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가 문득 기분이 가라앉는 순간이 있다. 고개를 들었을 때 시야 끝까지 늘어선 고층 아파트 단지를 보는 순간이다. 숨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지금의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직관적인 반응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도시는 비슷한 형태를 반복한다. 높고, 비슷하고, 일렬로 늘어선 건물들. 개별 건물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구조물처럼 보이는 순간, 도시는 살아 있는 공간이 아니라 시스템처럼 느껴진다. 이 구조는 효율을 목표로 하지만, 그 효율은 어디까지나 숫자의 효율일 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경험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
고층 아파트 단지는 사람을 많이 수용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사람을 머무르게 하지는 못한다. 길은 비어 있고, 1층은 닫혀 있으며, 사람들은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관계와 우연이 사라진 공간에서는 도시 특유의 생동감도 함께 사라진다. 이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그래서 다른 가능성을 떠올리게 된다. 굳이 이렇게 높아야 하는가. 더 낮고, 더 잘게 나뉘고, 길과 연결된 도시라면 어떨까. 실제로 파리나 바르셀로나처럼 중층 중심의 도시는 충분한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훨씬 다양하고 활기찬 환경을 만들어낸다. 중요한 것은 높이가 아니라, 도시를 어떻게 구성하고 배치하느냐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건물 자체가 아니라 방식이다. 더 많이, 더 높이 짓는 구조 속에서 도시는 점점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비어 있는 공간이 되어간다. 그리고 우리가 느끼는 답답함은, 그 어긋남을 보여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