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엔 연좌제, 외국 사례는 왜곡 … 사관학교 졸속 통합땐 베네수엘라보다 더한 후과
- 조문정 기자
- 뉴데일리 2026-08-06
李 대통령 "쿠데타 세 번 다 육사"
법치주의와 어긋나는 연좌
제식 논리安 장관 "공산국가엔 사관학교 없다"
러·中 병과별 사관학교 분리 운영
배석한 軍 수뇌부도 오류 정정 안 해
판단 기준은 韓 안보 조건이어야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논리가 핵심 전제부터 사실과 어긋나 있다는 점이
- 국방부 업무 계획 보고에서 드러났다.
- 사실상 육사 폐교가 목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 통합안은, 육사 출신 일부가 저지른 과거 군사 쿠데타를 이유로
- 육사 전체에 구조적 책임을 돌린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과 '러시아·중국 등 공산국가에는 사관학교가 없으며
- 대부분 통합 사관학교를 갖고 있다'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주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인식은 2만2400여 명에 이르는 육사 출신 장교 가운데 1600여명이 전사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출신을 이유로 육사에 책임을 묻는 연좌제에 가까운 논리다.
안 장관이 예로 든 중국과 러시아 역시 군종·병과별로 4~5년제 군사학교·사관학교를 분리 운영하고 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상비 병력 20만 명 이상인 국가 중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운용하는 나라는
- 24개국이고, 통합형 사관학교 제도를 채택한 국가는 일본·나이지리아 2개국에 불과하며,
- 일부 혼합형을 운용하는 국가는 4개국 수준이다.
통합의 핵심 근거부터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오는 이유다.
◆李 대통령, 육사 전체에 쿠데타 책임 전가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방부 업무계획 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다 육사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느냐"며
- "군별로 따로 떼어서 군을 육성하고, 아주 장기간 특정 군종이 군대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 가끔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절단 내고 난 다음 아무런 책임을 안 지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 . 이어 "앞으로는 구조적으로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든다"고
- 강조하면서 안 장관에게 "일부가 가끔씩은 떼를 지어서 이런 절대로 용서하지 못할 일을 벌이는데
- 그럴 소지를 없애야 한다", "(육·해·공사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신속하고 강력하게 빨리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 발언에는 과거 일부 육사 출신 장교들이 저지른 반헌법적 범죄를 수십 년간 군을 지켜온 전체 육사 출신 장교·생도 - ·가족에게 구조적 책임으로 확장하는 연좌제적 사고가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실제 12·12와 5·18 당시 반란·내란에 참여한 장교들은 내란죄·반란죄 등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고 계급·연금 박탈 등 법적 제재를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기획한 12·3 비상계엄 당시 - 상급자의 지휘에 따른 대다수의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 그럼에도 특정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재 복무 중인 장교 전체를 잠재적 쿠데타 세력처럼 지목하고,
- 교육기관 자체를 통합·폐교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치주의가 전제하는 자기 책임의 원칙과 어긋난다.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에서 보고하는 모습. ⓒ뉴시스
- ◆安 장관의 설명과 다른 공산국가의 사관학교 사례
이 대통령의 지시에 안 장관이 통합의 근거로 제시한 해외 사례도 사실과 배치된다. - 안 장관은 "사실 사관학교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 러시아, 중국 등 공산국가도 사관학교가 없고 1~2년 장교 양성 과정이 많다.
- 주요 몇 나라만 사관학교를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고 사관학교를 통합해서 운영하는 나라가 굉장히 많다"고 주장했다.
국가마다 명칭과 조직은 다를 수 있지만, 러시아·중국 모두 국가가 장기간 교육해 장교로 임관시키는 군사교육기관을- 분명히 운영하고 있다.
- 러시아 총참모대학 출신인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예비역 육군 준장)은 "중국은 육군, 해군, 공군, 로켓군 등
- 군별 장교 양성 및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군사교육 체계 역시 매우 방대하다.
- 러시아 또한 역사적으로 여러 군사학교와 각 군 사관학교, 참모대학 체계를 유지해 왔고 현재도 육군·공군·해군을 포함한
- 다양한 군사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안 장관이 예시로 든 공산국가 사례는 당이 최우선인 체제가 장교 양성·교육에 개입하는 방식이라, - 한국식 사관학교 제도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통합군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북한도 하전사 복무 자원을 군종별 전문 군관학교에 입교시키고, 육군의 병과별 학교는
- 강건종합군관학교로 통합하는 추세지만 김정숙 해군대학, 김책공군대학 등 군종 대학으로 분리해 운영한다.
물론 캐나다와 호주처럼 병력 10만 명 이하의 국가들은 예산과 병력 제약 때문에 통합형 장교 양성기관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 미국·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폴란드·대만·튀르키예 등 주요 군사강국들은 대체로 군별 사관학교·군사학교를
- 분리 운영하는 분리형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 일본 방위대학교는 패전 이후 육·해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4년제 통합 사관학교를 만든 사례로
- , 군부 약화·파벌 방지라는 역사·정치적 특수성을 반영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韓 안보 조건과 괴리된 해외 사례가 기준
안 장관의 인식이 비판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군이 처한 안보 환경은 군사적 위협이 낮고 해외 원정이나- 국경 수비 부담이 제한적인 소규모 국가들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데 있다.
- 김희곤 전 한국정책학회 전략부회장은 "휴전선 너머에는 핵무기와 대규모 재래식 전력을 보유한 북한군이 상시 배치돼 있고
- , 한국군은 한미연합방위 체제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규모 지상전 대비, 서해·동해에서의 해상작전,
- 방공·미사일 방어, 북핵·미사일 대응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 여기에 중국·러시아 등 군사강국이 인근에 있고,
- 대만해협과 동북아 해역의 긴장은 한반도 안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안 장관의 발언은 애초에 사관학교 통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잘못 설정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사관학교 통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해외 군사교육기관 사례가 아니라 한국의 병력 규모, 군 구조, 작전 환경,
- 전쟁 가능성, 동맹 체계다.
- 일반적으로 병력과 임무 규모가 큰 국가일수록 각 군의 전문성과 임무 특성을 살리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분
- 리 운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도 한국의 사관학교 제도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조건이다.
그럼에도 안 장관은 "러우 전쟁 이후 전쟁 양상이 180도 변했기 때문에 통합성과 합동성이 더욱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며 - "가장 중요한 것은 합동성과 전문성을 더더욱 고도화시키면서 첨단 과학 사관학교를 만든다는 데 있다.
- 규모의 경제 면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겠다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안 장관이 예시로 든 러시아의 군사교육 기관 통폐합은 군사 강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 4년 5개월째 고전 중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 주 소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우 전쟁 전에 전구를 개편하고 국방개혁을 하면서 64개의 군사교육 기관을
- 10개로 통폐합한 결과 장교양성 체계가 엉망이 돼 전쟁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고,
- 국방개혁 과정에서 30만 명을 감축하면서 중·대령급 장교를 한꺼번에 전역시키고
- 심지어 사관학교 졸업생마저 예비군으로 편입하는 무리수를 두었다가 엄청난 인명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합동성은 생도 통합이 아니라 상급 교육에서 쌓여
안 장관의 인식과 달리, 합동성은 육·해·공군 생도가 같은 교정에서 생활한다고 생성되는 능력이 아니다.- 각 군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합동참모교육·합동훈련·연합작전·합동참모 근무를 통해 축적되는 작전수행 능력이다.
미국·영국·프랑스·중국 등 합동작전 능력이 뛰어난 군대들도 군별 사관학교를 유지하면서 국방대학, 합동참모대학 등 - 상급 교육기관에서 영관·장성급을 대상으로 합동성을 강화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 이미 한국군도 각 군 대학·합동 교육 과정·합참·연합부대 근무를 통해 영관급 장교 대상 합동교육 체계를 운용 중이며,
- 초급 장교 교육 단계에서 합동성을 앞세우기보다는 자군 전문성 심화 후 중·고급 과정에서 합동성을 강화하는 것이
- 국제적·실무적 추세다.
통합 사관학교 체계는 교육·훈련 현실과도 충돌한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각 군 특성을 고려한 전공은 교육 소요가 상이해 기초과정 교과를 공통으로 구성하기 어렵다.- 육군은 야전 전술과 리더십, 공군은 항공역학과 비행원리, 해군은 해양학과 수상·수중 작전 등 서로 다른 전장 환경에 부합된
- 기초 전공이 필요한데, 이를 2년짜리 공통과정으로 압축하는 것은 설계 단계부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특히 공사는 현재 4년 과정에 최적화된 신체관리 프로그램, 공중적응훈련, 특화 전투체육, 군사훈련, 전공과목 및
- 실습 등을 재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 2년간의 집중교육으로는 복잡해지는 다영역 작전(MDO) 환경과 무기체계 발전에 따른 군사 교육·훈련 소요를
- 충족하기 어려워 전문성 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 공군의 경우 현재 4년 과정 양성체계에서도 전체 생도의 30~50%만을 전투조종사로 양성하는 만큼,
- 교육 기간을 줄이면 임관 후 야전 복무를 주도할 수 있는 수준의 조종사·장교 양성이 더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바로잡히지 않은 전제… 베네수엘라화 우려
이날 업무보고에는 진영승 합동참모의장(공사 39기),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육사 47기), 김경률 해군참모총장(해사 47기),- 손석락 공군참모총장(공사 40기), 주일석 해병대사령관(해사 46기), 육·해·공군사관학교 교장, 국방부 정책실장
- 김홍철(공사 39기)까지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산국가에는 사관학교가 없다"는 설명에 대해 어떠한 정정도 나오지 않았다
- . 사관학교 통합 논리의 허술함뿐 아니라, 군 수뇌부의 직언·검증 기능이 마비돼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베네수엘라는 2010년 차베스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사관학교를 통합했으나, 전투력 약화와 전문성 붕괴를 초래한 - 대표적인 정치적 군 개혁 실패 사례로 평가된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과 휴전 중인 분단 국가인 한국에서 사관학교 통합이
-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베네수엘라보다 더욱 심각한 후과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문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