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들아 설 연휴 잘 보내고 있노? 다들 어디론가 내려가서 부모 만나러 가고 친척들 얼굴 보러 간다 나는 갈 데 없다 부모가 없고 연락되는 친척없이 보육원에서 힘들게 태어나 컸다 명절은 항상 남들 일정이었다

 

그래도 어릴 때는 덜 비어 있었고 명절이면 다 같이 전 부치고 윷놀이하고 운동장에서 축구했다 기름 냄새 올라오고 애들 뛰어다니고 그 안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기대며 마음껏 웃었다

 

나이 한살 한살 먹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다 흩어졌다 대부분 연락 끊겼고 몇 명만 가끔 안부를 묻는다 명절이 되면 방 안이 유난히 조용하다 올해는 그냥 집에만 있기 싫어서 내려왔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길을 따라 친구랑 같이 남해로 왔다 바다는 생각보다 더 푸르고 바람소리는 차분했다 겨울인데도 햇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파도 소리가 괜히 사람 마음을 낮춰준다 바다를 보니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연 앞에 서 있으니 그런 구분이 의미가 없더라 바다는 누구 편도 아니고 하늘도 누구 가족도 아니다 그냥 다 받아준다

 

저녁 무렵 배가 고파서 근처로 올라와서 친구와 같이 밥을 먹었다 비싼 음식은 아니었지만 따뜻했다 보육원에서 명절에 떠들던 얘기하다가 둘 다 한참 웃었다

 

돌아갈 집은 없어도 기억은 남아 있고 가끔 이렇게 마주 앉을 사람도 남아 있다 남해 바다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 나는 혼자였지만 정말 좋았다

 

자연은 참 예쁘고 나는 아직 잘 살아 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명절이 꼭 누군가의 집에서만 완성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늘은 아름다운 자연과 밥 한 끼면 충분했다 

 

 

 

전에 나의 환경을 작게나마 인증했던 글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https://m.ilbe.com/view/11604667743#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