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까지 손 떼면 無견제 '향찰' 전국에서 문제 터진다




 
조선일보
입력 2026.07.16.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법정 밖으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 등을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뒤 법정 밖으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경찰이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의 증거 은폐에 가담한 혐의로 이 사건 수사팀장을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성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를 고의로 방치해 장씨의 아버지가 이 증거들을 인멸하도록 한 혐의다.
성범죄 혐의를 배제하는 데 “상부 지시가 있었다”는 수사팀장의 주장에 따라 광주 광산경찰서장과 형사과장도 직권남용 혐의로 입건했다.

 

장씨의 아버지는 전남광주 지역의 현직 경감이라고 한다. 아들 사건을 수사한 광산서 지구대에서 한때 근무했다.

구속된 수사팀장도 30년 동안 이 지역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한 다리만 건너면 지연과 혈연, 학연, 근무연으로 얽히는 전형적인 ‘향찰(鄕察)’이다.
한 수사팀원은 장씨 아버지를 “선배님”이라며 수사 상황을 알려준 혐의로 입건됐다.
지역 경찰의 고질적 폐쇄성이 후진국형 토착 비리 사건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외부의 견제가 사라지면 지역 경찰의 팀장급 수사관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현행 경찰법은 경찰청장의 수사 개입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국가수사본부장이 수사 경찰을 지휘·감독할 수 있으나 전국 260여 경찰서의 사건 수사에 현실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검사처럼 상부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한다는 법적 의무도 일선 경찰에 없다.
국가 권력의 수사 개입을 막자는 취지이지만 이번 경우처럼 향찰 단계의 수사 전횡과 비리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경찰의 구조적 취약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한 것이 그동안 검찰이었다.
2021년 ‘검수완박’ 파동으로 폐지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있었다면 이번 은폐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보완 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에 장씨의 성범죄와 경찰의 비리가 사후에 밝혀진 것이다.

향찰의 전횡을 통제하기 어려운 경찰의 취약성을 이대로 둔 채 검찰의 보완 수사권마저 없애면 제2, 제3의 경찰 비리가
수사 전 분야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알려지지도 않고 묻힐 것이다. 향찰 비리가 전남 광주만의 문제이겠는가.

 

향찰의 부작용을 막겠다고 수사 경찰 3만6000명을 검사처럼 순환 근무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상부 경찰의 수사 개입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일선 경찰에 대한 일선 검찰의 감시와 견제 이외에 향찰의 전횡과 비리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그래서 독재국가를 제외한 정상 국가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권 독점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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