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라울 카스트 기소…트럼프 "쿠바 해방 중"




 
  • 정수익 기자 
  • 자유일보 2026.05.21 

 


중남미 좌파 쓸어내나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 /AP=연합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 /AP=연합




미국이 20일(현지시간)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기소하고, 미군 항공모함 전단을 쿠바 앞바다인 카리브해에
전격 배치했다. 이처럼 미국이 쿠바를 향해 사법적 단죄 카드와 강력한 군사적 압박을 동시에 꺼내 들면서 얼어붙었던
중남미 정세가 통제불능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쿠바군의 민간기 격추사건 관련 혐의로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카스트로 전 대통령은 1996년 국방장관으로서 쿠바군 전투기로 쿠바 망명자 단체의 민간기를 격추시켜 미국인 3명을 포함한
4명을 숨지게 했다는 혐의다. 법무부는 형량이 최대 사형 또는 종신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쿠바를 해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긴장 고조는 없을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며 "쿠바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초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을 전격 체포해 뉴욕 법정에 세운 이후
쿠바에 대한 연료 수입 차단 등 강도 높은 경제 봉쇄를 이어왔다.

이번 기소는 쿠바 정권 교체를 위한 미국의 강력한 압박 전술로 풀이된다. 카스트로 전 대통령은 형 피델 카스트로, 친구인 체 게바라와 함께 1959년 쿠바 혁명의 주역이었다. 형에 이어 2008∼2018년 대통령을 지냈고 퇴임 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더해 미군 남부사령부는 이날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CVN 68)를 필두로 한 항모강습단이 카리브해에 도착해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강습단에는 니미츠 항모를 비롯해 유도미사일 구축함 그리들리호, 보급선 퍼턱선트호 등이 포함됐다.

앞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공급망 차단과 경제 제재 등의 압박만으로는
쿠바의 체제 변화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해 군사 개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미국의 조치에 쿠바 정부는 격렬하게 분노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정치적 행위"라며 "쿠바에 대한 무모한 군사적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꾸며내고 있는 명분을 강화하려는 목적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국제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조치를 미-쿠바 관계의 완전한 파국으로 해석하고 있다.
쿠바가 최악의 인도주의적·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항공모함까지 전개한 것은 단순한 압박을 넘어,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때처럼 ‘군사력을 동원한 지도부 강제 확보’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번 조치가 미국 플로리다주에 포진한 보수 성향의 쿠바계 미국인 표심을 겨냥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94세의 고령인 라울 카스트로가 실제로 미국 법정에 설 가능성은 낮지만, 쿠바 정권 정통성의 중추 역할을 하는 카스트로 가문을
직접 겨냥함으로써 중남미 좌파 진영 전반에 보낸 미국의 경고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위협적이라고도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