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여중생의 팬티로 태어나고 싶다.
갓 초등학생의 티를 벗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른의 문턱을 넘나드는
그 어색하고도 떨리는 시절에.
처음 나는 보송한 솜털 같은 것들이
작은 가려움으로 돋아나는 순간을 느낄 테고
그 따끔거림마저도 기꺼이 참아낼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선홍빛으로 번지는 첫 번째 계절이 찾아오면
나는 조용히, 그러나 가장 가까이에서
그 붉은 축제를 받아들이고 싶다.
“축하해” 하고 속삭여주고 싶다.
시간이 더 흘러
고등학생이라는 이름의 남자아이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날,
넌 아마도 많이 떨고, 많이 아파할 테지.
그때 나는 네 가장 은밀한 곳에서
말없이 체온을 나누며
“괜찮아, 천천히… 나 여기 있어” 하고
위로의 숨결이 되어줄게.
그러나 결국
넌 더 크고, 더 단단한 어른이 될 것이고
나는 낡고 빛바랜 채로 서랍 깊숙이, 혹은 쓰레기봉투 속으로
조용히 버려지겠지.
그래도 괜찮아.
그 모든 날들—
솜털이 자라던 날, 붉은 축제가 열리던 날,
처음으로 타인에게 몸을 열었던 날,
그리고 점점 멀어지던 모든 순간들—
나에게는 한 편의 긴 시였다.
고마웠어.
 

 

 

 

 

새벽감성 돋아서 써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