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늘며 일자리엔 도움, ‘중국차 기술 확대’ 논란은 더 커질 수도
과거 한국에서 약 6년 르노삼성 사장으로 일해

프랑수아 프로보(François Provost) 르노그룹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프랑수아 프로보(François Provost) 르노그룹 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 발언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지난 3일 방한한 프랑스 르노의 프랑수아 프로보 회장이 르노코리아의 부산 공장에서 르노 브랜드를 단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르노 자체 브랜드 전기차의 한국 생산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프로보 회장은 2011~2016년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으로 일해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달 10일 르노그룹은 글로벌 전략 ‘퓨처레디’를 발표하며, 세계 시장에서 2030년에 연간 판매량 200만대를 목표로 잡으며, 이 때까지 36종의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16종은 순수 전기차로 만들 예정이다. 프로보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그룹 전략과 관련해 “앞으로 한국에서 생산할 중·대형 차량에는 전기차도 포함될 것”이라며 “한국에서 완전한 전기차 생산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폴스타4를 위탁 생산하고 있지만, 브랜드 자체 전기차 생산 모델은 없는 상태다. 르노의 전기차 생산이 최종 확정될 경우 부산공장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생산 생태계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 전기차 기술이 대거 활용될 수 있다는 건 변수다. 이미 지난해와 올해 르노코리아가 한국에서 잇따라 출시한 SUV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 모두 중국 지리의 자동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차였다. 그랑 콜레오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중국 기업인 신왕다의 배터리가 사용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의 한국 내 생산이 늘면 일자리에 도움이 되지만 지리의 관여도가 높아지면 장기적으로 르노코리아의 기술 내재화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프로보 회장은 또 BYD 등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가격 인하 압력을 가속화하는 중국 업체들이 있고, 물량 공세로 가격을 낮추는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며 “르노는 그런 방식의 경쟁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출고가를 대폭 낮추며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와 BYD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르노는 제품력과 합리적인 가격 등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업체들의 발 빠른 기술 개발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신차 개발 기간을 ‘2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4~5년씩 걸리는 신차 개발 사이클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기술뿐 아니라 개발 속도에서 나온다”며 “앞으로는 2년 내 신차를 개발하는 것이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생산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기존 방침대로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의 글로벌 배터리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를 12개월 내 교체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하고, 모델 하나에 배터리 2~3종류를 동시에 적용해 공급사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지리차와 협업 이후 제기된 ‘중국차 이미지’ 논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프로보 회장은 “어떤 기업의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이를 한국 시장에 맞게 최적화하는 것이 르노코리아의 경쟁력”이라며 “과거 닛산 기반 SM5처럼 최근 선보인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 등 신차들도 르노의 DNA를 반영한 한국형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빅테크와 협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보다,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 고객에게 중요한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센서와 차량을 곧바로 연결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했다. 니콜라 파리 르노코리아 사장도 “테슬라가 최근 FSD(Full Self-Driving·완전자율주행)를 선보였는데, 르노코리아는 그룹 내 ‘자율주행 개발 센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