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파이프라인 점유율 43% 달해
韓 제조역량·中 개발력 결합 본격화

[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 생산기지로만 인식됐던 아시아가 혁신 파이프라인과 차세대 치료제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의 초기 개발 역량과 한국의 임상·제조 경쟁력이 결합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21일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아시아는 단 5년 만에 글로벌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점유율을 28%에서 43%까지 끌어올리며 미국과 유럽을 모두 앞질렀다. 특히 2024년 기준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성장의 85% 이상이 아시아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는 2024년 전 세계 생명공학 특허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유럽의 5배에 달하는 비중을 기록했다. 기술이전 계약에서도 아시아 기업의 존재감이 커져 전체 계약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 건수 비중은 제한적이지만, 초기 혁신 단계에서의 가파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시아 부상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혁신 파이프라인의 약 29%를 차지하며 개발 속도에서도 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중국발 아웃라이선스 계약의 선급금 규모는 2020년 1억 달러 미만에서 2024년 8억 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한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도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하며 아시아 혁신 지형을 다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FDA 승인 모멘텀과 함께 기술이전 성과를 쌓으며 규제 개혁과 임상·제조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기초과학과 중개연구, 글로벌 상용화 경험을 기반으로 아시아 내 허브 역할을 유지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초기 혁신과 플랫폼 기술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인도는 비용 효율적인 제조 역량을 토대로 제네릭을 넘어 신약 연구개발로 빠르게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일 국가의 약진이라기보다 아시아 전반의 분산형 가치사슬이 작동한 결과로 평가된다. 기초연구부터 발견, 개발, 제조,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각 국가가 특화된 역량을 보유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중국의 초기 개발 자산을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제조 역량과 연결하거나, 인도의 제형·상업 생산 강점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비용 경쟁력 역시 아시아의 강점이다. 미국이 고비용 혁신 구조에 직면한 반면,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 바이오기업의 경우 발견 단계는 글로벌 평균의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 임상 개발 비용은 미국 대비 20~50%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풍부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 풀과 밀집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위탁개발생산(CDMO) 생태계, 간소화된 규제가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임상 수행 속도와 품질, 바이오의약품 제조 역량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시장"이라며 "중국에서 도출된 혁신 자산이 한국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