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무원의 죽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Posted on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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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말단 공무원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의원 및 공무원들의 출장을 관리하던 실무자였고, 출장비 집행과 관련한 감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글은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구조적 문제 제기다.


예산은 남기면 불이익, 쓰면 감사 대상

공공기관의 출장비 예산은 연초에 책정되고, 남기면 다음 해 삭감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어떻게든 소진해야 한다”는 압박이 현장에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 실질적인 업무 출장과
  • 형식적인 일정, 관광성 요소가 섞인 계획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발생해 왔다.

문제는 감사가 시작될 때다.
출장의 기획과 결재는 위에서 이루어졌음에도,
책임은 권한 없는 실무자에게 집중되는 경우가 반복되어 왔다는 점이다.


개인 비리로 덮으려는 순간, 가장 약한 사람이 무너진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직 차원의 관행과 구조 문제를 인정하기보다
개인의 비리로 처리하려 했다는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이 전해진다.

사실 여부는 철저히 확인돼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구조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조직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사람은
가장 말단에 있는 실무자다.


오래된 수법, 바뀌지 않은 구조

항공권을 실제로 구매하지 않고
포토샵 등으로 항공권을 만들어 제출하는 이른바 ‘항공권 깡’,
출장지와 무관한 라면·생필품 구매에 수백만 원이 집행된 사례 등은
이미 과거 감사 지적 사례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돼 온 전형적인 문제 유형이다.

이것은 새로운 범죄 수법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고,
그 결과 같은 문제가 계속 재생산돼 왔다.

중요한 점은,
이런 사례들을 이번 사건의 당사자 개인과 직접 연결해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패턴이 말해주는 것은 이것이다.

이 정도로 오래되고 흔한 문제라면,
개인 몇 명을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구조라는 점이다.


묻지 않으면 또 반복된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 왜 예산을 남기면 불이익을 받는 구조는 그대로인가?
  • 출장 승인과 결재를 한 사람들의 책임은 왜 사라지는가?
  • 감사는 왜 관행을 개인의 일탈로만 처리해 왔는가?
  • 실무자가 압박 속에서 무너질 때, 이를 보호할 장치는 왜 없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이번 죽음은 ‘안타까운 개인사’로 정리되고,
다음 희생자는 다른 이름으로 다시 등장할 것이다.


이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선택으로 이 이야기를 끝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사람을 소모품처럼 쓰는 예산·감사 구조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고인을 영웅으로 만들 필요도,
누군가를 마녀사냥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개인의 죽음 위에 세워진 침묵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기 위한 질문과 기록.

그래야 이 비극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