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술적 헤게모니의 중심: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지배한 펩 과르디올라, 루이스 엔리케, 우나이 에메리, 미켈 아르테타 등 세계적인 명장들이 모두 스페인 지도자 교육 시스템의 영향을 받았다. 전술적 분석과 패스 기반의 체계적인 훈련 방법론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2) 압도적인 지도자 인프라: 스페인은 유럽에서 최고 등급 라이선스 소지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다. 스페인의 UEFA Pro 소지자는 2,000명이 넘어, 잉글랜드(약 200여 명)나 독일(약 1,000여 명)을 크게 웃돈다.
(3) 개방성과 저렴한 비용: 잉글랜드 축구협회(FA)의 UEFA Pro 코스는 약 13,700파운드(약 2,400만 원)에 달하며 프로 경력이 없으면 입문조차 어렵다. 반면 스페인은 약 5,000~8,000유로 선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비선수 출신에게도 문호가 넓어 전 세계의 유망한 지도자 지망생들이 스페인으로 몰려든다.
- 유럽 3대 축구협회 라이선스 특징 비교
UEFA 라이선스는 어느 나라에서 따든 유럽 전역 및 전 세계에서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협회마다 교육의 색깔이 뚜렷하게 다르다.

유럽 3대 축구협회의 교육 및 전술적 특징을 보면, 한국은 반드시 스페인 감독을 데려와야 하며 스페인 모델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약했던 스페인은 북서유럽의 피지컬이 강한 팀들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 기술과 전술 중심의 축구를 발전시켰다.
반면 독일은 강한 압박, 즉 게겐프레싱과 체력적 조직력을 중시한다. 이는 독일 선수들의 피지컬이 강하기 때문이다. 제시 마치 감독도 이러한 유형의 축구를 구사하지만, 동아시아 선수들의 경우 기본 피지컬과 체력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본다. 독일식 게겐프레싱은 강한 피지컬, 넓은 활동 반경, 반복적인 질주 능력, 몸싸움 능력, 공중볼 경합 능력이 뒷받침될 때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 시절과 달리, 이제는 국가대표팀이 1년씩 장기 합숙을 하며 체력을 개조하는 시대가 아니다.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에서의 출전 시간과 기초 체력 상태가 천차만별인 상태로 대표팀에 소집된다. 특히 마치 감독은 레드불 시스템(잘츠부르크, 라이프치히 등) 출신답게 일반적인 게겐프레싱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극단적인 볼 지향 프레싱(Ball-oriented Pressing)'을 구사하여 체력소모가 극심하다. 따라서 이를 수행하려면 뛰어난 피지컬과 운동능력이 필수적이다.
잉글랜드의 경우 전술보다는 매니지먼트 중심의 축구 문화가 강하다. 스페인과 독일에 비해 전술적 발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이유도 결국 잉글랜드 선수들의 뛰어난 피지컬과 무관하지 않다. 손흥민이 EPL에 진출했을 때 느낀 것도, 잉글랜드 축구가 힘과 스피드를 중시하는 피지컬 중심의 축구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잉글랜드 축구에서도 전술적으로 배울 점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이 독일 출신의 투헬인 것도 전술적 보완을 위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미국 미식축구 전술을 차용했던 것도, 그만큼 잉글랜드 축구가 전술적으로 정교하게 발전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EPL 클럽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압도적인 신체 조건과 자본력에, 유럽에서 가장 정교한 전술을 구사하는 스페인 출신 감독들인 과르디올라, 아르테타, 에메리, 이라올라와 독일 출신 전술가인 클롭, 투헬 등을 결합해 세계 최고의 리그로 성장했다. 다시 말해, 잉글랜드 축구는 자체적으로 전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외 전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수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때문에 한국 축구가 기술적인 스페인 감독을 선호하는 것은 필수라고 볼수 있다.
(1) 배울 점 (포지셔널 플레이의 이점):
체력 절약: 공을 주고받으며 공간을 만들기 때문에, 무의미하게 뛰어다니는 체력 소모를 줄인다. 피지컬과 체력이 약점인 한국선수들에게 맞는 축구이다.
수적 우위: 피지컬이 약해도 패스 타이밍과 위치 선정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항상 2대1, 3대2의 수적 우위를 만든다.
(2) 장기 투자가 필수다
유스 단계부터의 조기 교육 필수: 스페인식 축구는 성인 국가대표팀 감독이 와서 몇 주 동안 가르친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A대표팀에는 유럽 무대에서 뛰는 수준 높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경기력은 단기간에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축구 전체가 장기적으로 발전하려면 어릴 때부터 론도(Rondo) 훈련을 통해 공간 활용과 압박의 원리를 몸에 익혀야 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연령별 대표팀부터 스페인 출신 지도자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국내 지도자들도 스페인에서 UEFA Pro 라이선스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유소년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동일한 축구 철학과 전술 체계가 일관되게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즉, 소집 기간이 짧고 선수들의 체력 상태가 제각각인 대표팀 환경에서는, 90분 내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독일식 게겐프레싱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반면 스페인식 포지셔널 플레이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축구라고 할 수 있다. 핵심은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효율적인 공간 배치를 통해 체력을 아끼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남아공전에서 우리 선수들의 몸놀림이 무겁고 금방 지쳤던 것은 신체 조건의 열세도 있었지만, 전술적 준비 부족으로 인한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모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조직력이 무너지면서 선수들이 무의미하게 많이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선발 명단에 대거 변화를 주면서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았고, 패스 미스도 잦아졌다. 공을 지키지 못하고 자주 빼앗기다 보니, 상대의 빠른 역습을 막기 위해 급하게 뒤로 백스프린트를 반복해야 했다. 그 결과 체력이 순식간에 고갈되었다. 간격 유지가 되지 않는 압박도 체력 소모를 키웠다. 히딩크 시절처럼 팀 전체가 대형을 유지하며 조직적으로 압박한 것이 아니라, 몇몇 선수만 따로 뛰어다니는 형태가 되었다. 그 결과 유연성과 스피드를 갖춘 남아공 선수들에게 쉽게 탈압박을 허용했고, 결국 경기 운영이 무너지고 말았다.
장기 합숙이 불가능한 현재 환경에서는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의 압박 축구를 재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체력 소모를 줄이고 위치 선정을 중시하는 스페인식 축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식 축구는 "많이 뛰어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약속된 위치를 점하며 공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선수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이 움직이도록 만들어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다. 또한 명확한 위치 원칙(Positioning)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짧은 준비 기간에도 조직력을 갖추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대표팀 환경에 특히 적합하다.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감독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공격 시에는 정해진 위치를 유지하고, 공을 빼앗겼을 때는 무리하게 멀리 추격하지 말고 자신의 주변 5m 공간부터 차단하라."는 구체적인 위치 원칙이다. 이러한 세밀한 포지셔닝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바로 스페인 지도자들이 가장 뛰어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도자 육성 시스템이 현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한축구협회의 장기적인 투자와 인내가 필요하다. 축구의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철학과 교육 시스템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에 앞서, 당장 A대표팀이라도 기술과 패스 축구를 중시하는 스페인 감독을 데려와야 경기력이 개선될 수 있다. 기술과 패스를 중시하는 스페인식 축구를 기반으로 하되, 여기에 필요한 순간에만 게겐프레싱을 접목해야 비로소 세계적인 축구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