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에서 만난 중국] 귀국 직후 공항버스 요금에 '현타' 온 이유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8일간 중국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서 지내다 왔습니다. <기자말>
 
▲  도심과 가까운 인민공원에서 아침운동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이른 아침인데도 산책하다 보면 공원 곳곳을 청소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공원에도 쓰레기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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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라고 하면, '싼 게 비지떡'이라거나 '짝퉁'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중국은 값싼 저질 제품과 모조품을 대량으로 유통하여 물의를 빚는 '악당'이라며 힐난하기도 한다.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자타공인 '세계의 공장'이지만, 품질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고 있다.

공기가 탁하고 거리가 지저분하다는 편견도 공고하다. 낡은 자동차와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에 도시마다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다고 여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사가 불어오는 계절에 외출하려면 마스크조차 무용지물이 된다며, 이따금 방독면을 쓴 시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SNS 등에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아무 곳에나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고, 오가다 가래침을 마구 뱉는 모습은 중국인의 무례함을 지적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는 사례다. 그들은 해외에 나가서까지 길거리에 용변을 보고 실내에서도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인식된다. 그들의 안하무인 행태는 하느님이 와도 못 고칠 거라며 비아냥거린다.

시끄럽다는 이미지도 고래 심줄처럼 질기다. 중국인들은 식당에서 옆 식탁의 손님들을 개의치 않고 떠들어대는 건 기본이고, 공공장소에서조차 큰 소리로 전화 통화를 한다는 거다. 지하철 안에서 아이의 소란을 제지하기는커녕 맞장구치며 소란을 피우는 부모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는 여행 경험담을 나누기도 한다.

이번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 나 역시 그러한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얼마 전 가격 경쟁력이 월등했음에도 고민 끝에 중국산 전기 자동차 대신 국내산 내연기관 자동차를 선택한 건 그래서였다.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아무리 저렴해도 중국산 브랜드 제품을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한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에서였다.
 
▲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주택가 뒷골목의 재래시장 풍경. 건물은 허름해도, 주변은 청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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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렇게 달라졌다고?

중국이 달라졌다. 고작 8일간의 짧은 여정과 청두(成都)라는 한 도시에서의 경험만으로 14억 중국의 변화상을 일반화할 수 없을뿐더러 기술 문명의 변화와 시민 의식의 성숙도를 동일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다. 세대별, 지역별 격차는 여전히 현격하고 급격한 변화 속에 온갖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외형적인 모습일지언정 직접 목격한 변화상은 중국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깨는 데에 충분했다. 도심의 하늘은 맑았고, 거리는 깨끗했으며, 사람들은 말쑥하고 친절했다. 어딜 가든 교통은 정확하고 편리했으며, 인파가 많이 몰린다 싶은 곳엔 어김없이 제복을 입고 순찰하는 공안이 있었다.
 
▲  청두 도심 한복판에 있는 톈푸광장 전경. 축구장 몇 배 크기의 넓은 광장이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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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 이용에 대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발에 치일 만큼 그 수도 많으려니와 청결 상태와 비누, 건조기, 티슈 등 구비 물품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찌든 냄새 풀풀 나고 문은커녕 가림막조차 없는, 게다가 출입구에서 사용료까지 징수하던 중국의 '전통' 화장실은 이곳에선 눈에 띄지 않았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대부분이 전기차였다는 건 상전벽해의 충격이었다. 여행하는 동안, 부러 기차와 지하철, 택시와 버스 등을 다 이용해 봤는데, 내연기관 차량은 단 한 번도 탄 적이 없다. 곳곳이 녹슬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오토바이조차 전기차였다. 소음 자체가 거의 없어 옆을 지나가는지 몰라 거리를 걷다 부딪힐 뻔한 적도 여러 번이다.
 
▲  아침 출근길 간선도로 풍경. 교통체증이야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지만, 늘어선 자동차들 대부분이 전기차라는 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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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도로변의 그 많던 주유소는 자취를 감췄고, 대신 어딜 가나 공유 자전거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은 자전거를 타는 데 유리하도록 도로가 설계되어 있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이들 또한 여전히 많다. 도시의 간선도로는 차도와 인도 사이의 자전거 도로로 정확히 삼등분이 되어 있다.

사통팔달 뻗은 지하철은 편리하고 쾌적했다. 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는 현재 지하철 노선만 18개다. 웬만한 관광지와 시장, 공공기관 등은 지하철로 모두 연결되어 있고, 환승이 쉽고 동선도 짧아 청두가 처음인 외지인들이 이용하는 데도 별 불편함이 없다. 더욱이 어느 역에 가든 노인과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한 도우미들이 보란 듯이 대기하고 있다.

청두와 인근 도시 사이에 방사상으로 고속철도가 놓여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시속 200km의 고속열차가 오가면서 지역의 대표 관광지인 세계문화유산 두장옌(都江堰)은 반나절 코스가 돼버렸다. 예전엔 개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가기란 무척 힘든 곳이었다. 전기를 동력으로 한 고속철도는 관광지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를 거미줄처럼 이어주고 있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전기차 생산 능력과 고속철도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국내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적극 활용했고,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는 물론, 현급 작은 도시에도 노면 전차까지 도입해 주민들의 접근성과 이동성을 높이려는 모습에서 기술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부심이 읽혔다.

정말 부러웠던 것

솔직히 여기까진 "중국이 제법이네!" 정도의 얕잡아보는 느낌이었지만, 정말 부러운 게 하나 있었다. 어디서든 대중교통의 요금이 현지의 평균적인 물가에 견줘 현저히 쌌다는 점이다. 요금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여서, 차라리 무료라고 불러야 맞을 성싶다. 청두에선 지하철을 타고 아무리 멀리 가도 우리 돈 2천 원을 넘지 않았다.

시내버스는 200원, 택시의 기본 요금도 1800원에 불과하다. 하루는 너무 피곤해서 택시를 호출했는데, 한 시간이 넘는 먼 거리였는데도 요금이 채 5천 원도 되지 않았다. 대중교통의 요금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싸다는 점은 공통이다. 흥미로운 건, 이동권을 기본권으로 여기는 중국인들에겐 요금이 싸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을 부러워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교통 요금만큼은 한없이 부러웠다.

지금 귀국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광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요금을 결제하다가 모니터에 찍힌 3만 9800원이라는 액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중국의 값싼 교통 요금에 취해 있다가 '현타'가 온 것이다. 순간 두장옌의 상반된 '엄청난' 입장료와 교통 요금이 떠올랐다. 두장옌의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1만 6천 원인데, 청두에서 25분을 내달려야 하는 두장옌까지의 고속철도 요금은 달랑 2천 원이었다.
 
▲  퇴근 시간 직후 승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지하철 내부의 모습. 청두 시민들의 발인 지하철은 빠르고, 정확하고, 깨끗하고, 무엇보다 요금이 쌌다. 쓰촨성의 상징인 판다의 모습을 한 손잡이가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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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국가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리는 거야 당연하지만, 중국에 대한 맹목적인 폄훼와 혐오는 이제 거둘 때도 됐다. 산업 전 분야를 통틀어 중국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손에 갤럭시와 아이폰을 든 중국인들도 이제 더는 만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엔 '타산지석' 삼을 게 여럿이다. 폄훼와 혐오로 일관하는 건 중국으로부터 배울 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짓이다.

서부원