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몰락한 이유는 축구협회장과 감독이 축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기업 CEO이면서 축구협회장을 겸직했지만, 이 세대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 현대축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저 축구를 공을 가지고 펼치는 스포츠 종목 정도로만 알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축구에서 전술과 감독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고, 결국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평생 축구인으로 살아왔지만, 역시 현대축구를 잘 모른다. 세부 전술이 부족하고, 그저 매니지먼트형 감독에 가깝다.

한국 선수들은 피지컬과 운동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스리백이나 선 굵은 축구를 할 경우 경쟁력이 낮아진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아로소 코치가 아무리 현대적 전술을 설계해도, 훈련장에서 이를 선수들에게 미시적으로 이식하고 경기 중 흐름을 바꾸는 것은 대표팀 책임자인 홍명보 감독의 몫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축구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고, 결국 철저히 실패하고 말았다.

한국선수 출신 가운데는 행정이나 전술을 맡을 만한 인재가 거의 없다. 상징적인 역할만 맡는 것이 적절한 수준이다.

축구협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똑똑하면서도 축구를 잘 아는 사람이 운영해야 한다. 비선수 출신이나 무명 선수 출신 가운데서도 축구 전문성을 갖춘 지도자와 행정가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선수 경력이 전혀 없거나 하부 리그를 전전했던 무명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오히려 세계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스페인 또는 포르투갈식 기술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패스축구가 한국 축구에 가장 잘 맞는 옷이다. 벤투 감독은 귀화선수 한 명 없이 한국의 평범하고 피지컬이 약한 선수들을 제대로 조합해 훌륭한 경기력과 월드컵 16강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일본은 30년 전부터 스페인식 기술 및 패스축구를 바탕으로 모든 연령별 대표팀과 J리그의 축구 스타일을 일관되게 정립해 왔고, 그 결과 조직력이 세계 최강급으로 발전했다.

국내 감독들은 대부분 단순한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며, 유럽이나 일본에서 현대 축구 전술을 다시 배워야 하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대표팀을 맡길 만한 인재가 전무하다. 

또한 유명한 선수 출신이거나 무조건 이름값이 높은 감독을 데려오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발상 때문에 한국 축구의 감독 선임이 실패한 것이다.

"명선수는 명지도자가 될 수 없다"

한국 대표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감독은 과거 변방리그(K리그) 우승 경력이 아니라, 한국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교한 전술적 디테일'이다. 국가대표팀은 유럽파와 국내파를 조합해 짧은 기간 내에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야 하는 전혀 다른 무대이다. K리그에서는 아시아권 전술과 선수 성향에 맞춰 대응하면 되지만, 월드컵 본선은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전술가들과 맞붙어야 한다. 단순히 국내 무대에서의 성공 방정식으로는 이 거대한 격차를 넘을 수 없다.  '왕년에 우승해 본 감독'의 권위나 매니지먼트 능력보다,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읽고 우리 선수들에게 딱 맞는 전술 옷을 입혀줄 수 있는 전술가"가 지휘봉을 잡아야만 선수들의 재능을 낭비하지 않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다. 약속된 빌드업과 구조적 수비라인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감독 연봉이 부담된다면,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출신의 젊은 지도자를 영입하면 된다. 기술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공간활용과 패스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감독이라면 한국 축구에도 잘 맞을 것이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현지에서 현대적인 기술 축구와 패스 기반의 빌드업 전술을 공부한 젊고 유능한 지도자들은 유럽 빅클럽 기준으로는 연봉이 매우 낮으며, 현재 대한축구협회가 지출하고 있는 예산으로도 충분히 모셔올 수 있다. 축구계의 실제 연봉 구조와 한국 대표팀의 예산 상황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

- 스페인·포르투갈 '전술가형 젊은 지도자'들의 실제 몸값
유럽 현지에서 중소클럽, 혹은 명문 팀의 수석코치나 B팀(2군) 감독을 맡고 있는 30~40대 젊은 전술가들의 연봉은 대략 5억 원에서 15억 원(약 35만~100만 유로) 사이에 형성된다.

낮은 하한선: 스페인 세군다 디비시온(2부 리그) 감독이나 라리가 하위권 클럽 감독들의 연봉은 생각보다 높지 않아, 연 3억~7억 원 수준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커리어 동기부여: 이들은 돈보다 "성인 국가대표팀 감독"이라는 타이틀과 "월드컵 본선 무대 지휘"라는 거대한 커리어를 쌓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 대표팀처럼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톱클래스 선수들을 보유한 팀은 젊은 외국인 감독들에게 엄청난 기회의 땅이다.

- 홍명보 감독의 연봉과 비교하면 '차고 넘치는' 예산
현재 홍명보 감독의 연봉은 약 37억~38억 원(216만 유로)으로, 전 세계 월드컵 참가국 감독 중 16위에 해당하는 고액이다. 유로 2024를 우승시키며 스페인을 세계 최강으로 만든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의 연봉(약 34억~35억 원)보다도 홍 감독의 연봉이 더 높다.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약 16억 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즉, 홍명보 감독 한 명에게 주는 연봉 가치(37억)면 스페인·포르투갈의 유망한 젊은 전술가 감독 1명과 사단 코치진 3~4명을 통째로 패키지로 고용하고도 남는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