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터빈 개발 성공 상용화 단계
해외는 15~20㎿…기술 자립도 70%
"대규모 양산 경험 통해 가격↓기술력 높여야"

두산에너빌리티 해상풍력 터빈.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 해상풍력 터빈. 두산에너빌리티

"해상풍력 발전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한 게 10년도 더 된 일로, 여러 대기업이 사업단을 꾸렸다가 철수했는데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포기하지 않아 오늘의 수준에 이르렀다.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다."

지난 2020년 7월 전북 부안군 풍력핵심기술센터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해상풍력 발전방안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신재생에너지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 풍력을 제2의 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즈음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등 대기업이 풍력발전 사업에 진출했으나 모두 철수했다.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이어갔다. 이날 두산은 문 대통령에게 자체 개발한 5.5㎿ 풍력터빈을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준공한 100㎿ 규모의 제주 한림해상풍력에 이 제품이 설치돼 있다.

6년 전 문 전 대통령은 "하부구조물은 원래부터 우리가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고 이제 터빈만 완전 국산화하면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는 8㎿에 이어 10㎿ 풍력터빈까지 개발에 성공했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풍력터빈은 어느 수준까지 올랐을까.

한국 풍력발전 기술, 해외 대비 70% 수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에너지기술·산업생태계 분석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상풍력발전 시스템의 기술자립도는 해외 주요국 대비 70%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막 10㎿ 실증을 끝낸 것과 달리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지멘스가메사, 중국 골드윈드 등 해외 선진 기업들은 15~16㎿를 이미 상용화했다. 독일과 중국 기업들은 20㎿ 이상 풍력 터빈을 실증했거나 개발중이다.



구체적으로 국내 풍력터빈 시스템 설계 및 조립은 75%, 블레이드는 70%, 증속기 50%, 요·피치 드라이브 70%, 요·피치 베어링 70%, 발전기 65%로 평가됐다. 타워와 고정식 하부구조물은 모두 90%로 선진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6년 전과 마찬가지로 터빈 기술을 빠르게 뒤쫓는 것이 여전히 숙제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재생에너지 보급에 방점을 찍으며 다시 해상풍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중 해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3GW다. 그동안 발전사업허가는 많이 받았으나 사업이 지체되면서 진척이 느리다.

정부는 해상풍력 보급에 속도를 내면서도 가격도 낮추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내 공급망을 육성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풍력 업계 일부에서는 "가격인 저렴한 중국산 기자재나 유럽의 15㎿급 대형 터빈을 들여와 투자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을 중시하는 해외 개발사나 금융 기관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많다.

예를 들어 300㎿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개발할 경우 국산 10㎿ 터빈을 사용하면 30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15㎿는 20기만으로도 단지를 구성할 수 있다. 설치 개수가 줄어든 만큼 투자비가 내려가고 재생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외산 터빈을 수입하되 경쟁력을 갖춘 타워와 하부구조물만 국산을 쓰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힘들게 유지해온 터빈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종국에는 일본, 대만처럼 공급망 자체가 외산에 종속될 우려도 있다.

"한국형 표준해상풍력 모델 정립해야"

전문가들은 에너지 안보와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우선 국산 10㎿ 터빈 생태계를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양산 및 설치 경험을 통해 표준화된 모델을 정립해 설치비용을 확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재생에너지 가격도 낮추고 국내 공급망도 육성할 수 있는 해법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의 강금석 풍력PD는 "어느 나라든 풍력발전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국 공급망이 있어야 한다"며 "국내 기업도 기가와트(GW)급 양산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 풍력PD는 "10㎿든 15㎿든 지금 있는 기술로 빨리 보급을 해야 가격도 낮추고 기술력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올 20㎿ 풍력 터빈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의 15㎿급 대형 터빈을 설치할 때 과연 비용이 낮아질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상일 군산대 풍력공학부 교수는 "단순히 설치 대수만 놓고 투자비를 따져서는 안 된다"며 "전체 운영 기간인 20년 동안 운영비 및 유지보수 비용, 고장 발생 시 대처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수입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는 것인데 기자재를 수입한다면 의미가 없어진다"며 "국산 기자재를 써야만 실제 연료 수입 대체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대형 터빈을 도입할 경우에는 반드시 '국내 생산(made in Korea)'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범수 제주대 풍력공학부 교수는 "유럽이나 중국의 터빈을 그대로 수입해 설치할 경우에는 국내 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외국 터빈 제작사들이 한국 기업과 합작해 국내서 생산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거나 기술을 이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지멘스가메사 협력모델이 대표적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술 이전을 조건으로 창원에 독일 지멘스가메사의 터빈 대조립 공장을 짓고 있다. 반면, 덴마크 베스타스는 3000억원을 들여 목포에 터빈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진척은 없는 상태다.

"20㎿ 적기 개발 못 하면 도태될 수도"

전문가들은 기존에 개발한 10㎿급 터빈을 보급하는 동시에 대형화 추세도 빠르게 따라잡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국책 과제로 20㎿급 풍력 터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 출연연 등이 참여해 기본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2030년대 초 시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김범석 제주대 교수는 "국내 기업이 20㎿ 터빈을 적기에 개발해서 공급해서 육성한다면 시장에서 유럽이나 중국 기업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내지 못하면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는 20㎿급 풍력터빈을 개발에는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만큼 기업에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20㎿급 풍력터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새로 공장을 지어야 해 개발비만 적어도 5000억~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실제 사업화와 연계되지 않으면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