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라질 중국 투자 61억달러…전년비 45% 증가
광물·공장·내수시장 갖춘 브라질, 중국 자본 새 행선지로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 공식이 브라질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한때 중국 기업의 해외투자는 미국과 유럽의 기업 인수, 항만·전력망 같은 인프라 투자로 설명됐다. 그러나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 중국 제조업의 주력 산업을 향한 통상 장벽이 높아지면서 자본의 행선지도 달라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제 남미 최대 경제권인 브라질에서 원료와 공장, 소비시장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브라질중국기업협의회(CEBC)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이 유치한 중국 투자액은 총 61억달러(약 9조1457억원)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브라질은 중국 전체 해외투자의 10.9%를 유치하며 미국과 가이아나,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중국 해외투자의 세계 1위 목적지에 올랐다. 같은 기간 중국 전체 해외투자 증가율이 1%대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브라질로 향한 자금은 단순한 투자 회복보다 특정 시장을 향한 재배치에 가까운 모습이다.

브라질이 중국 자본의 새 목적지로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낮은 생산비와 빠른 공급망,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넓혀왔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100%까지 끌어올렸고, 유럽연합(EU)도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상계관세를 매겼다. 가격을 낮춰 물량을 밀어내는 방식만으로는 선진국 시장을 버티기 어려워졌다.
이 지점에서 브라질의 의미가 커진다. 중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대체 수출시장이 아니다. 관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생산기지, 전기차와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 접근성, 완성품을 흡수할 수 있는 내수시장이 동시에 필요해졌다. 브라질은 남미 최대 소비시장이면서 니켈·리튬·흑연·희토류 등 전략광물 기반을 갖추고 있고, 포드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남긴 완성차 생산 인프라도 활용할 수 있다. 중국 자본이 브라질을 단순 판매처가 아니라 공급망을 다시 짜는 무대로 보는 배경이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움직임은 중국 자본의 브라질행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1위 전기차 업체인 BYD다. BYD는 지난 2023년 브라질 정부와 카마사리의 옛 포드 공장 부지 인수 및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생산시설 조성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후 공장 전환 작업을 진행해왔고, 지난해 들어서는 처음으로 '브라질산' BYD 전기차를 출고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프레스·용접·도장 등을 포함한 현지 생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다른 중국 자동차 브랜드인 창청자동차(GWM) 역시 옛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활용해 브라질 내 전동화 차량 생산 기반을 넓히고 있다.
투자 비중의 변화를 봐도 중국 기업들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과거 중국의 브라질 투자는 발전소와 송전망 등 전력·인프라에 무게가 실렸지만, 지난해에는 전력 29.5%, 광산 29.0%, 자동차 15.8%로 투자처가 재편된 모습이다. 특히 광산 투자액은 17억6000만달러(2조 6000억원)로 전년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앞서 BYD역시 지난 2023년 브라질에서 여의도 세배 면적 지역의 리튬 광업권을 획득했다. 브라질이 중국 자본에 단순 인프라 시장이 아니라 배터리·전기차 공급망의 앞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이 서둘러 움직이는 배경에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브라질 정부의 관세 정책도 있다. BYD가 진출한 이듬해인 지난 2024년, 브라질 정부는 과거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없앴던 전기차 수입세를 10%로 부활시켜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올해는 이를 최대 35%까지 높이겠다 선언했다. 하이브리드차 관세 역시도 15%에서 25%, 이후 35%로 올라갈 예정이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시장은 열어두되 완성차 수입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전기차와 광물에서 시작된 중국 자본의 브라질 진출은 소비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브라질은 인구 2억명 규모의 내수시장을 갖고 있으며 디지털 소비 기반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음식배달, 저가 이커머스, 스마트폰, 외식 프랜차이즈 등 이미 자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중국 기업들이 여기에 눈독 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 배달어플인 메이퇀은 자사의 배달 브랜드 '키타(Keeta)'를 앞세워 브라질에 10억달러(1조 49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중국 버블티 체인점인 '미쉐(Mixue)'는 지난해 상파울루에 브라질 1호점을 열고 2030년까지 최대 1000개 매장을 출점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국 자본의 브라질행은 한국 기업에도 가볍지 않은 신호다. 브라질이 전략광물과 전기차 생산기지, 내수시장을 함께 갖춘 남미 거점으로 부상하면 전기차와 배터리 소재, 자동차 부품, 광물 조달 분야에서 중국 기업과의 경쟁은 미국과 유럽 밖에서도 더 거세질 수 있다. 브라질은 더 이상 전력망과 발전소를 사들이는 인프라 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의 통상 장벽이 높아지는 사이 중국 자본은 브라질에서 원료와 생산, 소비를 한꺼번에 묶어내며 막힌 수출길 이후의 새 성장 공식을 찾고 있다.
원재연 (1jaeyeon@edail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