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의 역습...쟁의공화국 현실화




 
  • 강민우 기자 
  • 자유일보 2026.07.22 


 
  •  
  •  

野·산업계 반대에도 밀어붙인 與
시행 4개월만에 李 "온 사방 분쟁"
국힘 "무차별적 적용에 자승자박"

학계 "시행령 아닌 법 개정이 해법"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LS전선 조합원들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서십자각터 부근에서
사측의 노조탄압 중단 촉구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연합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의 역풍이 거세다. 산업 현장이 법 시행 이후 전방위로 확산된 노사 분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입법 당시 야권과 산업계가 제기한 '시위공화국' 우려가 시행 4개월 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밀어붙인 여권의 ‘자승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선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각 노조와 사주 측이 온 사방에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노동부에 시행령이나 지침으로
기준을 정리해달라고 지시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광주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을 노사 협상 대상이라고 주장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따지면 모든 회사의 경영권 행사가 관련이 없는 게 없다"고 선을 그었고,
영업이익 배분 문제도 "쟁의 대상이 아닌 쪽이 더 높다"고 했다. 법을 만든 여권 스스로 무차별적인 적용 범위에 대한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시행 이후 이달 3일까지 하청노조 1168곳이 원청 441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관련 조합원은 지난달 초 기준 16만 명을 넘어섰다. 포스코·현대차·쿠팡·인천공항공사 등이 대상이 됐다.
카카오 노사는 성과급을 둘러싸고 6월 창사 후 첫 파업에 나섰고, 카카오뱅크는 오는 31일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이런 분규는 법 통과 전부터 예고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작년 11월 "교섭 단위 분리 기준이 과도해 15년간 유지된 교섭 창구 단일화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야당은 지난해 8월 이 법이 상정됐을 때 필리버스터로 저지하며 수정 협의체를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법안은 거여(巨與)의 단독 강행으로 통과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노동쟁의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야당은 물론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우려했다"며
"그런데도 이재명 정권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업이익 배분, 경영권 행사가 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뒷북"이라며
"그걸 쟁의 대상으로 만든 게 노란봉투법이고, 밀어붙인 게 대통령과 여당"이라고 직격했다.

 

이동민 자유통일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노란봉투법에는 분명히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쟁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그때는 노동자의 권리 보호가 우선이라더니 이제 와서 경영진의 결정이 먼저냐"고 꼬집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에 "마음만 먹으면 법을 제대로 관철할 수 있는 의석수를 가진 여당이 법을
왜 이렇게 졸속으로 만들었는지 의문"이라며 "일단 질러보고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보완하면 된다는 태도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에 포함한 조항에 대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가 너무 광범위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비판이 현실화한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노사분규가 더 확산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박 교수는 "지금은 삼성전자 광주 공장 하나지만, 해외에 공장을 신설하는 기업이라면 어디든 같은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 이전으로 국내 물량이 줄고 구조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이유로,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지에서 추진 중인 해외 투자 결정 자체가
통째로 노조의 교섭·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령이 아닌 법 개정이 해법으로 제시됐다. 박 교수는 "법원은 '지침'이 아닌 '법률'을 해석하기 때문에 법률 자체에 근거를 둬야 한다"며 "법
개정으로 위임 조항을 넣고 시행령에서 구체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사용자성 인정 요건의 명문화'와 '구조조정 비율' 등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의 구체적 기준 마련을 보완 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