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군, 차세대 전략폭격기 검토 착수…‘하늘의 공룡’ 후계자는 무엇이 되나

[뉴스임팩트=박시연 기자] 미국 공군이 전설적인 전략폭격기 B-52 스트래토포트리스의 후계기 개발 가능성을 공식 검토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 등장해 냉전과 중동전쟁, 테러전쟁을 모두 거친 B-52가 2050년대까지 운용될 예정이지만, 미 공군 내부에서는 “이제는 다음 세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공군은 2027회계연도 예산안에서 ‘신형 중(重)폭격기 분석(AoA·Analysis of Alternatives)’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요청했다. 이는 단순 연구가 아니라, 미래 장거리 타격체계 요구조건과 B-52 대체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검토하는 절차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88세 폭격기” 현실화하는 B-52
현재 미 공군은 총 76대의 B-52H를 운용 중이다. 마지막 기체는 1962년 생산됐다. 계획대로라면 B-52는 최소 2050년까지 계속 비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가장 어린 기체조차 기령 88년에 달하게 된다.
그럼에도 B-52는 여전히 미군 전략폭격기의 핵심이다. 최근 이란 공습에서도 대규모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플랫폼으로 활용됐고, 미국 핵 3축 체계의 공중 전력도 담당하고 있다.
특히 B-52는 엄청난 무장 탑재량 덕분에 현대전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스텔스 폭격기 B-2나 차세대 B-21보다 은밀성은 떨어지지만, 대신 대량의 장거리 미사일과 초대형 폭탄을 운반하는 ‘폭탄 트럭(bomb truck)’ 역할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 B-52J 개량 진행 중인데…왜 후계기 검토하나
흥미로운 점은 미 공군이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의 B-52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향후 B-52는 신형 엔진, AESA 레이더, 차세대 통신체계 등을 장착하며 B-52J로 재지정될 예정이다. 극초음속 미사일과 신형 핵무기 통합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그러나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다. 엔진 교체와 레이더 사업은 이미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 문제를 겪고 있다. 완전한 B-52J 전력화에는 최소 10년 이상 걸릴 전망이다.
미 공군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90년 가까이 된 기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느냐”는 현실적 고민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 차세대 폭격기 어떤 모습 될까
현재 미 공군은 구체적인 차세대 폭격기 형상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군사전문가들은 여러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후보 가운데 하나는 블렌디드 윙 바디(BWB·Blended Wing Body) 구조다. 동체와 날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미래형 설계로, 스텔스 성능과 대형 내부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BWB 구조는 연료 효율이 뛰어나고 대량 무장 탑재에도 유리하다. 특히 초대형 극초음속 무기나 장거리 순항미사일 운반 플랫폼으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공군은 이미 BWB 기반 차세대 공중급유기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민간 대형 항공기를 군용으로 개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747 화물기를 거대한 미사일 항모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 B-21과는 다른 역할
차세대 중폭격기가 등장하더라도 기존 B-21 레이더(Raider)를 대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노스럽 그루먼사의 B-21 레이더는 스텔스 침투 임무 중심이다. 반면 B-52 계열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방에서 대량의 장거리 무기를 발사하는 역할에 특화돼 있다. 즉 미래 미군 폭격기 체계는 “스텔스 침투 플랫폼 + 대량 미사일 발사 플랫폼”의 이원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은 장거리 미사일 플랫폼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적 방공망 안으로 직접 들어가기보다, 멀리서 대량 미사일을 쏟아붓는 방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
미 공군이 차세대 중폭격기를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다. 인도·태평양 전장은 거리가 너무 멀다. 괌, 하와이, 미국 본토에서 출격해 중국 주변까지 작전을 수행하려면 초장거리 체공능력과 대량 무장 운반 능력이 필수다.
특히 중국군은 장거리 방공망과 극초음속 무기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미군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 먼 거리에서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원하고 있다.
B-52는 이런 역할에 아직 유효하지만, 노후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 “전설의 은퇴 준비 시작”
B-52는 세계 군사 역사상 가장 오래 살아남은 전략폭격기다. 냉전 시대 핵폭격기로 시작해 오늘날 극초음속 미사일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아무리 전설적인 기체라도 영원할 수는 없다.
미 공군 역시 이제는 그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차세대 중폭격기 검토는 단순한 연구사업이 아니라, 냉전의 상징이었던 B-52 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첫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