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중국의 공간 전략 재편: 중국은 북극·남극·히말라야(제3의 극지)를 중심에 둔 세로형 지도를 통해, 대서양 중심의 구도를 깨고 중국 중심의 '천하 기획'과 극지 거버넌스 주도권을 시각화하고 있다.
자원 및 안보 통제권 강화: 히말라야 수자원 통제와 북극항로 선점 등 극지와 해양을 새로운 전략적 경계로 설정하여,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공간적 발판을 마련하려는 야심이 담겨 있다.
한국의 지리적 인식 전환 필요: 우리나라도 해양 강국으로서 북극항로와 위성 통신, 기후 안보를 아우르는 우리만의 세로형·수직형 대전략을 수립하고 지구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해야 한다.
북극해를 중국과 미국 사이의 '지중해'로 그려
독자들은 아래 보이는 세계지도를 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 지도는 지난 2014년 중국과학원(中国科学院) 정밀측정과학기술혁신연구원의 하오샤오광(郝晓光) 연구원이 제작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지도는 마테오 리치가 처음 구도를 잡은 '가로형' 세계지도이지만, 이 지도는 북극과 남극의 왜곡을 해결하고 주변 지역 간의 관계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이 지도를 중국이, 이를테면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부 및 정부기관이 활용하는 것만은 맞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북극의 '지중해화'이다. 미국이 중국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는 인식을 만드는 이 지도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북극을 '세력 대결의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온다.
그리고 또한 눈에 띄는 구역은 남극을 둘러싼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이다. 호주도 있긴 하지만 아프리카와 남미 대륙은 남극을 한가운데 놓고 있다.
중국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 공간의 '재배치'
그리고 우리는 시진핑 집권 이후에 이 지도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목표로 삼은 중국 공산당의 기획에 따른 중국식 민족주의의 한편에, 중국을 중심으로 보는 '천하(天下) 기획'과 그에 따른 전략적 공간의 재배치 혹은 재구성이 이 지도로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 이 지도가 의미하는 바가 있다는 말이다.
전통적 지도의 동서축을 대신하여, 중국을 말그대로 중심에 두고 인도양과 히말라야 고원이 부각된 이 지도는 대서양과 아메리카 대륙을 지도의 주변부로 밀어냈다. 해양 강대국으로서 중국은 이 지도에서 유라시아 대륙과 인도양을 잇는 중국 중심의 공간감을 조성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 지도는 '제3의 극지'(히말라야 고원 지대)에 대한 강조로도 이어진다. '제3의 극지'라는 개념을 중국이 처음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과학원과 유네스코는 2009년부터 TPE(Third Pole Environment) 프로그램을 시작해 히말라야 지방의 빙하 퇴조, 수자원 변화, 기후 변동을 연구하고 있다.
히말라야 고원은 면적 약 500만㎢에 평균 해발 4,000m 이상의 지역으로서, 아시아 주요 강(황하, 양쯔강, 인더스강, 메콩강 등)의 발원지다. '히말라야를 통제하면 아시아 주요 수자원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이 모든 것을 '세로형 세계지도'가 강조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극과 남극 그리고 제3의 극지를 말이다.
지리적으로 중국이 극지와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근(近)북극 국가'임을 내세워 극지 거버넌스에 참여하기 위해 남극 기지는 물론 북극이사회에 2013년 옵저버로 가입했다. 그 이후, 근북극 국가로서 북극 정책을 발표해왔다. 여기에 '제3의 극지'를 강조하여 자신이 극지 강국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극지'와 '해양' 그리고 '우주'를 새로운 전략적 경계 개념으로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인류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공간에서 중국이 주도적으로 거버넌스를 형성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다. 이 지도는 중국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이 만든 '180도 거꾸로' 지도
우리도 이런 지도가 있다. 2025년 11월 주한미군에서 남북을 180도로 뒤집은 동아시아 지도를 선보여서 화제가 된바 있지만, 이렇게 뒤집은 형태의 세계지도를 해양수산부에서 이미 2017년 8월에 선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김영춘 장관은 ‘해양강국 도약’이라는 비전으로 ‘거꾸로 세계지도’를 배포했었다. 그 지도를 읽는 방식으로 보면 한국이 중심이 되어 넓은 대양으로 향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식의 세로형 지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중국 옆에 있는 위치상,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하는 세로형 지도가 나오면 부산, 포항 등의 허브 지역을 매개로 하는 북극항로를 강조하고 조선해양 강국으로서 나아간다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극지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중국의 의도를 말하지 않더라도, 미국과 그린란드를 둘러싼 뉴스와 함께, 북쪽으로는 북극항로를, 남쪽으로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잇는 ‘L자형’ 혹은 수직형 전략도 우리나라의 대전략 수립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이는 북극을 경유하는 위성 궤도와 그에 따른 통신망, 기후안보 대응에도 직결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리적 인식에 대한 대전환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지도라고 업신여기며 볼 것이 아니라 아예 이런 '세로형 지도'에서처럼 지구 전체에 대한 관점을 보다 새롭게 하는 접근 방식이, 새로이 떠오르는 자유진영의 강대국 한국에게 필요하다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