP4WE.png?auth=02c27629d5506705f9b0626b101e00ea59bdf9e09ddcadf661afce4cf143cf64&width=616 616w" decoding="async" loading="lazy" src="https://www.chosun.com/resizer/v2/2LH3ADPQ7BAL5KIBG3YHHXP4WE.png?auth=02c27629d5506705f9b0626b101e00ea59bdf9e09ddcadf661afce4cf143cf64&width=616">

그래픽=박상훈




◇‘실패하면 안 되는 나라’가 된 한국
 

어반베이스의 사례는 한국 청년들이 창업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한국에서 창업 실패의 청구서는 삼중으로 날아든다. 신용 불량과 경력 단절, 그리고 ‘실패자’라는 낙인이다.

 

본지와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한·미·일·중 4국 이공계 청년 설문에서도 한국 청년들의 답변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유독 크게 나타났다.

창업 실패 경험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답변이 미국(72.5%)과 중국(69.5%)에선 10명 중 7명꼴이었지만,
한국은 31.7%였다. 일본(37.2%)보다 낮아 4국 중 꼴찌였다.

한국 청년들이 창업(12%) 대신 택한 것은 안정적인 대기업(39.7%), 전문직(19.7%), 공공부문(14.3%)이었다
.

창업을 주저하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한국 청년들은 자금 조달 어려움(33.8%), 실패 위험 부담(28.6%), 안정적 기회 포기(23.5%),
확신 부족(7.6%) 등을 꼽았다


자국 창업 환경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도 4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많았다.
미국과 중국, 일본 청년들은 자국 창업 환경이 적절하냐는 질문에 각각 97.8%, 93.8%, 52.2%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은 적절하다는 답변이 38%에 불과했다.

 

김영은 한경협 기업가정신발전소 팀장은 “한국 청년들의 창업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위험이 개인에게 집중된 불균형한 구조 때문”이라며
“실패하면 신용 문제, 경력 단절, 사회적 낙인까지 동시에 따라오는 상황에서 창업 대신 안전한 취업을 택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빠져 죽어도 책임 안 지면서”...묻지 마 창업 독려는 위험
 

이재명 정부는 약 6만3000명이 참가한 ‘모두의 창업’과 같은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의 대안으로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1인 창업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시대에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과 같은 대기업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업계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리벨리온과 같은 스타트업이 과감하고 빠른 전략으로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점에도 많은 이가 동의한다.
다만 창업은 주식 투자보다 성공하는 사람이 더 소수일 만큼 실패가 기본인데,
정부가 ‘안전망’도 없이 무작정 청년들을 창업으로 떠밀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디오 플랫폼 ‘스푼라디오’와 숏폼 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를 운영 중인 스푼랩스의 최혁재 대표는 “빠져 죽는다고 나라가
책임져 주지도 않는 상황에서 결국 신용불량자만 양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은 모두가 하면 안 되고 정말 그 과정을
감당할 수 있는 준비된 사람만 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은 수영도 못하는 사람을 바다에 던진 다음 수영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연쇄 창업자인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는 “모두가 취직을 못 하는 상황에선 다른 방향으로 뛸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맞다”며
“짧은 시간 안에 가장 많은 배움과 성취를 하려면 전쟁터에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일단 한 대 맞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때 3000억원 기업 가치의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역할은 ‘모두의 창업’을
독려하는 것도 좋지만, 상식이 통하는 창업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악의적인 투자 계약서가 통용·인정되는 한, 제2, 제3의 어반베이스 사례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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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정 기자


장우정 기자산업부 중기팀장

산업부 중기팀장으로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2010년 조선미디어그룹 조선비즈 공채 1기로 입사해 테크(2010·2019~2022년)·중기벤처(2022~) 분야를 비교적 오래 출입했습니다.


 
박순찬 기자


박순찬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을 담당합니다.
실리콘밸리 특파원과 사회부 기동취재팀장, 테크부 테크팀장 등을 거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