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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시각차…주권 논리와 군사 현실 사이, 흔들리는 동맹의 기준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뉴스임팩트자료사진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 @뉴스임팩트자료사진

[뉴스임팩트=이정희 기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1일(현지시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서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조건에 기초한 전환"이라면서 "정치적 편의가 조건을 앞지르지 않도록 계속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미국이 더 안전해지고 한국이 더 안전해진다"고 덧붙였다.

■ “조건이 먼저”라는 주한미군사령관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전작관 전환을 바라보는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핵심은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인다. “시기보다 조건, 정치보다 군사적 준비”라는 것이다.

그의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발언은 외교적 수사라기보다, 워싱턴의 전략적 인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에 가깝다.

■ 전작권 전환, ‘주권’보다 ‘전쟁 수행 능력’의 문제

한국에서는 전작권 전환이 주권 회복의 상징으로 자주 해석되지만, 미국은 이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본다.

미국에게 전작권은 단순한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전쟁 수행 능력의 문제다. 즉, 누가 지휘권을 갖느냐보다 “누가 전장을 통제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전작권 전환을 “조건 기반”으로 접근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한국군의 독자적 지휘·통제 능력 확보, 둘째,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 셋째, 한미 연합작전 체계의 완전한 상호운용성이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에서 전환이 이뤄질 경우,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 전체의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 왜 미국은 ‘속도’보다 ‘조건’을 강조하나

미국이 전작권 전환 속도 조절에 신중한 이유는 단순한 보수적 태도가 아니다.

이는 동북아 안보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능력은 고도화되고 있고, 중국은 군사적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 체계에 작은 공백이라도 생기면, 그것이 곧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미국 군사전문매체들은 이를 “지휘 리스크”로 설명한다. 전쟁 초기 몇 시간, 몇 일의 지휘 혼선이 전쟁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전작권 전환을 고위험 군사 시스템 전환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숫자보다 역량’…주한미군 전략의 변화

브런슨 사령관이 강조한 또 하나의 핵심 메시지는 “병력 규모보다 역량”이다.

이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변화와 직결된다.

과거에는 병력 숫자가 억지력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정밀 타격 능력, 미사일 방어 체계 (THAAD, 패트리엇 등), 정보·감시·정찰(ISR) 능력, 사이버 및 우주 전력 등이 더 중요해졌다.

즉, 전작권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미국은 단순히 “지휘권을 넘기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고급 군사 역량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개입 구조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전작권 전환은 ‘미군 철수’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 전작권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결

최근 미국 내에서는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강화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브런슨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인도태평양사령부 훈련 참여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는 주한미군이 단순한 “대북 방어군”이 아니라, 대중국 견제의 핵심 전력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략 속에서 전작권 전환은 단순한 한미 양자 문제를 넘어, 미국의 글로벌 군사 배치와도 연결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반도가 미 본토 방어와 지역 전략의 전진기지로 기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지휘권 이양이 이 구조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 셈이다.

주한미군. @뉴스임팩트자료사진
주한미군. @뉴스임팩트자료사진

■ ‘정치 vs 군사’…워싱턴의 우려

한국 내에서는 전작권 전환 시점을 둘러싼 정치적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접근 자체를 경계한다. 브런슨 사령관이 “정치적 편의주의”라는 강한 표현을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이 보는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 일정이 군사 준비를 앞서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시점을 목표로 설정하고, 그에 맞추기 위해 조건을 완화하거나 평가를 조정하는 경우, 이는 곧 전쟁 대비 태세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시각에서 전작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되어야 할 군사적 현실로 보고 있다.

■ 결론, 전작권은 ‘이양’이 아니라 ‘검증’의 문제라는 미국의 시각

미국이 바라보는 전작권 전환의 본질은 명확하다. 그것은 권한을 넘기는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전쟁 수행 능력이 충분히 검증됐는가에 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조건이 충족되면 전환은 가능하지만, 조건이 미흡하면 시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인 셈이다.

이러한 접근은 다소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 전체의 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가 되었느냐’의 문제이며, 이 점에서 한미 간 인식 차이는 앞으로도 계속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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