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전 영웅' 우크라 국방장관 경질에… "취소하라" 항의 시위 잇따라
35세 취임.. 장거리 드론 대량 생산·배치 주도해 러에 치명적 타격
軍 부패 개혁 시도하다 낙마... 젤렌스키, 반발 커지자 후임 보류
조선일보 2026.07.18.

1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규탄 시위에서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드론전 일등 공신’ 미하일로 페도로우(35)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지난 16일(현지 시각) 갑작스럽게 해임되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항의 집회가 속출하고 있다. 전시(戰時)인 데다 집회가 금지된 만큼 수천 명이 모인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디지털 전문가 출신 페도로우는 지난 1월 사상 최연소 국방부 장관에 취임해 자국군의 주 전력을 드론으로 전환하는 혁신 드라이브를 주도했다.
최대 3500㎞까지 날아갈 수 있는 장거리 드론을 대량 생산·배치하고, 지휘 체계를 드론전에 최적화시켰다.
러시아 에너지 인프라를 맹폭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조차 ‘석유 공급 차질’을 인정했고,
무인(無人) 전투 체계로 지상전 승리를 이끌면서 재래식 전투의 병력·장비 열세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페도로우는 올렉산드르 시르스키(60) 총사령관이 대표하는 군부의 기득권 세력과 극한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페도로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술 발전으로 전장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데 군 수뇌부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 갇혀
개혁을 사사건건 방해했다”며 “시르스키는 나라를 어떻게 분열시킬지만 궁리했다”고 말했다.
페도로우가 고위 장성들의 ‘나눠 먹기’식 부패가 만연했던 기존 군 조달 체계를 디지털 위주의 공개 입찰제로 전환해 투명성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특히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현지 언론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호화로운 부패 열차에 올라탄 페도로우는 승객들과 함께 편안히 부패를 즐기는 대신,
‘비상 정지 손잡이’를 당겨 열차를 멈추려 했다”고 했다.
페도로우 역시 “국방부를 나토 기준과 상식에 맞게 개혁하는 작업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시르스키 측은 “페도로우가 보여주기식 타격에 치중해 실질적 피해는 더 커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자국이 받은 피해만큼 보복 공습을 가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역시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논리다.
시르스키는 전쟁 초반 키이우 방어전, 하르키우 탈환 작전에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내 ‘도살자’라고도 불렸다.
소련식 군사 교육을 받은 시르스키 등 장성들은 보병·포병·기갑 중심의 전통적 작전 운용을 중시했다.
군 경력이 없는 페도로우가 게임 조종을 하듯 드론을 운용하며 전장 우위를 달성하는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 관료제를 뛰어넘어 팔란티어, 스페이스X 등 빅테크 기업들과 손을 잡고 전장에 이들의 기술을 도입한 점도 군 장성들의 견제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페도로우는 “고루한 장군들이 실전 경험이 풍부한 신세대 지휘관과 디지털 전략가들을 질투하고 있다”고 했다.
군부가 ‘장관파’와 ‘총사령관파’로 나뉘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어지자, 군 통수권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합’을 이유
로 페도로우를 해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성명에서 “책임자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내가 직접 해결할 수밖에 없다”
며 “전시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군 지휘부와 국방부 사이에는 여러 단계에서 복잡한 갈등이 존재하며 이는 단순히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현 상황이 단지 페도로우와 시르스키 간 대립이 아니라 작전 운용과 방산 체계와 연관된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군부와 정치권에선 ‘전쟁 중 장수를 바꾸느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 부사령관이자 드론전의 핵심 지휘관인 파블로 옐리자로우는 장관 교체에 항의하며 사임했다.
그는 “국방장관의 경질은 우크라이나 국방에 엄청난 해악”이라고 했다.
합동군 사령관인 미하일로 드라파티 역시 페도로우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침묵은 군을 보호하지 않는다
. 오히려 실수가 쌓이도록 방치할 뿐”이라고 했다
. 여당 소속인 올렉산드르 메레즈코 의원도 “페도로우는 국방부의 진정한 개혁에 대한 희망이었다”고 했다.
수도 키이우를 비롯, 오데사·르비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도시에선 수천명 시민이 모여 페도로우 해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이들은 ‘페도로우에게서 손을 떼라’ ‘잘 돌아가는 걸 왜 망쳐’ ‘(시르스키 등은) 요리나 하라고 해라’ ‘페도로우는 혁신,
늙은이들은 퇴보’ 등 팻말을 들고 “부끄럽다”는 구호를 외쳤다. 반발이 커지자 젤렌스키는 페도로우 후임 임명을 보류하고
예우헨 흐마라 국가보안국(SBU) 국장 권한대행을 국방부 장관 권한 대행에 임명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전 혁신을 주도한 페도로우의 지지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취임 당시인 지난 1월엔 38%에서 지난달엔 50%까지 올랐다.
이는 젤렌스키 지지율 61%에 근접한 것으로, 젤렌스키가 자신보다 젊은 차세대 지도자를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전통 군부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분석가 볼로디미르 페센코는 AFP통신에 “페도로우 장관은 점점 새로운 정치 스타이자 현 정부 최고의 개혁가가 되고 있다”며
“그 점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는 달갑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고, AP는 “젤렌스키의 리더십이 또 시험대에 올랐다”고 했다.

원선우 기자유럽특파원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2년 수습공채 52기 입사. 2015~2025년 정치부 정당팀·외교안보팀, 사회부 기동취재팀장(캡).
2013년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 2016년 '그래서 북유럽'(오픈하우스) 출간. 권력이 형성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치·전쟁 양상, 그 배후에서 인간이 상상력과 믿음을 투영하는 문화·종교 현상에 주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