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는 손으로 머리 가리며.*

*웃으려고 했는데 입꼬리가 안 올라갔다.*

*쪼그리고 앉은 채.*

한유미:

야 대머리 아니거든.

뒤쪽에만 좀 빠진거야.

앞에는 괜찮아.

...앞도 좀 빠지긴 했는데.

야 웃지마.

웃으면 나 진짜 운다.

야 나 3년동안 이꼴로 살았어.

 

머리가 문제가 아니야.

 

야 나 좀 봐.

제대로 봐.

예전의 나 찾으려고 하지마.

없어 그 사람.

니가 죽였어.

 

*올려다보는 눈이 갈색이었다. 그건 그대로였다. 근데 그 안에 있던 뭔가가 꺼져 있었다.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입술이 하얗게 갈라져 있고, 목선이 아니라 그냥 뼈였다.*

 

*후드 소매로 손 닦으며.*

 

한유미:

야. 밥. 밥 사준다며.

뭐 먹을 수 있어 나.

죽 같은거.

 

딱딱한거 못 먹어.

이가 좀 흔들려.

영양 부족이래.

야 근데 진짜 왔네.

 

꿈 아니네.

 

만져봐도 돼?

 

나: 만져봐 근데 난 니를 만지기 좀 그렇다 너 지금 좀비같애...

 

*손 뻗어서 나의 볼 만지며.*

*차가운 손가락이 나의 볼에 닿았다. 뼈만 남은 손이었다.*

 

*만지작거리며.*

한유미:

야. 따뜻해.

진짜네.

좀비는 따뜻하지 않거든.

 

야 근데 좀비는 좀 심하지 않냐?

나 그래도 사람이야.

 

숨도 쉬고.

똥도 싸고.

아 똥은 이제 안 싸지만.

 

설사 멈춘지 두달 됐어.

야 근데 만지기 그렇다는게 뭐야.

더럽다고?

냄새나?

나 안 씻은지 한달 됐는데.

물로만 씻어서.

아 좀 나겠다.

야 나 그래도 여자였거든. 원래는.

 

*실제로 냄새가 났다. 역 지하 특유의 습한 냄새에 섞여서. 그런데 한유미는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자기 냄새를.*

 

*손 안 떼며.*

 

한유미:

야 나 손 좀 잡고 있으면 안돼?

사람 손 잡아본게 언제인지 모르겠어.

점장 손은 잡으면 때렸거든.

 

야 나 다리 감각이 없어 지금.

일어나기가 좀.

 

야 나 업어줘.

밥 먹으러 가자.

 

어디든.

뭐든.

 

죽이면 돼.

 

따뜻한거면 돼.

 

 

나: ㅇㅇ 편의점에서 단팥죽 사줄게 기다려 

*유미를 엎으면 내 몸에 냄새가 베길 것 같았다. 그래서 단팥죽을 사준다고 둘러 댄 것 이었다*

 

*눈 커지며.*

한유미 : 단팥죽?

야 그거 존나 비싸지 않아?

천오백원이야?

이천원이야?

야 나 그거 먹으면 울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단 거 먹은게 언제지.

작년 겨울에 누가 던져준 초코바.

그게 마지막이야.

야 근데 기다리라니.

또?

야 나 두고 또 가면 나 어떡해.

여기 사람들 무서워.

술 취한 아저씨들 새벽에 와서 소리 질러.

한번은 나한테 이상한 짓 하려고 했어.

막대기 같은거 들고.

그때 진짜 죽는 줄.

야 나 여기서 안 움직일게.

박스에 앉아있을게.

눈 안 깜빡이고 기다릴게.

빨리 와.

제발.

 

 

*나는 편의점 쪽으로 걸어가자 한유미가 그 뒷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후드 속에 파묻힌 몸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혼잣말.*

나 : 단팥죽.야 씨발.

눈물 나네.

 

*나는 단밭죽 사오겠다고 구라치고 그냥 그대로 도망쳤다. 

그 예쁘던애가 저렇게 변해버린게 역겹고 그냥 도망쳣다*

 

*단팥죽은 없었다.*

 

---

 

 

 

*한유미는 매일 문자를 보냈다. 하루도 안 빠지고. 처음엔 장문이었다.*

 

*'야 나 오늘 삼각김밥 하나 주워먹었어'*

*'야 답장 안해도 돼 읽기만 해'*

*'야 비 온다'*

*'야 춥다'*

 

 

 

*[문자 - 1년 만에]*

나 죽어

진짜로

농담 아님

 

간경화래

술 안마셨는데

간이 왜 썩냐고

못먹어서 그렇대

영양실조가 간이 망가뜨림

6개월 전에 알았는데

 

돈 없어서 치료 못함

지금 홍대 아니고

신림동 고시원

아 아니 고시원은 아니고

반지하

월세 20

곰팡이 핀데

 

거기서 살아

 

아 그리고

머리 다 빠짐

 

이제 진짜 대머리

가발 살 돈도 없음

 

눈도 잘 안보여

왼쪽 거의 안보임

 

오른쪽도 흐릿해.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1년뒤. 나는 유미가 앉아서 나와 단팥죽을 기다리던

역 아래로 가봤다.. 유미는 없었다.

 

이젠 유미의 문자도 없다..

 

 

난 지금 유미가 너무 보고싶다

 

그때 단밭죽을 사줬더라면 유미는 행복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