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의 13층



 

지훈이 그 건물에서 야근을 하게 된 건 입사한 지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건물은 총 12층짜리였다.

엘리베이터 버튼도 1층부터 12층까지만 있었다.

13층은 없었다.
 

그날 밤, 사무실에는 지훈 혼자 남아 있었다.

시계는 새벽 1시 43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창밖은 어두웠고, 복도 조명은 절반쯤 꺼져 있었다.
 

지훈은 노트북을 닫고 가방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사무실 불을 끈 뒤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훈은 1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혔다.
 

그런데 이상했다.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오히려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10층.
11층.
12층.
 

“뭐야?”
 

지훈은 급하게 열림 버튼을 눌렀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비상 호출 버튼도 눌렀다.
스피커에서는 지직거리는 잡음만 흘러나왔다.

그때 표시판에 낯선 숫자가 떠올랐다.
 

13
 

지훈은 몸이 굳었다.
이 건물에는 13층이 없었다.
 

띵.
 

문이 열렸다.
 

문밖은 사무실 복도가 아니었다.

낡고 긴 복도였다. 벽지는 누렇게 변색돼 있었고, 천장 조명은 깜빡이고 있었다. 이상한 냄새도 났다. 오래된 물걸레와 먼지가 섞인 듯한 냄새였다.

복도 끝에는 문 하나가 있었다.

문 위에는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1301호
 

지훈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때 복도 끝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끼이익.
 

문틈 사이로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마르고 창백한 손이었다.
 

그리고 곧,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왔어요?”
 

지훈은 숨을 삼켰다.
 

“누구세요?”
 

대답은 없었다.

대신 문이 조금 더 열렸다.
 

그 안쪽은 어두웠지만, 문틈 사이로 누군가의 얼굴이 보였다.
눈동자가 없는 여자였다. 새까만 눈구멍으로 지훈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지훈은 미친 듯이 닫힘 버튼을 눌렀다
.

문은 닫히지 않았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13층입니다. 내리실 층입니다.”
 

지훈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 여자가 다시 말했다.
 

“내리셔야죠. 다들 그렇게 했어요.”
 

복도 벽을 자세히 보자, 지훈은 더 끔찍한 것을 발견했다.

벽에는 수많은 사원증이 걸려 있었다.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이 회사 직원들이었다.

그중 몇 명은 지훈도 본 적 있는 사람들이었다. 퇴사했다고 들었던 사람들.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아래쪽 빈칸에는 새 사원증 하나가 걸려 있었다.
 

사진은 지훈이었다.

이름도, 부서도, 입사일도 정확했다.

단 하나 이상한 점은 퇴사일이었다.
 

퇴사일: 오늘
 

그 순간 여자가 복도로 한 걸음 나왔다.

발은 바닥에 닿지 않은 채 공중에 떠 있었다.
 

엘리베이터 조명이 꺼졌다 켜졌다.
 

지훈은 마지막 힘으로 1층 버튼을 계속 눌렀다.

손가락이 아플 정도로 눌렀다.
 

그때 갑자기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12층.
11층.
10층.
 

지훈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몇 초 뒤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경비원이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괜찮아요? 안에서 왜 그렇게 문을 두드렸어요?”
 

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건물 밖으로 뛰쳐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다음 날, 그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병가를 냈고, 결국 며칠 뒤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팀 직원은 이상한 답을 했다.
 

“지훈 씨요? 이미 퇴사 처리됐는데요.”
 

지훈은 손이 떨렸다.
 

“제가요? 언제요?”
 

직원이 잠시 기록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어제 새벽 1시 43분이요.”
 

지훈은 곧바로 회사 건물로 달려갔다.
경비실에 부탁해 CCTV를 확인했다.

화면 속 지훈은 새벽 1시 43분에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리고 10분 뒤, 1층 문이 다시 열렸다.

하지만 나온 사람은 지훈이 아니었다.

지훈과 똑같은 얼굴을 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그 사람은 CCTV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그날 이후 지훈은 밤마다 같은 꿈을 꿨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꿈.
 

10층.
11층.
12층.
 

그리고 없는 층.
 

13층.
 

꿈속에서 문이 열리면, 복도 끝 여자가 늘 같은 말을 했다.
 

“진짜 지훈 씨는 아직 여기 있어요.”
 

며칠 뒤, 지훈의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회사 대표 번호였다.
 

내용은 짧았다.
 

오늘 야근 가능하신가요? 13층 회의실로 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