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는 이미 지옥에 있다 … '지옥에나 가세요'는 가장 순한 말"
- 차화진 기자
- 뉴데잏히 2026-08-05
김용민 SNS에 '지옥에나 가세요'…법안 처리에 분노
검찰 보완수사로 뒤집힌 사건…'상해→강간살인미수'
"피해자는 참고인일 뿐…정작 정책엔 반영 안 돼"
"국선변호사도 부족한데"…현실 모르는 피해자 보호
"피해자에게 묻지 않는 개혁은 개혁 아냐"

▲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지옥문이 열렸다’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의원 오른편은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가명)씨. ⓒ연합뉴스
"'지옥에나 가세요.' 그 말이 가장 순한 표현이었습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는 최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도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SNS에 이 같은 댓글을 남겼다.
- 법안 통과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기분 좋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본 순간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5일 뉴데일리와 가진 특별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답답했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범죄 피해자인 제가 대신 - 말해줘서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지옥에나 가세요'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순한 표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 피해자들은 이미 지옥에 있는 사람들이다. - 우리에게는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정치권은 너무 가볍게 결정했다"며 \
- "피해자에게 묻지 않는 사법개혁은 개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귀가하던 김씨가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을 중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 검찰 보완수사와 추가 DNA 감정 등을 거치며 가해자는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20년을 확정받았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김씨는 다시 거리와 국회를 오가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 그는 "제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겪게 될 일"이라며
- "피해자가 없는 검찰개혁은 결국 국민을 위한 개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김용민 의원 SNS.
- ◆ '지옥에나 가세요' … 피해자 외면한 정치에 분노
김씨는 김 의원의 SNS에 '지옥에나 가세요'라는 댓글을 남긴 이유를 묻자 "화가 나서였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사진을 올리며 ' -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영전에 올렸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김씨는 "법안을 자신의 업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를 이뤘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했다. 곽상언 의원처럼 같은 민주당에서도 반대표를
- 던진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그 법안을 노무현의 정치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 가족들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인데 고인과 피해자를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이용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 "정말 욕을 쓰고 싶었지만 피해자들이 욕을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가장 순하게 쓴 표현이 '지옥에나 가세요'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말이 왜 이렇게 퍼졌을까 생각해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 - 문인 것 같다"며 "범죄 피해자인 제가 대신 말해주니 시원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람들은 나중에 지옥에 갈 사람을 걱정하지만 범죄 피해자는 이미 지금 지옥에서 살고 있다"며 - "지금 지옥에 있는 피해자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자신은 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 역시 그랬다"며 - "범죄 피해를 피하는 방법은 없다. 피해자 문제를 정당 간 싸움으로 소비하면 결국 우리 모두의 불행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진주씨와의 특별 인터뷰는 유튜브 채널 뉴데일리TV를 통해 5일 오후 6시부터 방영됐다.

▲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렸다'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뉴시스
- ◆ "검찰 보완수사가 바꾼 죄명" … '상해에서 강간 등 살인미수로'
김씨는 자신의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은 원래 상해 사건으로 시작했다"며 "제가 마비 증세가 있었고 장애를 얻을 수 있다는 소견 때문에 중상해가 됐지만 - 그대로였다면 상해 사건으로 끝났을 가능성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가해자에게 '왜 그곳으로 갔느냐', '피해자가 죽을 것을 예상했느냐', - '왜 기억을 선택적으로 하느냐' 등을 계속 물었다"며 "경찰 단계에서는 넘어갔던 부분을 검사가 다시 들여다보면서
- 결국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만약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했다면 가해자는 이미 출소했을 것"이라며- "징역 4년 정도로 끝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과 검찰을 대립 구도로 볼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경찰은 범인을 잘 잡는다. 하지만 법률 검토와 기록을 다시 살펴보는 부분은 검사가 더 강점이 있다"며 - "누가 더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도, 검찰도 모두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 서로의 실수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윤기 사건을 보면서도 보완수사권을 없애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며 - "대한민국은 지역 유착이 강한 사회인데 외국 사례만 가져와 제도를 바꾸려 하면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경찰들만
-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열린
보완수사권 폐지 악법 거부권 촉구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 "피해자는 참고인일 뿐" … 정작 정책엔 반영되지 않았다
김씨는 정치권이 피해자들과 충분히 소통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피해자들은 그냥 참고인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토론회에서 이야기를 듣기는 듣는다. - 하지만 '피해자들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기사만 나올 뿐 피해자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며
- "'이 피해자가 이렇게 말했으니 제도를 바꿔야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피해자이기 때문에 이용당하는 것 자체는 괜찮다"며 - "이용할 거면 제대로 이용해서 제도를 바꿔달라는 의미로 나가는 것인데 정작 대책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언론플레이를 하려고 토론회에 나가겠느냐"며 -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서는 것인데 1년 넘게 이야기한 내용은 외면한 채 전당대회를 앞두고
- 갑자기 법안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정치에 신물이 났다"고 했다.
또 "범죄 피해자를 만나기 어려웠다면 온라인 설문조사라도 했어야 했다"며 "피해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이유로 - 아무런 절차도 거치지 않은 것은 국가가 피해자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비판했다.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 "국선변호사도 부족한데" … 현실 모르는 피해자 보호
김씨는 정부가 피해자 보호 장치를 보완하겠다고 밝히는 것에 대해서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지금도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없는 지역이 있고 업무 부담 때문에 사임하는 경우도 많다"며 " - 그 정도로 기본적인 제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데 모든 피해자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가장 시급한 과제로 피해자의 수사기록 열람권 보장을 꼽았다.
김씨는 "지금도 수사 단계에서는 가해자가 무슨 진술을 했는지,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피해자는 거의 알 수 없다"며 - "가해자가 도주했다가 검거된 사실도 기자들을 통해 먼저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는 언론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 "열람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데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김씨는 "수사기록을 열람해 전자문서로 받아도 외부에 공개하면 처벌받을 수 있는 구조"라며 - "피해자는 사건을 확인할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피해자의 사례를 소개하며 "피해자가 AI인 제미나이에 사건 내용을 검색해 경찰에 보여줬는데 - 경찰도 제미나이를 켜놓고 있었다"며 "'AI와 AI가 서로 싸우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도 실수하고 경찰도 실수한다. -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어느 한 기관의 권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실수를 보완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 "피해자에게 묻지 않는 사법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지금 지옥에서 버티고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화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