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되며 0-0 무승부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한국의 실수로 실점하면서 0-1로 아쉽게 패했다.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양 팀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슈팅 수는 양 팀 모두 8개로 같았으며,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은 오히려 한국이 앞섰다.
- 실점장면
(1) 멕시코의 공격수 훌리안 퀴뇨네스가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문전에 있던 라울 히메네스가 이기혁 선수와 강하게 부딪치며 헤딩 슈팅을 시도했다.
(2) 히메네스의 머리에 맞은 공이 굴절되어 높게 떴고, 김승규 골키퍼가 이를 잡으러 전진하는 과정에서 히메네스를 마크하고 중심을 잃던 이기혁 선수와 2차 충돌이 일어났다.
(3) 김승규 골키퍼가 이기혁 선수와 엉키며 공을 놓치자, 바로 뒤에서 도사리고 있던 미드필더 루이스 로모(Luis Romo)가 흘러나온 공을 가볍게 밀어 넣으며 결승골을 기록했다.

골키퍼 김승규 선수의 판단 착오로 인해 아쉬운 실점이 나왔다. 당시 크로스가 날아올 때 멕시코 공격수 2명이 문전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수비수인 이기혁 선수는 골대를 등지고 낙하지점을 찾아야 하는 불리한 시야를 가졌다. 이기혁 선수가 만약 공을 피해 뒤로 물러서거나 자리를 이탈했다면, 뒤쪽 공간에 대기하던 멕시코 공격수에게 노마크 슈팅 기회를 완벽하게 헌납하는 상황이다. 수비수 입장에서는 자기 구역(Zone)을 지키며 공중볼을 경합하며 이후 자신의 공간을 사수했던 정석적인 플레이였다.
골키퍼는 시야가 정면을 향하고 있고 손을 쓸 수 있는 절대적인 우위가 있다. 김승규 선수가 완전히 전진하여 확실하게 펀칭으로 쳐내는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김승규 선수는 공을 무리하게 잡으려다가 이기혁 선수와 엉키면서 공을 놓치고 말았다. 김승규 선수는 35세의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인데도 이러한 판단 착오를 범한 것은 매우 아쉬웠다.
많은 국가대표 감독들이 김승규 선수를 주전으로 신뢰하는 이유는 뛰어난 발기술 덕분에 후방 빌드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골키퍼가 유사시 제3의 수비수 역할을 수행하며 수적 우위를 만드는 것이 필수 요소가 되었고, 김승규 선수는 이러한 요구에 잘 부합하는 골키퍼다. 따라서 이번 판단 착오로 인한 실수는 빨리 털어내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국 수비진은 멕시코의 간판 공격수 히메네스를 슈팅 1개로 묶는 등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 점유율 대비 무기력했던 공격력
한국은 경기 전체 점유율 57%를 기록하며 경기 주도권을 쥐고 많은 패스를 돌렸다. 하지만 정작 상대의 탄탄한 수비 블록을 깨뜨릴 공격 전술적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패스가 부족했다. 에이스 손흥민은 멕시코 수비진에 완전히 봉쇄당하며 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는 등 부진했고, 결국 후반 12분 만에 조기 교체 아웃되었다.
이것은 멕시코가 수비에 무게를 두고 경기를 운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멕시코는 전반전부터 철저하게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나왔으며, 후반 초반 선제골을 넣은 이후에는 아예 극단적인 수비 형태(텐백)로 전환했다. 따라서 조규성이나 오현규의 제공권과 포스트 플레이를 활용하는 데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멕시코를 상대할 때는 한시적인 맞춤형 전술로 높이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했다.
한국 공격력이 약화된 또다른 원인은 윙백들의 평범함 때문이기도 하다. 이태석, 설영우 두 선수는 수비적으로 성실하지만 폭발적인 운동신경이나 압도적인 스피드로 측면을 허무는 유형은 아니다. 이로인해 한국의 측면 공격은 멕시코를 위협하기에 너무 단조롭고 느렸다. 현재 한국에는 수비력과 공격력을 모두 갖춘 특급 윙백 자원이 전무하다.
이태석과 설영우 선수를 기용하면서 수비 안정감과 밸런스는 확보했지만, 반대로 측면 공격의 파괴력은 다소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수비와 공격을 모두 높은 수준에서 수행하는 특급 윙백 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현재 한국 축구의 한계라고 볼 만하다.
따라서 윙백이 혼자 폭발적인 운동능력으로 측면을 돌파하기보다는, 스페인식 공간 활용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측면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일본 역시 연계 플레이를 통해 측면을 공략한다. 다만 한국이 일본보다 느리고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는 것은 선수들의 기본기와 기술, 그리고 패스 축구에 대한 숙련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피지컬과 운동능력만으로는 세계 정상권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일찍이 인식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여 년 전부터 기술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스페인식 패스 축구를 꾸준히 도입해 왔다. 이 때문에 일본은 패스 축구와 연계 플레이에 대한 숙련도가 한국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일본은 J리그부터 유소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축구 스타일이 스페인식 패스 축구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정립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K리그를 비롯해 여전히 선 굵은 축구의 색채가 강하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홍명보호는 3백 전술을 통해 수비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지만, 왼쪽 측면 공격수로 뛸 때 가장 위협적인 손흥민의 활용도가 떨어졌고, 이에 따라 공격의 파괴력도 감소하는 문제를 안게 되었다. 하지만 대표팀 전술은 홍명보 감독 혼자 구상하는 것이 아니다. 포르투갈 코치진과 함께 전술을 설계하고 있으며, 한국 선수층의 한계를 고려했을 때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는 수비 밸런스가 무너지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홍명보호는 스페인·포르투갈식 패스 축구를 기반으로 팀 단위 압박(압박축구)과 스위칭 플레이(멀티플레이어)를 정착시키며 일정 수준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경기 내용 자체는 경쟁력이 있었고, 이영표 역시 멕시코전을 본 뒤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수만 없었다면 강호 멕시코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둘 수 있을 정도로 팽팽한 경기였다.
- 공격력 해결 방안
1. 비대칭 쓰리백 전환 (좌측 윙백의 공격성 극대화)
(1) 설영우 대신 옌스 카스트로프 선발 기용: 오른발잡이인 설영우를 좌측에 두면 동선이 겹치고 반 박자 느려진다. 전문 왼발잡이나 폭발적인 운동신경을 가진 공격형 윙백(옌스 등)을 좌측에 배치해야 한다.
(2) 비대칭 오버래핑: 좌측 윙백이 터치라인 끝까지 직선적으로 빠르게 치고 올라가 멕시코나 남아공 같은 밀집 수비의 측면을 찢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 수비가 분산되어 중앙의 손흥민에게 공간이 생긴다.
2. 손흥민의 '자유로운 프리롤(Free Role)'을 살리려면
(1) 동선 분리: 손흥민을 좌측 터치라인에 묶어두지 말고, 경기장 중앙과 우측까지 자유롭게 움직이는 프리롤(안쪽으로 좁혀 들어오는 인버티드 윙어 또는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주어야 한다.
(2) 하프 스페이스 공략: 윙백이 측면 넓게 벌려 서고,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좌측 모서리 공간(하프 스페이스)을 파고들며 특유의 감아차기 슛이나 원투 패스를 노리는 동선 수정이 필요하다.
3. 피지컬 좋은 원톱과의 '미끼 전술' 활용
(1) 타깃맨(조규성·오현규) 적극 활용: 라울 히메네스가 우리 수비진에 막혔듯, 상대 밀집 수비를 몸으로 비벼주며 시선을 끌어줄 피지컬 좋은 원톱이 필수적이다.
(2) 세컨볼 침투: 원톱이 상대 중앙 수비수들과 공중볼을 경합하며 공간을 만들어주면, 손흥민이 그 배후 공간으로 침투(오프더볼 움직임)하며 슈팅 기회를 잡는 유기적인 투톱 형태의 움직임이 살아나야 한다.
4. 경기 중 유연한 '포백(4-back) 하이브리드' 전환
(1) 공격 시 변형 포백: 수비할 때는 쓰리백(5-back)으로 내려앉더라도, 우리가 공을 잡고 공격을 전개할 때는 수비수 한 명이 미드필더로 전진하거나 우측 윙백이 내려앉으면서 사실상의 포백 형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손흥민이 가장 선호하는 포백 기반의 좌측 윙어 환경을 경기 중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문제는 위의 네 가지 해결 방안이 결국 선수들의 역량에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폭발적인 운동능력은 물론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갖춘 윙백, 그리고 넓은 활동량과 수비 범위를 지닌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어야 가능한 전술들이다. 이러한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도할 경우, 뒷공간이 노출되면서 대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운동능력이 필수적인 이유는 하이브리드 전술이 공을 빼앗기는 순간(턴오버)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공격 시에는 포백 형태로 전개하다가도 역습을 허용하는 순간, 전진했던 윙백들이 즉시 수비 진영으로 복귀해 파이브백 대형을 갖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리커버리 스프린트(수비 복귀 속도)'다. 상대의 역습 속도보다 빠르게 복귀할 수 있는 뛰어난 주력과 운동능력이 없다면, 변형 전술은 매 경기 대량 실점의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뛰어난 윙백만큼이나 공수 양면에서 활약할 수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즉 홀딩 미드필더(6번 롤)의 존재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윙백이 공격에 가담하면서 생기는 측면과 하프스페이스의 빈 공간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가 역습으로 전환하는 순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사실상 최후의 안전장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역할을 소화할 선수가 없다면 아무리 공격적으로 설계된 전술이라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데클란 라이스(아스날)나 로드리(맨시티) 같은 유형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