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스터리도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
미스터리는 그 실체를 알고 보면 허무한 경우도 많다. 네스호의 괴물 네시는 그러한 사건의 전형이며, 다른 미스터리 사건과도 연계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2. 네시는 원래 공룡이 아니었다?

먼저 네시에 대한 초기 증언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공룡 네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전문가 에이드리언 샤인이 지적하듯, 스파이서의 목격담이 나오기 전까지 네시는 수장룡이라기보다는 그냥 거대한 괴물에 가까웠다.
당시 묘사를 보면 오히려 고래와 비슷하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수장룡 이미지가 등장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시대적 배경의 차이에 기인한다.
3. 원조 네시, 스트론사 짐승

1808년, 섬에 정체불명의 괴물이 떠내려온 적이 있었다. 이른바 ‘스트론사 짐승’이다. 물론 이는 소문으로 과장된 사례에 가깝고, 실제로는 바다뱀이나 상어 사체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네시와 같은 수장룡 개념은 1823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1808년에 떠내려온 스트론사 짐승은 신화적 이미지가 더 짙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짐승을 신화 속 히포캄푸스나 거대한 바다뱀 같은 괴물로 추측했다. 네시 사건과 마찬가지로 증언은 많았지만, 물증은 없었다.
흥미롭게도 스트론사 짐승의 묘사를 보면 긴 목과 여러 쌍의 지느러미 등 수장룡과 닮은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 사람들은 이를 수장룡으로 연상하지 않았다. 가장 유명한 수장룡인 플레시오사우루스가 1821년에야 보고되었기 때문이다.
즉, 당시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신화 속 괴물이나 거대한 바다뱀 정도였다.
4. 수장룡이 된 네시

다시 네스호로 돌아가 보자. 네시 사건은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시점에는 이미 공룡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뒤였다. 네스호 괴물에 대한 보고도 그 이전에는 거의 없다가 20세기에 들어 갑자기 폭증한다. 과거의 괴물들은 스트론사 짐승처럼 신화적 성격이 강했지, 공룡과 직접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만약 스파이서가 19세기에 태어났다면 그는 공룡이라는 개념을 몰랐을 것이고, 네시 역시 거대한 바다뱀 정도로 증언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0세기의 목격담은 이미 ‘공룡’이라는 이미지가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시대에 등장했다. 스파이서의 주장 이후 네시의 모습은 점점 수장룡 형태로 윤색되었고, 오늘날 인터넷에 떠도는 수장룡형 네시 이미지의 근원 역시 그의 증언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미스터리는 시대의 지식, 상상력, 문화적 배경 위에서 만들어지고 윤색된다. 네시는 공룡이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공룡이 널리 알려진 시대에 등장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미스터리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