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엔 '우라늄 농축' 길 터줘... 트럼프, 한국은 언제 되나요?




 

원자력 협정안 공식 승인
2년 검증 통해 타당성 입증되면
美기업이 농축 시설 지어주기로




 

이세영 기자
조선ㅇ일보 2026.07.23.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양국 원자력 협정을 승인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조건부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양국 원자력 협정을 승인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우라늄 농축을 잠재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의 원자력협정을 공식 승인했다.

이를 통해 사우디는 앞으로 건설할 원전에 자체적인 연료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되고, 미국은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중동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이란이 핵무기 보유 문턱까지 다가선 상황에서 사우디가 ‘핵 잠재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양자 원자력협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한국도 독자적인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과 협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30년 기한 원자력 협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타당성이 입증되면 미국 기업이 사우디 현지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직접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트럼프는 지난 주말 이 협정을 승인했으며, 양국 에너지 장관이 이르면 22일 협정서에 각각 서명할 예정이다.

 

협정에 따르면 사우디가 우라늄 연료를 수입하는 대신 영토 내에서 우라늄을 농축하는 게 상업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하는
공동 연구를 2년간 수행하게 된다

. 연구 결과 사우디 영토 내 우라늄 농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미국은 민감한 기술 이전을 배제하고,
철저한 보안 조치가 이뤄진 상태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하게 된다.
반면 연구 결과가 반대로 나온다면 사우디는 향후 10년간 독자적이든 다른 국가와든 우라늄 농축을 추진할 수 없다.

 

‘핵
비확산’을 강조해온 미 행정부는 그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도 높은 사찰을 전제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과 일본 정도에만 예외적으로 우라늄 농축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이례적으로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문을 열어준 배경엔 실리적 셈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원전 시장을 미국 기업이 선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WSJ는 “협정은 미국 기업이 외국 경쟁기업을 배제하면서 사우디 원자력 산업에 핵심적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고 전했다.
협정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신규 발전용 원자로, 원자력 기술 등을 제공하고 해외 공급업체들은 보조적 역할을 맡는다.
미 원전 업체 중 한 곳인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3세대 원자로 AP1000(1000㎿급)이 이번 협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美, 사우디 원전 선점… 중동서 중·러 견제 이중 포석
 

외신들은 또 이번 협정의 배경과 관련 “이란과의 전쟁으로 긴장이 고조된 미국·사우디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목적도 크다”며
“사우디에 원전 기술을 제공하려던 중국·러시아의 중동 진출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사우디를 미국 주도의 안보 질서에 묶어두고 군사적 남용을 막기 위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았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는 원유 생산량 가운데 수출 비중을 늘리고 자국 내 에너지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원전 건설을 추진해 왔고,
이는 평화적 목적에 기반한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역내 경쟁국인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이 전쟁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이번 협정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불안정한 중동 정세와 맞물려 자칫 핵 개발 경쟁을 점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원자력협정에는 UAE가 IAEA의 강화된 사찰을 받아들이고 자체 핵연료 생산 권리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른바 ‘핵비확산의 골드 스탠더드’다. 하지만 사우디와의 협정에는 이 ‘골드 스탠더드’가 생략됐다.
미 정부는 IAEA가 관여하는 국제 감시 체계가 아니라 미국과의 양자 협정을 통해 사우디 내 관련 시설 등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 역시 그 뒤를 따르겠다”고 했고,
2023년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면 우리도 가져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 관계자는 WSJ에 “협정의 여러 조항은 우라늄이 군사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고 했다.

 

비확산 문제를 담당했던 로버트 아인혼 전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협정은 미국과 사우디 관계를 강화해 러시아,
중국 등의 역할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다면 중동 지역에 핵 확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비확산정책교육센터(NPEC) 헨리 소콜스키 소장은 “사우디의 행보를 UAE, 튀르키예, 이집트가 뒤따를 것”이라며
“이 사태가 해피엔딩이 될 거라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란에는 핵 프로그램 축소를 요구하면서 사우디에는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협정서는 조만간 미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중동 지역에 우라늄 농축 등 핵 관련 기술이 확산되는 것을 반대하는 의원이 다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다만 의회에서 반대한다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로 하려면 의석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미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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